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물에 녹는 유리를 만든다... 왜?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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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유리를 만든다. 그냥 유리도 아니고 물에 녹는 유리다. 도대체 왜?

LG전자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항균 작용을 하는 ‘항균 유리 파우더’, 물에 녹아 해양 생태계 복원 등에 적용 가능한 ‘수용성 유리 파우더’ 등을 생산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가 왜 유리를? 사실 유리 사업 진출은 2020년대 들어서면서 예고됐던 일이다. LG전자는 2021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고, 2022년엔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2022년 3월 LG전자는 주주총회를 통해 ‘유리 파우더 등 기능성 소재 제작 및 판매업’을 회사 경영 목적에 추가했다. 

항균 유리 파우더는 플라스틱, 섬유, 페인트, 코팅제 등 다양한 소재를 만들 때 첨가하면 항균 및 항곰팡이 성능을 갖출 수 있어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항균 소재는 코로나 이후 수요가 급증해 헬스케어, 포장, 의료, 건축자재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소재에 적용되며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유리 파우더. 출처: LG전자
다양한 유리 파우더. 출처: LG전자

LG전자는 2022년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LG 가전에 항균 유리 파우더를 적용했다. 신체와 자주 접촉하는 손잡이와 같은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할 때 첨가해 고객이 제품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LG전자는 물에 녹는 유리를 개발했다. 물에 녹는 유리는 물과 접촉하면 무기질 이온을 방출하는 데 화학물질 조성에 따라 해양 미생물 성장을 촉진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다. 미생물 생장 촉진 작용을 하는 물질을 첨가하면 바닷속 미세조류와 해조류 성장을 도와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미생물을 억제하는 성분을 사용하면 적조 현상이 발생할 때 바다에 살포하는 황토의 대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LG전자는 우선 항균 유리 파우더 사업을 필두로 신개념 기능성 소재 사업을 추진한다.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24조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복원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LG전자는 “ESG 비전인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을 실현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유리 파우더 적용제품. 출처: LG전자
유리 파우더 적용제품. 출처: LG전자

앞서 LG전자는 1996년 유리 파우더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출원한 유리 파우더 관련 특허는 219건에 달한다. 경남 창원 스마트파크에 연간 4500톤 규모의 생산 설비도 갖추고 있다.

기능성 유리 파우더는 2013년 북미에 출시된 오븐에 첫 적용됐다. LG전자는 오븐 내부의 금속 표면을 기능성 유리 파우더로 코팅해 내부 세척을 간편하게 하는 ‘이지클린’ 기능을 탄생시켰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유리 소재가 가진 고유한 한계를 뛰어넘어 활용 영역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라며 “기능성 소재 사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며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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