[팩트체크] 경쟁력 있는 공항은 서울·부산·제주 뿐?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9.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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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곳 공항 외에는 모두 적자” 온라인 주장 확인해보니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공항 외에 10개 지방 공항 모두 적자

새만금 잼버리 파행운영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시민단체들의 건설 취소 요구까지 나오는 가운데, 최근 동아일보의 <[단독]한국에 없는 소형機 맞춰 설계한 울릉공항, 또 재설계 추진> 기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깨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건설해 봐야 적자만 지속될 공항들”, “현재도 인천·김포·부산김해·제주공항 외에는 모두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댓글들도 많았습니다. 국내 공항들의 현재 운영상황을 확인해 봤습니다.

국토교통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자료 갈무리
국토교통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자료 갈무리

현재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15개의 공항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나머지 14개 공항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기능별로는 국제공항 8곳(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과 국내공항 7곳(광주·울산·여수·포항·군산·사천·원주)입니다. 이 가운데 8곳(김해·광주·청주·대구·포항·군산·사천·원주)은 군이 함께 이용하고 있는 민‧군 공용공항이어서,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가 상호 협의하여 역할분담을 결정 및 관리하고 있습니다. 민군 공항의 경우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배분 등에서 민간부문 활용이 제약을 받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해 10월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년∼2022년 6월 기준) 전국 공항 당기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운영을 맡은 국내 14개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 중 10곳이 최근 5년간 매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김선교 의원실 자료
김선교 의원실 자료

▲무안공항이 838억6100만원으로 손실액이 가장 많았고, ▲양양공항 732억8900만원, ▲여수공항 703억4900만원, ▲울산공항 641억8000만원, ▲포항경주공항 621억2800만원, ▲청주공항 416억6000만원, ▲사천공항 280억600만원, ▲광주공항 232억8100만원, ▲원주공항 176억3800만원, ▲군산공항 163억7300만원 등 국내 14개 공항 중 10곳이 최근 5년간 매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흑자를 기록한 ▲김포공항(3568억5100만원), ▲김해공항(2879억2800만원), ▲대구공항(109억7400만원)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 이후에는 모두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제주공항(3524억5100만원)이 유일하게 최근 5년 간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공항공사가 장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2022.8) 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10개 지방공항의 누적손실은 482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상위 4개 공항의 수익으로 나머지 공항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하위 10개 공항의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였으며, 2% 미만인 공항도 다섯 곳이었습니다.

장혜영 의원실 자료 재가공
장혜영 의원실 자료 재가공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2022년까지 16년 동안 총 335만1000여 명이 이용했습니다. 1년 평균 약 2만 여명, 하루 평균으로는 약 574명이 이용한 셈입니다. 매년 22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지난해 매출은 2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은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지난해 142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삼은 플라이강원은 400억 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5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지방 공항도 있습니다. 이용객 감소로 문을 닫은 예천공항과 항공 수요가 없어서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변경한 울진공항입니다.

공항별 항공운항 편수. 한국공항공사 자료
공항별 항공운항 편수. 한국공항공사 자료

이처럼 대다수 지방 공항이 적자 수렁에 빠져있지만,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은 공항 건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계획을 수립했거나 건설 중인 곳은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대구경북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서산공항 등 8곳에 달합니다.

국토교통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자료 갈무리
국토교통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자료 갈무리

정리하면, 최근 5년간 통계에 따르면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공항 외에 다른 10개 공항 모두 적자는 사실입니다. 현재 공항 이용현황을 근거로 한다면 국내 다수의 공항이 경쟁력이 낮다는 것도 대체로 사실입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공항 건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방 분권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일단 지어놓고는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계속 세금만 축내는 공항이 된다면,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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