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포시민 61% 서울편입 반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11.1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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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서울 인접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메가 서울’론을 총선 전략으로 밀고 있습니다. 그 시발점이 됐던 곳이 경기도 김포시죠. 처음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인 홍철호 전 의원입니다. 지난 9월 첫 보도가 나온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김포 서울 편입을 여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11월 초부터 입니다.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서울시 편입 여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서울 편입에 관한 김포시 여론이 굉장히 많이 보도됐습니다. 어떤 조사에선 찬성이 우세한 걸로, 다른 조사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왜 이렇게 여론이 엇갈리고 있을까요? 각각의 조사들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출처: 다음 뉴스 검색
출처: 다음 뉴스 검색

◈김포 주민 61% 반대

11월 12일자 주요 언론들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김포시민 61.9% “서울시 편입 반대”>(경향신문), <김포 시민 61.9% “서울 편입에 반대”>(서울신문), <“김포시민 61.9%, 서울편입에 반대” 리얼미터 여론조사>(뉴스1) 등 굉장히 많은 매체가 이 여론조사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리얼미터는 경기도 의뢰로 11월 2~5일 모두 3004명의 경기도민이 응답한 조사 결과라면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김포 등 서울근접 중소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입니다. 여기에 대해 경기도민 10명 중 6명 이상인 66.3%(반대하는 편 13.2%, 매우 반대 53.1%)가 서울시 편입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서울 편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의 비율은 29.5%(매우 찬성 18.1%, 찬성하는 편 11.4%)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4.2%였습니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는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건 역시 김포시민의 의견이겠죠. 김포시민들은 36.3%가 찬성, 61.9%가 반대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출처: 리얼미터
출처: 리얼미터

◈김포 주민 몇 명이나 조사했나?

3004명의 경기도민이 응답자인 이 여론조사에서 과연 김포시면은 몇명이나 응답을 했을까요? 리얼미터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김포시 거주자는 200명 남짓한 규모로 응답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200명 정도를 조사하면 전체 김포시민의 의향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걸까요? 리얼미터 관계자는 “표본이 50명을 넘어가면 통계적으로 찬성 반대가 많고 적다고 이야기 할 정도는 된다”면서도 “표본이 적을수록 오차범위가 넓어져 찬성과 반대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조사는 어땠을까요? 여론조사업계에 따르면 리얼미터 조사의 김포시 응답자는 155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오차범위는 ±7.9%p 입니다. 찬성과 반대 응답률의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그러니까 15.8%p 이상이면 이 조사는 의미를 가집니다.

김포시민 찬성률은 36.3%, 반대율은 61.9% 이니 격차는 25.6%p 입니다. 이 조사는 통계로서 유의미합니다. 만약 격차가 15.8%p 이내였다면 찬성이 많냐 반대가 많냐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이 수치를 놓고 전체 김포 시민들의 정확한 의사를 반영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또는 현상 유지)이라는 정책 결정을 위한 여론 조사로 활용되기엔 더욱 무리가 따릅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김포 시민의 서울 편입에 대한 정확한 의향을 파악하려면 표본을 늘리고 모집단과 최대한 유사하게 샘플링을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 조사의 한계를 자인했습니다.

 

◈왜 공표했나?

이 조사는 애초에 김포시민의 서울 편입 찬반을 묻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경기도의 의뢰로 다른 조사를 하던 중에 경기도가 해당 문항을 넣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리얼미터 쪽에선 경기도민들이 서울 편입에 대한 반대 의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는데, 언론이 김포시 부문만 부각시켜 보도했다고 변명합니다. 그러나 리얼미터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리얼미터는 “경기도의 의뢰가 있었고 언론에 발표해달라고 요구해와서 자료를 배포했을 뿐”이라며 “김포시의 반대의견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참고하는 정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반대가 많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워 보도자료에서도 세부 시군별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리얼미터 보도자료에선 “찬성 의견은 최근 편입 지역으로 거론되는 광명시(47.4%), 구리시(41.5%), 하남시(38.5%), 김포시(36.3%) 등에서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언급돼 있을 뿐입니다.

 

◈국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의 황당 통계

이 조사에 대해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인 홍철호 전 국회의원은 13일 인천·경기지역 매체인 현대일보에 “경기도 여론조사는 31개 시·군에 3000명의 표본수를 적용해 1개 기초단체에 100명씩 조사한 셈”이라고 밝히고 “여론조사를 하려면 김포, 구리, 하남, 고양, 부천, 광명시 등을 중심으로 할 것이지 31개 시·군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여론형성을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이 발언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홍 전 의원은 여론조사의 기본과는 전혀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지난 9월 10일에 시민 2500명을 모시고 체육관에서 교육을 하면서 현장 설문조사를 했다"며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1750명이 응답했고 그 중 85%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장 조사를 한 거니까, 그랬더니 대체적으로 시민들 의견이 '최선이 서울시 편입이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다"면서 "그걸 제가 당 지도부에 설명드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나온 조사일까요?

시민언론 민들레(11월4일자)와 인터넷신문 세이프타임즈(11월3일자)는 각각 이 조사가 국민의힘 지역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민들레는 “그가 설문조사를 벌였다는 '체육관 교육'의 정식 명칭은 '2023 국민의힘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이다. 지난 9월 10일 김포시 마산동 소재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렸으며 국민의힘 당원 약 2000명이 체육관 1층과 2층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즉, 이 자리는 순전히 국민의힘 내부 행사였던 것이다. 현장에 모인 열혈 당원들을 상대로, 그것도 김포가 서울에 편입돼야 한다는 교육을 한 뒤 즉석 설문조사를 벌이고는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고 선전했다. 이는 확대 해석 정도가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찬성 비율이 100%가 아니라 84%에 그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포시 찬성 여론 90% ???

김포시도 김병수 시장을 필두로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포시는 [서울 편입, 무엇이 좋아지나] 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시리즈를 통해 편입 찬성 여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김병수 시장은 ‘소통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주민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서울시 편입과 관련된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대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포시 관계자는 최근 관내 김병수시장의 공론화 현장 분위기에 대해 “서울 편입 찬성 여론이 90% 이상으로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경기도 여론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도저히 그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별다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김포시+국힘 VS 경기도+민주

현 시점에서 김포시민 중 서울 편입을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하게 나타내 준 여론조사는 아직 없습니다. 국민의힘과 김포시청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바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경기도청과 민주당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곱게 보지 않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모면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총선 전략’이라고 보는 겁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역의 행정구역 변동을 원하는 지역 주민의 정확한 민심입니다. 속 시원하게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좋겠지만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지가 걱정이고, 주민투표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게 여론조사입니다. 여론조사의 성패는 모집단의 특성을 얼마나 잘 반영해 표본을 추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김포시 주민들도 서울로 출근하면서 아파트에 사는지,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농업에 종사하는지 등에 따라 서울 편입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겁니다. 이런 특성들을 얼마나 실제와 가깝게 포착할 수 있도록 표본을 추출하느냐가 문제란 말이죠.

지금 나도는 이야기들처럼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거나 극소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전체 김포시민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우기면 안 될 말이라는 뜻입니다. 김포시는 서울편입에 무게를 두고 서울시로 편입됐을 때 좋아질 일을 홍보합니다. 반대로 경기도는 서울편입으로 잃게되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론화는 필수적인 과정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합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주) 이사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공론화 작업은 반드시 공정하게 찬반 측 의견을 모두 종합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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