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스대 연구팀 ‘브렉시트 투표에서의 인지능력과 투표행위’ 조사
‘높은 인지능력’과 ‘잔류에 투표’ 통계적으로 강력한 연관성 보여
인지·판단능력 떨어지면 잘못된 정보 쉽게 믿어
낮은 인지능력은 ‘오정보(misinformation: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disinformation)’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인지능력과 분석적 사고 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감지하고 무시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22일 공개된 영국 바스대학교 경영대 크리스 도슨(Chris Dawson)과 폴 베이커(Paul Baker)의 연구 <Cognitive ability and voting behaviour in the 2016 UK referendum on European Union membership> (2016년 영국 유럽 연합 회원국 국민투표에서의 인지 능력과 투표 행위)에 따르면,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당시 유권자의 인지능력(Cognitive ability: 읽기 쓰기 능력, 자기 성찰, 논리적 추론, 추상적 사고, 비판적 사고, 성찰 및 암산 등)이 영국의 EU잔류 혹은 탈퇴에 투표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3183쌍의 커플 중 6366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지능력이 낮은 사람들 중에서는 40%만이 잔류에 투표한 반면, 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들 중 73%가 잔류에 투표했다. 투표에 앞서 잘못된 정보들이 많이 유통됐는데, 인지능력이 높을수록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었지만, 인지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의사 결정에 곤란을 겪었다.”며, “기억력, 언어 유창성, 유동적 추론, 수치적 추론을 포함한 인지 능력이 사람들이 투표를 결정하는 방식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국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EU탈퇴에 투표한 유권자의 20%만이 “브렉시트가 잘 진행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 저자인 크리스 도슨 박사는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잘못된 정보들이 많았는데, 인지능력과 분석적 사고 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이러한 유형의 정보를 감지하고 무시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낮은 인지 능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학문적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공동 저자인 폴 베이커 박사도 “낮은 인지 능력은 결정 오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제 많은 탈퇴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연구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의 증가, 그리고 이러한 정보에 대응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무능력이 어떻게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고 민주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인지능력이 더 높은 개인은 물론 인지능력이 더 높은 배우자를 둔 사람, 인지능력이 높은 커플일수록 ‘잔류’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부부나 동거인 중 한 명이 잔류 의견을 갖고 다른 이는 탈퇴 의견을 갖는 경우 인지능력이 높고 잔류의견을 가진 배우자의 의견에 동조할 확률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17년 벨기에 겐트 대학교 연구팀에 의해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39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인지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헛소문으로 판정된 정보를 폐기하는 반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이를 계속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인지능력이 정치적 결정과 잘못된 정보에 대한 민감성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강조한 이번 영국 바스대 연구는 미국 오픈 액세스 과학저널인 ‘플로스 원(PLOS ONE)’에도 소개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