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길고양이는 유해동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9.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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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길냥이 보호조례로 논란 재연

충남 천안시가 전국 최초로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를 만든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천안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조례안 예고를 통해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천안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몰려 찬성과 반대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출처: 천안시의회 홈페이지
출처: 천안시의회 홈페이지

①팩트체크: 천안시 길고양이 보호 조례안 전국 최초?

천안시의회 길고양이 보호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천안시민이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시행할 책무를 시장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시민은 천안시 정책에 협력하고 길고양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시장이 3년마다 길고양이 보호·관리 계획을 세우고, 길고양이 개체수를 적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의 실시 근거를 마련했고,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길고양이 급식소'라는 문구가 포함된 지자체 조례를 검색했다. 191건이나 검색된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전국 지자체의 조례를 확인할 수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파악한 결과 ‘길고양이 보호 조례’로 이름 붙은 관련 조례는 없습니다. 천안시의 해당조례가 첫 사례라고 볼 수도 있죠. 그러나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과 급식소 설치 의무를 규정한 조례는 굉장히 많습니다. 서울 강동구는 2013년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전국 최초로 길냥이 급식소를 만든 곳이기도 하죠. 2013년 조례에는 길냥이 중성화 사업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고 2017년 개정 때 길냥이 급식소 설치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후 서울특별시와 각 자치구로 유사한 내용의 조례가 확산됐습니다. 경기도 등 광역 자치단체도 비슷한 조례를 만들어 길냥이 중성화와 급식소 설치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내용 면으로 봤을 때는 ‘전국 최초’라고 하기에 좀 멋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②팩트체크: 고양이는 유해동물? 

2023년 9월6일자 이데일리 <“보호해야” vs “유해조수” 길고양이 조례안에 찬반대립>기사를 살펴봅니다. 반대측 의견 중 하나로 “야생고양이는 번식력이 엄청나서 세계적으로 유해조수로 지정됐다”며 “한국 역시 야생고양이는 1급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있다. 왜 고양이만 유독 세금으로 중성화시키고 밥 주면서 보호해야 하느냐”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유해조수는 현재 쓰이지 않는 용어입니다. 현재는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야생생물법 2조는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을 유해야생동물로 정의합니다. 고양이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만, 24조에서 관리대상인 야생화된 동물을 정의합니다.  내용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野生化)된 가축이나 반려동물로 인하여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그 가축이나 반려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ㆍ고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고양이는 여기에 해당됩니다.  환경부 고시는 "야생동물 및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데일리 보도처럼 '1급 유해조수'는 아니지만, 야생동물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는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돼 있고, 포획, 사살 또는 중성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34조는 주인을 잃어버리거나 버려진 동물을 발견하면 지자체가 구조·보호하도록 정합니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구조 대상이 아닙니다.  시행규칙 14조는 구조·보호조치 제외대상 동물을 정하는 데요.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하여 포획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를 제외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길고양이는 원래 길에서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따로 구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죠. 

길고양이가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준다면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포획 후 조치돼야 할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간다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그냥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따로 구조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정의됩니다. 만약, 길고양이를 함부로 죽이거나 고통을 주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②길냥이 보호론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를 갖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들도 생명이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천안시 길냥이 보호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복아영 시의원은 2021년 11월 천안시의회 본회의에서 “천안시도 길고양이 관련 정책 및 사업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길고양이와 공존도시 및 생명 존중도시로 나아가길 바랍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길에 사는 고양이도 생명인데 본래 습성을 유지하면서 괴롭지 않게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입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동기로는 동정심,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사명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③길냥이 보호 반대론 

반대로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양이로 인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고양이 때문에 주차해놓은 차량이 손상된다든지, 고양이 울음 소리 때문에 피해를 당한다든지 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합니다 먹이를 찾는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를 헤집는 사례도 있구요, 야생조류 애호가들은 고양이가 새를 사냥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왜 길고양이에게만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며 다른 동물과의 형평성을 제기하기도 하구요. 길고양이에게 투입할 세금을 빈곤층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④적정 개체 유지? 가능한가?

이번 천안시조례안을 비롯해 길고양이 관리 정책을 가진 지자체들의 기본 입장은 ‘개체수를 적정하게 관리하겠다’ 입니다. 그러나 도대체 어느 정도 면적에 몇 마리가 살아야 적정한지를 판별할 기준은 없습니다. 고양이가 드글드글 많아져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할 정도, 또는 영역 다툼이 벌어져 소음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정도라고 이야기 하는데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먼저 고양이 서실 실태와 생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적정 개체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중성화 수술을 꼽습니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수컷은 거세시키고, 암컷은 자궁을 적출하는 방식으로 번식 능력을 제거한 뒤 원래 자리에 풀어주는 겁니다.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려면 포획해서 안락시시키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고양이는 영역을 지키는 동물이라서 한 영역을 차지했던 고양이가 사라지만 다른 지역에 있던 고양이가 들어와 세력권을 새로이 형성한다는 게 고양이 옹호자들의 주장입니다. 길고양이를 박멸하는 것은 윤리적이지도 않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⑤갈등의 이면에는...

길고양이 문제 못지 않게 캣맘과 안티캣맘의 충돌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활동이 길고양이 개체수를 늘리고 고양이로 인한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는 게 안티캣맘의 주장입니다. 여기에 일부 캣맘들이 먹이를 주고 쓰레기를 방치하거나, 제멋대로 설치한 급식소를 관리하지 않아 흉물로 변하는 등 도시미관을 해치는 문제도 생겨납니다.

안티캣맘의 주장은 단순합니다. ‘그렇게 고양이가 좋으면 집으로 데려가서 키워라’, ‘길고양이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는 캣맘이 보상하도록 해라’ 이 정도로 요약됩니다.

출처: 노원구서비스공단 홈페이지
출처: 노원구서비스공단 홈페이지

결국 인간이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지 않고는 생존을 유지할 수 없는 동물은 진정한 의미의 ‘야생동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말라고 하는 맥락과 마찬가지입니다. 길고양이들도 도시 생태계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에겐 유감스럽지만 인간 세상은 ‘인간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을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합니다.

⑥해법은?

근원적인 해결책은 현재 길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고,  새롭게 버려지는 고양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길고양이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무제한적으로 번식이 장려돼서도 안 됩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은 엄격한 동물등록제 실시입니다. 현재 반려목적으로 기르는 개는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원하는 사람만 등록합니다. 이를 모든 반려동물로 확대하는 겁니다. 버려지는 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동물반려 허가제를 도입해 기본 소양과 동물복지 제공 능력 여부 등을 따져 요건을 갖춘 사람들만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이미 버려진지 오래이거나 길에서 번식된 개체들은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중성화를 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미국 수의학협회(AVMA)는 중성화되지 않은 길고양이에게 공공 급식을 실시하지 않도록 권고합니다.

마을 단위로 공론화 작업을 벌이고 의견이 모아진 곳에 한해 고양이 먹이주기를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을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은 길냥이로 인해 다른 이웃이 피해를 받는지 살펴야할 책임도 갖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추천하는 올바른 길냥이 보살핌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길냥이 돌봄 이런 행동은 자제해 주세요

1. 봉지밥 주기 : 바람에 날리는 봉지는 쓰레기가 됩니다

2. 바닥에 고양이밥 뿌리고 가기: 남은 먹이가 부패해 위생상 문제를 일으킵니다.

3. 중성화 없이 먹이와 간식만 챙겨주기: 개체수 조절에 도움이 되는 TNR을 진행해 주세요.

4. 급식소 위에 판자나 적재물 쌓아놓기: 폐기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5. 사람이 먹는 음식물 급여: 사람 음식은 고양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매일 깔끔하게 밥그릇, 물그릇을 관리하고 급식소 주변을 청소하며 영양제도 잊지 않고 챙겨줍니다.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지자체도 조례를 만들거나 길냥이 보호 관련 정책을 실시할 때 찬반 양론을 잘 살펴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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