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외교부장관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찬성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8.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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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과 SNS 설전
정의용·강경화 장관 발언에서 부분 발췌... 맥락 따져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두고 SNS에서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의용·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며,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 의원의 주장을 확인했습니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문 전 대통령-하태경 의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두고 SNS서 설전

두 사람의 공방은 24일 문 전 대통령이 SNS에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승한 신진서 9단 축하 글을 올리면서입니다. 게시물에는 민주당 지지자를 포함해 다수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날인데 한가하다’는 취지의 비판 댓글을 달았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 전 대통령이 이처럼 비판받고 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문 전대통령께서는 일본이 처리오염수 방류해도 한국 바다에는 영향이 사실상 없다는 걸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부장관은 IAEA 결론을 따르겠다고 했던 것이구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하태경 의원 때문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합니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이에 하 의원은 “대통령 문재인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른 사람입니까?”로 시작하는 재반박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4월 19일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강경화 전 장관은 2020년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이자 정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에 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하나도 다를바가 없습니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하태경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조건은 똑같다>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습니다. 

하태경 의원이 8월 25일 오전에 올린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조건은 똑같다'라는 게시물
하태경 의원이 8월 25일 오전에 올린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조건은 똑같다'라는 게시물

하 의원은 "정의용 전 장관이 말한 세 가지 전제조건은 '일본 정부의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시와 정보 공유, 한국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 IAEA 검증에 한국 전문가 참여'입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내건 '객관적이고 과학적 정보 제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검증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와 일치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정의용 장관 발언은 어떻게 나왔나...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신중한 태도

우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 배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4월 1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각료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공식 결정했습니다. 13일에 스가 총리가 각료회의를 통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것이란 소식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며칠전부터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스가 총리 발표 하루 전인 4월 12일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관계 장관 회의를 통해 해양 방류 기본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것과 관련, 정부는 이번 결정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외교부는 "정부는 그간 일본 측에 대해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주변국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강조해왔다"면서 "일본 측이 충분한 협의 없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투명한 정보공개, 주변국과의 협의가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스가 총리 발표 당시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4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이 열립니다. 정의용 장관은 하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방송영상 갈무리
KBS 방송영상 갈무리

정 장관은 당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반대를 한다기 보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3가지 정도를 일본에 줄기차고 일관되게 요청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정 장관은 정부의 3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정부가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시와 그런 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것, 두 번째는 더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할 것, 끝으로 IAEA 검증 과정에 우리 전문가나 연구소 대표 참여 보장 등 세 가지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의원 주장대로 오염수 방류 관련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원칙과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6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 전 장관의 발언을 직접 인용한 뒤 “3가지 조건은 올바른 방향이며 윤석열 정부도 이러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6월 8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도 "오염수처리 방류 문제는 문재인 정부 결정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라고 방송에서 말했습니다. 

외견상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시 상황과 발언의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4월 당시 한국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오염수 상태는 어떤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입장의 대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한국 정부가 검증에 참여하게 만든 뒤 시간을 벌자는 전략이었습니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세가지 조건이 다 충족됐기에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나씩 간단히 따져보겠습니다.

첫째, 충분한 과학적 근거제시.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지난 7월 최종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처리수 해양 방류 접근법과 활동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엔 오염수 방류시 발생할 수 있는 장기간 해양생태계의 변화에 대해선 아예 담겨있지 않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해양생물에 농축될 때 생물학적 영향 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되지 않은 겁니다. 

둘째, 더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할 것. 일본은 문재인 정부와는 사실상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고 일본에 우호적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올해초 한일 정상회담 이후 협의가 급진전됩니다. 한국 전문가가 직접 알프스 설비를 살펴보는 시찰도 성사됩니다. 하지만 시찰단에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했던 민간 전문가가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만을 보고 판단을 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직접 채취해 시료 분석하는 것은 일본의 반대로 시도도차 못했습니다. 이걸 충분히 사전 협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셋째, IAEA 검증과정에 우리 전문가 참여.  IAEA의 최종보고서에는 11개국 전문가가 참여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프랑스 마셜군도, 러시아, 베트남 등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게 이들은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를 주로 검증한 것이지 직접 시료를 채취한 것은 아닙니다. 라파엘 그리소 IAEA 사무총장은 7월 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문재인 정부측 인사나 민주당은 위의 세가지 대전제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 정부 인사들이나 국민의힘은 다 지켜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는 '해당 정부의 의지'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강경화 장관 발언은 원칙적인 발언이지만 미온적·소극적 대응

그럼 앞서 2020년 10월 26일에 있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도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는 원칙적으로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강조한 외교부 내부 보고 문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일본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므로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강조된 부분이 특별히 우리 입장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다만 우리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일본 측에 투명한 정보공유를 요청하면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강 장관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여야 모두 질타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실제 국감장 발언을 보면 강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게 있으나 여당 의원이 왜 더 제대로 못하느냐고 추궁하는데 따른 해명이었을 뿐 일본에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보도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맥락을 살피자면, 이 당시 한국과 일본은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혹은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던 상황이었습니다. 2020년 10월엔 일본의 해양 방류 방침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외교부에선 굳이 공격적으로 나가서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론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류를 밀어붙였을 때 막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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