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잼버리는 ‘고난극복 체험’이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8.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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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관련 주장과 루머 확인해 보니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에서 폭염과 시설 미비 등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부실한 준비와 운영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면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새만금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 잼버리는 고생을 사서 하려는 고난극복 체험? → 대체로 사실 아님

민주당 소속 염영선 전북도의원은 지난 3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잼버리 관련 게시 글을 올리자 댓글을 통해 “잼버리는 피서가 아니다”라며, “머나먼 이국에서 비싼 비행기를 타가며 고생을 사서 하려는 고난 극복의 체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댓글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귀하게 자라 불평이 많다”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커졌고, 염 도의원은 4일 사과했습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 주최로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스카우트 멤버들의 합동 야영 대회이자 각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입니다. ‘잼버리’의 어원은 북미 인디언 말인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음화 된 것으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입니다.

새만금잼버리 홈페이지에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전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 축제 활동입니다. 전 세계 150여 개 회원국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참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교류와 우애를 나눔으로써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하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국제행사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2023 새만금 로고에 대해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지붕 아래 함께 모여 즐겁게 축제의 캠프를 벌이는 모습을 한국의 기와와 텐트의 모양으로 형상화하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축제의 모습을 경쾌하게 표현하였습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염 도의원이 주장하는 ‘고생을 사서 하려는 고난극복 체험’이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 '야영 축제' 등으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염 도의원은 지난 7월 27일 전북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총 57종 174개의 영내·외 프로그램이 구비돼 대원들은 모험과 도전을 통한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잼버리에 참가하지 않는 청소년, 가족을 위한 직·간접 잼버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니 피서 경유지로 한 번 들를만 하지 않겠는가.”라고 썼습니다. '고난극복체험'과 '즐거움 체험', ‘피서 경유지’ 연결도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로고
새만금 잼버리 로고

■ 문재인 정부가 유치했다? → 절반의 사실

한국은 1991년 17회 세계 잼버리를 강원도 고성군에서 처음 개최한 바 있습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2011년 4월 13일 ‘2023년 세계잼버리 예비후보지’ 공모를 시작했습니다.

2012년 4월 전라북도는 새만금을 개최 후보지로 유치에 나섰습니다.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장소는 국내에서 새만금이 유일하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도로·공항 등 인프라 구축이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 사업에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2015년 9월 한국스카우트 연맹은 전북 새만금과 강원도 고성을 실사한 결과, 새만금을 국내 후보지로 결정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3월 기획재정부는 ‘2023 세계잼버리’를 정부 차원에서 유치하기로 결정했고, 그해 8월 4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잼버리 유치를 직접 언급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잼버리 유치에 공감하고 직접 챙기면서 범정부차원의 유치 노력이 이어졌고, 2017년 8월17일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폴란드를 제치고 개최장소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개최장소가 최종 선정된 것은 맞지만, 개최 유치 노력은 2011년부터, 본격적인 정부 지원은 박근혜 정부시절 시작됐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새만금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 야당에서 이번 상황을 이미 경고했다? → 사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작년 10월에 야당에서 여가부 장관에게 배수, 폭염, 폭우, 해충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게시물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특별법령 운용, 사업계획과 예산승인, 조직위 구성 및 관리, 재정 및 인력지원 등의 주요 업무를 맡은 여성가족부에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에 대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를 디테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부처의 장관과 책임자가 혼선이 있는 조건(여가부 폐지)에서 이 행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어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또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정말 점검하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기반 시설이 지금 8월 현재 37% 공정률 아니냐”며, “이런 것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의 청소년들과 전 세계가 다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장관님 좀 인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또, 이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잼버리 본 행사 전에 점검 차 열리는 예비행사로 2022년 8월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 취소 사유가 야영장 내부 기반시설 준비 부족과 폭우로 인한 침수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준비부족 사태가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스카우트연맹 등 관련 주체들의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국감에 참석한 김 장관은 “저는 차질 없이 준비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것들은, 지금 저희가 태풍·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위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새만금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 잼버리는 온열환자가 자주 발생한다? → 대체로 사실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이전 잼버리 행사에 대한 언급과 사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전 대회에서도 온열환자 발생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1920년 7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잼버리는 한여름에 열립니다. 이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주로 7~8월에, 호주와 칠레 등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에서는 12월~1월에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또 스카우트 활동 특성상 야영을 해야 되기에 폭염에 매우 취약합니다. 이 때문에 스카우트 공식 홈페이지에도 잼버리 참가자들의 온열질환 발생에 대비하는 내용의 건강·안전 관리 준칙이 게재돼 있습니다.

제23회 세계잼버리는 2015년 7월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렸습니다. 행사 장소는 새만금과 같은 간척지인 키라라하마였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과 80%를 넘는 습도로 열사병, 탈수, 화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참가자 3만3,628명 중 3,247명(10.4%)이 병원을 찾았을 정도로 곤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조직위의 준비와 대처는 달랐습니다. 온열환자가 급증하자 야외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조직위에서 펴낸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잼버리 기간 동안 실시된 만족도 설문 조사에서 참가자의 97.7%가 매우 만족 또는 만족했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각 국 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세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 항목에서 80%대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잼버리 개최 특성상 온열환자나 폭염피해를 입을 수 있는 건 대체로 사실이지만, 대부분 충분한 대책이 마련됐고 큰 문제없이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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