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은 더 이상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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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은 더 이상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 송영훈 팩트체커
  • 승인 2017.09.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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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행복지수 세계 1위 부탄 팩트체크
올해 한국과 수교 30주년을 맞은 ‘부탄’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졌다.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인 부탄은 ‘행복지수 1위’ ‘국민 97%가 행복하다’는 국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해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탄 국민행복지수를 한국식으로 개발해 연내 도입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인구 74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세계 129위(2016년 IMF 기준)인 나라의 ‘행복’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많다. 부탄국민은 정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일까? 뉴스톱에서 팩트체크했다.

 


“국민 97%가 행복하다”는 부탄의 국민행복지수(GNH)

부탄은 1972년 제4대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때 국민총행복 정책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국민행복지수는 경제적 발전만을 평가하는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됐다. 경제 발전은 불교적 전통문화에 기초하여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2006년 제5대 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Jigme Khesar Namgyel Wangchuck)가 즉위했다. 2008년 왕은 민주헌법을 선포했고 부탄은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국가로 바뀌었다. 이 헌법에 행복 정책의 개념과 나아갈 방향이 명시되어 있다. 국민행복지수는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되었다.

부탄이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를 계량화해 공식 발표한 건 2008년부터다. ‘평등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 발전’, ‘전통가치의 보존 및 발전’, ‘자연환경의 보존’, ‘올바른 통치구조’를 4대 축으로 심리적 안정, 건강, 시간 사용, 행정체계, 문화 다양성, 교육, 공동체 활력, 환경, 생활수준 등 9개 영역에 33개 지표를 가미해 측정한다.

부탄은 2007년 12월부터 2008년 3월 사이 12개 행정구역에 거주하는 95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9개 분야 72개 항목으로 구성된 국민행복지수 조사를 시행한 데 이어, 2010년과 2015년에 조사를 실시했다. 부탄 국민행복청의 닝톱 페마 노르부 계획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9개 분야에 걸쳐 134개 정도의 질문을 던진다. 2015년 조사에서는 대략 8500명을 조사했는데 전체 인구의 약 2~2.5% 정도다. 2015년 조사에서는 74%가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건강정보 사이트인 라이프핵은 부탄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① 정신적인 행복과 물질적인 행복을 동등하게 여긴다. 

② 부탄의 국내총생산(GDP)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③ TV나 라디오, 인터넷에 신경 쓰지 않는다. 

④ 부탄 국토의 절반은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다. 

⑤ 대부분이 불교도다.

⑥ 그들만의 행복지수(GNH)를 측정한다. 

⑦ 그들이 사는 곳은 (휴가지로 갈 정도로)아주 멋진 곳이다. 

⑧ 부탄의 사회지도층과 일반 국민들 사이가 멀지 않다. (격차가 크지 않다) 

⑨ (3분의 2 이상 국민이 하루에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할 정도로) 그들은 잘 쉰다. 

⑩ 환경이 오염되지 않았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정서적ㆍ주관적 지수”

그러나 일각에선 부탄의 ‘국민행복지수’가 현실을 도외시하고 정서적 만족도 등 주관적 지수에만 의존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부탄은 히말라야 내륙에 위치해 있어 외부와의 접촉이 적고 전통의상 착용을 강제하는 등 아직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한다.

부탄은 외국 문물 유입에 의한 전통문화 파괴를 우려하여 TV와 인터넷을 금지하다 1999년에 이를 허용했다. 휴대전화를 허용한 것은 2003년이다.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개방의 물결 속에 있다. 젊은이들은 국경 없는 사이버 세상 덕에 부탄이 아닌 다른 세상에 눈을 떴고 첨단 기기의 편리함과 고소득 국가의 발전상을 알게 되었다. 현상 유지와 작은 행복을 고집하는 국가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고 젊은층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의료 혜택이 무상 제공되지만 부탄의 1세 이하 영아사망률은 2015년 기준 1000명당 30.5명으로 높은 편이다. 북한은 22명, 한국은 2.9명이다. 기대 수명은 2012년 기준 67.9세다.  문해율은 2015년 기준 64.9%다. 즉 인구 3명중 1명은 문맹이라는 의미다. 

부탄에서는 대졸자가 해마다 7000명 정도 배출된다. 선호하는 일자리는 국가 공무원직인데, 매년 500명 정도만 뽑는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취업할 기업이나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공식 실업률은 5%지만 체감 실업률은 훨씬 높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약물 중독’ 문제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부탄에서는 대학 졸업자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차별적인 규제도 용인된다. 2011년에는 부탄 여성의 70%가 ‘남편이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다’고 응답했다는 통계청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민총행복과 민주주의를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내걸었지만, 단기간에 봉건적 유습을 떨어내기는 쉽지 않다. 9%에 이르는 연평균 물가상승률도 문제다. 수도인 팀푸의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형적인 도시문제와 빈부격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즉 부탄의 ‘국가행복지수’는 비교할 정보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지수이고, 영아 사망률, 평균 수명, 문맹률 등을 보면 국제적 기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대에 도로, 철도, 항공, 통신망, 상·하수도, 주거 등 현실적인 면에서는 세계 하위 수준인 나라가 ‘부탄’이다.


 


UN의 행복순위에서는 중위권

부탄은 2006년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의 국민행복지수 조사에서 아시아 국가 중 1위, 전 세계 국가 중 8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2010년에 유럽신경제재단(NEF)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부탄의 순위는 2016년 56위까지 떨어졌다.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통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순위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보고서를 보면 부탄은 97위로 한국(55위)보다 낮다. 2016 행복리포트에서도 1위는 덴마크였으며 한국은 58위, 부탄은 84위였다. 

유엔의 행복지수 국가랭킹은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전 세계개인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물어본 뒤 평균을 내서 산출된다. 다른 행복지수와 다른 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정부와 기업의 부패 지수’, ‘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발적 기부’ 등 6가지 요인이 행복도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회귀분석을 통해 설명한다는 점이다. 

2016년 조사를 보면 한국인 행복지수는 GDP(소득)와 건강 기대수명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탄은 ‘국가의 지원’과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 ‘관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총점은 한국이 5.835점, 부탄은 5.196점으로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표준편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표준편차 값이 작다는 것은 상당수 국민들이 비슷하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고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행복도가 양극화되어 있다는 의미다. 2016년 조사에서 부탄은 표준편차 1.294로 (낮은 걸로 )세계 1위인 반면, 한국은 157개국 중 96위를 기록했다. 

부탄과 북한은 다르다

북한 역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조선중앙TV는 북한의 행복지수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157위였다. 대표적인 독재국가인 북한 주민의 행복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북한과 부탄을 비교하며 부탄의 행복지수가 엉터리라고 평가한다. 보수진영에서 부탄을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선 전후 문재인 대통령이 부탄의 행복지수를 언급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부탄과 북한을 연결하면서 부탄을 칭찬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종북프레임에 넣는다.  

물론 북한과 부탄은 공통점이 있다. 소득수준이 낮고 각종 지표에서 세계 중하위권이며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통제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이다. 미국 CIA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부탄에 보급된 휴대전화는 약 70만대로 인구 93%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도 인구의 41.8%다. 부탄 국민은 외국 사정에 대해 북한주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반면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이며 모든 정보를 엄격히 통제한다. 

종합하면, 한때 부탄이 행복지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최근 순위는 세계 중위권이며 한국보다 낮은 결과도 있다. 즉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닌 것이다. 이렇게 순위가 떨어진 이유는 민주주의 도입과 개혁 개방,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국가 현실에 대해 젊은층이 알게된 점 등이다.

부탄을 높이 평가할 부분은 정부가 최우선 목표에 국민의 행복을 뒀다는 부분이다. 물론 부탄식 행복이 한국에 맞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단순화해 비유하자면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부탄은 ‘정서적 안정’을 행복의 기준으로 두고 있다. 둘 다 충족된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부탄을 행복의 나라라고 칭송할 필요도 없지만, 낙후된 국가라고 비판할 이유도 없다.

*2017년 9월 22일 오후 4시: 제목을 좀더 직관적으로 수정하고 독자 장제우씨가 유엔 행복보고서 역시 주관적인 평가라는 지적에 따라 정량적인 평가라는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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