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119구급차타고 병원 지정해 갈 수 있을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9.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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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지침에 따라 응급상황과 이송에 대한 판단은 현장 구급대원이 결정

최근 아이가 고열에 시달린다며 119를 부른 부모가 2시간 거리의 특정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고집을 부린 사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관련 댓글에는 원하는 병원으로 가자고 한 부모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이번 사연처럼 부득이하게 특정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경우 지정한 병원으로 갈 수는 없는지 궁금해 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119법'과 '응급의료법'에 119구급 관련 사항 규정 

119구급차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응급의료법 2조에 따르면, ‘구급차’란 ‘응급환자의 이송 등 응급의료의 목적에 이용되는 자동차, 선박 및 항공기 등의 이송수단’을 말하며, ‘응급환자’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을 통해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 특히, 이 두 증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급의료종사자가 판단하는 증상도 응급증상에 해당합니다.

119구급대원의 응급환자 이송에 관한 사항도 법률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119법 시행령)」 제12조따르면, 구급대원은 환자의 질병내용 및 중증도, 지역별 특성 등을 고려하여 소방청장 또는 소방본부장이 작성한 이송병원 선정지침에 따라 응급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합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를 보아 이송할 경우에 생명이 위험하거나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로서 의사의 의료지도가 가능한 경우에는 의사의 의료지도에 따라야 합니다. 또, 이송병원 선정지침이 작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환자의 질병내용 및 중증도 등을 고려하여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고 최단시간에 이송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법으로 규정된 내용을 종합하면, 119응급에 대한 판단과 이송은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의 몫입니다. 구급대원은 정해진 법령과 지침에 따라 응급여부를 판단하고 이송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소방청 119구급과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규정대로, 교육받은 대로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지침에 따라 적절한 인근병원으로 이송을 한다. 응급상황에 대한 의료적인 판단이 어려울 때는 종합상황실 의료진과 직접 통화하면서 판단하고 있다. 119를 부르시는 분들은 모두 응급상황이라고 여기고 연락을 하시겠지만, 119구급대원과 의료진의 판단이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방청은 구급대원의 현장 및 이송단계의 응급처치 전문성을 확보하고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2012년부터 119법을 근거로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을 제정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119 이용 때문에 실제 응급환자 피해볼 수 있어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119안전신고센터의 구급차는 이송거리나 환자 수 등과 관계없이 무료로 운영하다보니, 이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려는 사례가 종종 있고 그 결과 실제 응급이송이 필요한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119구급대의 도움이 필요한 위급상황을 거짓으로 알려 구급차 등으로 이송되었으나 이송된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위급상황이 아닌 지역 간 환자이송 또는 의료시설 간 환자이송은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나 민간의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가 정한 일정한 요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도로교통공단 블로그 갈무리
도로교통공단 블로그 갈무리

해외 주요 국가들도 응급차의 무분별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응급차 이용은 국가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료보다는 유료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구급 이송에 필요한 노동력과 출동 준비 과정, 훈련, 장비 등의 비용을 모두 가격에 포함하기 때문에 수백만 원 대의 이용료가 나오기도 합니다.

또, 프랑스는 응급 환자가 아닌데 구급차를 부른 경우,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고 있으며, 당직 의사가 구급차 출동 여부를 판단하게끔 했습니다. 싱가포르도 긴급신고가 아닐 경우 “가까운 병원에 직접 가거나 사설구급차를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119구급차를 부른 경우, 병원으로의 이송은 전적으로 구급대원의 판단입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특별한 상황이 응급상황에 맞는지도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모두 응급이라고 생각하고 119구급차를 부르겠지만,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판단으로는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의료적으로 응급이 아닌데도 119구급차를 부르게 되면, 정작 응급치료가 필요한 누군가가 처치를 받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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