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스무디보다 탕후루? 당 함유량 따져보니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3.09.19 1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라탕후루, '마라탕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일컫는 말입니다. 배달앱에서 탕후루 검색량이 올해 1월에 비해 7월 47.3배 늘었을 만큼 탕후루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과일꼬치에 설탕 코팅을 입혀 만든 중국 간식 탕후루는 우리나라에서 귤, 포도, 토마토 등 여러 과일 메뉴가 추가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탕후루 열풍이 거센 만큼 당 과잉섭취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당류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 위험도는 1.39배 높아지고, 후천성 당뇨병은 물론 여러 암의 위험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겉으로만 봐도 당 함유량이 많을 것 같은데 설탕세 같은 당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와 관련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탕후루의 당류가 스무디, 탄산음료에 비해 적다는 글의 내용이 여러 제목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탕후루의 당류가 스무디보다 적다고 할 수 있을까요? 두 제품의 당 함유량을 확인해봤습니다.

 

한국 어린이·청소년 당 섭취 WHO기준보다 높아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발행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는 하루 권장 당류(첨가당)를 총 에너지양 대비 1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루 2,000kcal 정도의 음식을 섭취한다고 할 때, 200kcal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설탕은 1g당 4kcal의 열량을 갖고 있으므로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하루 적정 당류를 계산하자면, 50g에 해당합니다.

WHO도 하루 당류 섭취 권고량을 하루 섭취 칼로리의 10%에서 5% 정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WHO의 하루 당섭취량은 하루 칼로리 권장량의 10%지만, 2020년 발행된 WHO 뉴스룸 게시물에 따르면, 당류를 총 에너지섭취량의 5%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당 섭취 현황은 어떨까요. 질병관리청에서는 국민의 건강 및 영양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 제16조에 따라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는 가장 최근 발행된 '2021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의 당류 섭취 수준을 분석했습니다.

한국인들의 가공식품 섭취를 통한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36.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고기준인 50g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령 및 성별로 세분화해보면 '6세~11세'와 '12~18세' 여성의 경우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각각 51g, 56g으로, WHO 권고기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카페 스무디 한 잔, 탕후루 한 꼬치보다 당 두 배 이상 많아

탕후루의 영양성분은 어떨까요? 국내 유명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영양성분 분석자료(2023년 8월 검사분)에 따르면, 해당 업체 탕후루의 당류는 과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보통 한 꼬치(중량: 53g~109g)당 포함된 당류는 10~25g 정도였습니다.

탕후루 한 꼬치의 당류는 블랙 사파이어 탕후루의 당류가 24.7g으로 가장 높았으며, 애플포도 22.3g, 파인애플 21.5g, 샤인머스켓 21.1g, 스테비아토망고 20.9g, 거봉 15.6g, 귤 14g, 블루베리 13.5g, 딸기에는 9.9g의 당류가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파는 스무디 한 잔에 포함된 당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국소비자원, 프랜차이즈 음료 영양성분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

작년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음료 전문점 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일·초콜릿류를 첨가한 스무디·에이드류 29개 제품의 평균 당류 함량은 65g에 달했습니다. 탕후루 꼬치 하나, 스무디 한 잔인 '제품 한 개'를 기준으로 볼 때는 카페 스무디 한 잔에 탕후루의 두 배 이상 당류가 함유된 것입니다.

 

당 많은 어린이 과일 음료.. 탕후루는 더 많아

하지만 카페 스무디 한 잔에 비해 탕후루 한 꼬치의 당류가 낮다고 해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먹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어린이음료 품질비교 시험결과 보도자료
한국소비자원, 어린이음료 품질비교 시험결과 보도자료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음료 품질 비교시험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과일 음료 10개 제품에 대한 시험검사 결과 1병(팩)당 당류는 평균 12.2g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당이 많다고 알려진 어린이 과일 음료의 당류가 블랙사파이어 탕후루 당류의 절반인 셈입니다. 

블랙사파이어 탕후루 한 꼬치의 당류는 24.7g으로 콜라 한 캔(250ml)에 들어가 있는 당류(27g)와 비슷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탕후루 하나만 먹어도, 하루 권장 당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식생활연구소 푸드림 임연정 영양사는 "요즘 단짠단짠(단것을 먹고 난 후 짠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의 말)을 유발하는 식품은 입맛을 자극적으로 변화시켜 미각을 둔하게 만들고 있다"며 "영양상 가장 좋은 건 식품 본연의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탕후루 여러 개를 쌓아두고 먹는 ‘탕후루 먹방’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루 세 끼의 기본식사만으로도 충분한 양의 당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탕후루·스무디처럼 많은 양의 당을 함유한 간식 섭취는 절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이미 하루 권고기준을 초과한 양의 당을 섭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