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홍범도 대한민국 국적 부여한 건 윤석열 정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8.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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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육사 경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려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무엇이 옳은 것이냐”고 말하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런데 석연찮은 구석이 많습니다. 2023년에 뜬금없이 이념을 들이대는 것도 이상하지만 불과 1년 전 자신들의 행동을 뒤집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뉴스톱이 짚어봤습니다.

출처: 국가보훈처
출처: 국가보훈처

◈2022년 7월, 홍범도에게 국적 부여한 윤 정부

지난해 7월 11일 윤석열 정부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윤동주, 이제는 완전한 대한국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윤동주, 장인환, 홍범도, 송범규 등 직계후손이 없어 호적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대한민국의 적(籍)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 2009년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직계후손이있는 경우에 한해 후손의 신청을 받아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지원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직권으로 직계 후손이 없는 무호적 독립유공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보훈처는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대상 독립유공자 중에는 ’서시(序詩)‘로 널리 알려진 저항시인 윤동주 지사(’90 독립장), 일제의 침략을 적극 옹호한 스티븐스(미국)를 처단한 장인환 의사(’62 대통령장), 봉오동전투·청산리대첩 승리의 주역 홍범도 장군(’62 대통령장, ‘21 대한민국장), 광복군총영(光復軍總營)을 조직한 오동진 지사(’62 대한민국장) 등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17명을 비롯해 윤동주 지사의 고종사촌형 송몽규 지사(’95 애국장)와 홍범도 장군의 가족(부인, 1 2남)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박민식 보훈처장은 “그동안 직계 후손도, 호적도 없던 156명의 독립유공자가 대한민국 공식 서류상에 등재되는 것으로, 이는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던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의 상징적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가보훈처는 단 한 분의 독립유공자도 무적(無籍)으로 남지않도록 무호적 독립유공자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독립유공자의 헌신을 기억하고 명예를 선양하는 국가적 예우에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보훈 정책 사명” 자화자찬

다음날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로소 이분들 모두 완전한 대한민국인이 된 것이다. 지금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든 독립유공자들의 국적에 대해 중국인, 조선족 등으로 오기된 부분이 있다면 지속해서 바로잡아 나가겠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최선을 다해 예우하는 보훈 정책에 확고한 사명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8월10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선 무호적 독립유공자 156명의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완료하는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5일 뒤 광복절에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또다시 논평을 내고 “이제 후손들이 그 노력에 보답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윤석열 정부는 윤동주 지사, 장인환 의사, 홍범도 장군, 송몽규 지사 등 적(籍)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하였습니다. 일제 식민통치를 반대하며 호적 등록을 거부하고, 국외로 이주해 저항을 이어간 독립운동가들께서는 직계후손이 없어 대한민국 국적도 갖지 못했습니다. 이분들은 등록기준지가 ‘독립기념관로1’로 지정되어, 진정한 의미의 ‘대한국인(大韓國人)이 되셨습니다. 광복은 우리 선조들의 희생으로 쟁취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1년 사이 무슨 일이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바라보는 홍범도 장군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이었고, “광복을 희생으로 쟁취한 우리 선조”, “진정한 의미의 대한국인”이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8월 이런 시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비공개 시간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윤 대통령은 "(이전의 구체적인 결론 등을) 규정짓지는 않겠다"면서도 "한번 국무위원들도 생각해보자, 무엇이 옳은 것이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홍범도 장군은 항일 무장투쟁을 이끈 독립운동가이기에 그 공로를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며 “다만 지금의 육사보다는 독립기념관 같은 곳에서 기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고 여권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나중에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은 이런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긴 했습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여권의 인식 변화는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신원식 의원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신 의원은 2022년 10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신 의원은 “잘 아시다시피 공산주의자 간첩 신영복을 존경하고 6.25남침에 주역인 김원봉을 군국의 뿌리라고 하고, 공산주의자로서 물론 독립운동을 했지만, 자유시 참배 및 레닌으로부터 소련 군복과 권총을 부여받은 홍범도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 걸으라고 하고 소련 군복과 권총을 그대로 찬 흉상이다. 주적을 없애고, 제가 이야기를 들지 않더라도 공개적으로 노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을 어떻게 만들고자 한 것들은 다 드러났다. 확실한 동기를 가졌다. 힘과 동기를 가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바로 몸통이다. 저는 이야기하고 이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국군통수권자가 이 땅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국군 뿌리는 6·25 전쟁을 포함 3000여회에 걸친 북한의 침략과 도발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지킨 호국영령이다”라며 “김원봉과 홍범도는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신원식 의원이 생각하는 국군의 뿌리에는 ’항일무장투쟁‘ 및 독립운동가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정부 이전 우리 군의 뿌리 인식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와 우리 군은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을 대한민국의 첫 공식 군대로 인정했습니다. 일제에 항거한 의병까지를 국군의 뿌리로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8년 국방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역사적 뿌리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국군이 항일무장투쟁을 계승했다는 명확한 선언이 없었습니다. 2015년 CBS 노컷뉴스 보도를 살펴봅니다. 당시 공군을 제외한 육군, 해군은 임시정부 광복군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연혁에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방부 산하 군사편찬연구소 김경록 연구위원은 “의병, 독립군, 광복군의 군사적 전통 아래 국군이 창설됐다는 게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다. 결코 광복군의 의미를 경시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창설이란 ‘법적 절차’가 정부 수립 뒤 이뤄졌다는 점을, 육·해군은 냉정하게 보는 것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공군 홈페이지
출처: 대한민국 공군 홈페이지

윤석열 정부는 국군의 뿌리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국방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육해공군의 홈페이지를 통해 연혁을 살펴봅니다. 육군 연혁은 1946년 1월15일 미 군정 하 남조선 국방경비대 창설부터 언급됩니다. 해군은 1945년 8월21일 해사대 조직이 첫머리에 나옵니다. 공군만 “대한민국 공군의 태동(胎動)은 1910~20년대 일제로부터 잃어버린 주권을 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된 '독립운동'에서 그 맥(脈)을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국군은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과 광복군의 근간이 됐던 무장항일운동을 계승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는 국방부 장관이 나올까 굉장히 우려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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