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플라스틱 빨대는 분리배출해도 일반 쓰레기?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11.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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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을 포기했습니다. 당초 오는 24일부터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을 제공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이후 후폭풍이 일자 환경부 장관은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인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부드러운 방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의 정책 변경 이후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가는 손님들에게도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주고, 곧 없어질 것 같았던 플라스틱 빨대도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플라스틱 빨대 재활용 안 된다?

환경단체와 언론들은 일회용품 줄이기 포기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일보는 22일 <‘한 번 쓰고 휙’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 연 24억개, 재활용도 안 돼> 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할 부분은 ‘플라스틱 빨대는 재활용이 안 된다’는 언급의 사실 여부입니다.

플라스틱 빨대는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 재질입니다. 음식을 담는 배달 용기가 이 재질이죠. 음식 배달 용기는 분리배출에 해당되는데 왜 플라스틱 빨대는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할까요? 분리배출과 재활용 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출처: 한국소비자원

우리가 내놓는 재활용 폐기물은 선별장으로 갑니다. 이 선별장에서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골라냅니다. 트럭에서 내려진 재활용 폐기물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합니다. 폐기물이 이동하는 동안 작업자들이 '돈이 되는 것' 위주로 골라냅니다. 당연히 단가가 낮은 것은 골라지지 않죠. 남는 것은 일반 폐기물로 분류돼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갑니다. 단가가 높은 것은 투명PET와 금속입니다. 복합재질 폐기물과 이물질이 묻은 것, 부피가 작은 것은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복합재질은 재활용 공정에 들어가면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재생공장에서 단가를 좋게 쳐주지 않습니다. 이물질이 묻은 것도 마찬가지죠. 부피가 작은 것들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기 어렵습니다. 빨대가 그렇습니다. 만일 잘 헹군 빨대만 따로 산더미처럼 모아놓는다고 한다면 재생공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버려지는 낱개의 빨대는 하나하나 골라내기가 불가능합니다.

출처: CJ제일제당
출처: CJ제일제당

◈즉석밥 용기는 재활용되나?

플라스틱 용기 어딘가에 <OTHER>라고 쓰인 제품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주로 복합 재질로 만들어진 용기에 이런 마크가 붙습니다. 대표적인 게 즉석밥 용기 등 장기간 보존하는 식품인 경우에 많습니다. 음식물이 산소와 접촉하면 상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산소 투과를 차단하는 필름을 가운데 끼워넣은 3중 구조로 만듭니다.

상온에서 오래둬야 하는 화장품 용기도 대부분 복합재질로 만들어 <OTHER>로 표시됩니다. 이런 재활용 폐기물이 선별장에선 환영받지 못합니다. 재생공장 입장에선 복합재질이 섞여들면 재생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별장에선 <OTHER>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다시 말하면, <OTHER> 표시된 재활용 폐기물을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선별장에 들렀다가 소각장 또는 매립장으로 가게 된다는 거죠. 이럴 바엔 애초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면 곧바로 소각장 또는 매립장으로 가게 되니까 그만큼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OTHER>로 표시된 경우에도 대량으로 동일 제품을 모으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CJ제일제당은 수도권 소재 이마트 전 매장과 롯데마트 매장 10곳에 햇반 용기 수거함을 설치해 용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가 CJ제일제당의 자사몰인 CJ더마켓에서 햇반과 수거 박스가 함께 담긴 기획 세트를 구입한 뒤, 사용한 햇반 용기 20개 이상을 모아 박스에 담아 보내는 방식입니다. 박스에 있는 QR코드만 찍어 신청한 뒤 집 앞에 두면 CJ대한통운이 이를 회수해간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출처: 한국소비자원

◈선별장에서 실제 버려지는 것들은?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12월 펴낸 <재활용품 선별시설 실태조사> 라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충청북도내 공공 선별시설 4곳의 실태를 조사한 건데요. 선별 시설에서 골라내지 않는 잔재물의 재질과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조사 결과 4곳에서 모두 폴리스틸렌페이퍼(PSP), 시트류(PET), 기타·복합재질(OTHER) 포장재는 선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ET시트류는 도시락 뚜껑, 과일 포장재, 테이크아웃 컵에 사용되는 투명 판 형태인데요. 이런 용기류는 PET뿐만 아니라 PP등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아서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선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PSP는 스티로폼접시 형태로 많이 만들어지는데요. 마트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올려놓은 뒤 랩으로 감싸서 판매하잖아요. 그 받침 또는 접시 부분이 PSP입니다. 복합재질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별하지 않는다고 하구요.

소비자원은 선별장 작업자 50명을 대상으로 선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물었는데요. 선별하기 힘든 분리배출 유형으로는 세척되지 않아 이물질·오물 등으로 오염된 경우(58%)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 뒤로 ‘뚜껑, 빨대와 같이 크기가 작은 품목’(12%), ‘불투명 비닐에 담겨 내용물 파악이 힘든 경우’(8%) 순이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는 선별한 뒤에 부피를 줄이기 위해 감용기라는 장치에 넣는다고 하는데요. 이 작업 전에 테이프, 운송장, 쓰레기를 제거하는데 일일이 작업자의 손으로 해야한다고 합니다. 가정에서 스티로폼 박스 분리배출하실 때 꼭 제거해서 내 놓아야 합니다.

출처: 환경부
출처: 환경부

◈암만 '비헹분섞' 해봐야 뭐하나

비, 헹, 분, 섞 아시나요? 정부가 분리배출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줄임말입니다. 내용물은 비우고, 헹궈낸 다음, 분리해서, 섞지 말고 잘 배출하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비우고, 헹구고, 분리해서, 섞지 않고 잘 배출해도 선별장에서 골라내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소비자원 보고서에 나오는 것처럼 크기가 작거나, 복합재질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즉석밥 먹은 다음에 잘 씻어서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소각장 또는 매립장으로 간다는 이야깁니다.

결국 소비자만 봉입니다. 즉석밥을 먹은 뒤에 내가 쓴 용기가 재활용되도록 하려면 마트에 설치된 전용 수거함까지 가져다줘야 합니다. 플라스틱 빨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무리 잘 헹궈서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도 결국엔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사회적으로 비용을 투입해 고가의 자동선별기를 도입하거나, 전용 수거함을 많이 많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용 부담을 누가 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납세자도, 기업도, 지자체도 여기에 돈을 쓰고 싶어하는 주체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유예기간을 두면서까지 이를 정책적으로 규제하려고 했지만 포기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자영업자들의 일회용품 감량 지원 정책에 투입하면 어땠을까요? 결국엔 선택의 문제이고 유권자의 몫으로 환원됐습니다.

국제사회에선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목표는 내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겁니다. 현재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까지 진행된 상황으로 마지막 협상위원회로 예정된 5차 위원회는 내년 11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언제까지 소상공인 자영업자 핑계를 대면서 국제사회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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