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최종 합격 후 입사 취소 통보, 보상 가능?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1.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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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을 받았다 돌연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30대 A씨의 사연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22일 KBS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제주도의 대형 복합리조트 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 반년 만에 합격한 새로운 직장인 데다, 서울을 떠나 제주로 이주해야 했기 때문에 A씨는 입사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캔디 KANDY_KBS제주 유튜브 채널 갈무리
캔디 KANDY_KBS제주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러나 연봉 협상까지 마치고, 입사 날짜까지 전달 받은 A씨는 출근 2주를 앞두고 회사 인사 담당자로부터 입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채용이 중단됐고, 이에 따라 입사를 상당 기간 보류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회사는 입사 취소까지 통보했다. A씨는 입사를 위해 다른 회사의 입사 제안도 거절하고, 서울 아파트 계약도 파기한 상황이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회사 측은 의사소통의 문제였다며, A씨에 대한 채용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입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댓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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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기사 댓글을 중심으로 공분이 일었다. 한 댓글은 "노동부에 신고하면 부당해고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반박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과연 최종 합격 후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을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입사 전이라도… 채용내정 시 ‘근로계약’ 성립

채용 절차를 통해 최종 합격 통지를 받은 자가 출근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채용내정’이라고 한다. 보통 입사 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므로, 채용내정 기간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회사가 채용내정 통지를 하면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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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 계약의 성립은 청약과 승낙으로 이뤄진다. 대법원은 2000년 판결을 통해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 ▲사용자의 모집을 ‘청약의 유인’으로 ▲근로자가 서류전형 및 면접 절차에 응모, 응시하는 것을 ‘청약’으로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서류전형 및 면접 절차 등을 거친 후 행하는 채용 내정통지(최종 합격통지)를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 봤다.

따라서 대법원은 “사용자의 채용내정자에 대한 채용 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됐다면, “채용내정 시부터 정식발령일까지 사이에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돼 있다”고 판단했다. 즉,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나 출근 여부와 상관없이 채용내정의 통지 및 최종합격자 통보만으로도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됐다고 본 것이다.

 

◆합리적 이유 없는 합격 취소는 ‘부당해고’

이 때문에 사용자가 최종 합격 통보 이후 합격을 취소할 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 제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해 합격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합격의 경위, 근로자가 담당할 업무의 내용과 성질 등에 비춰 볼 때 채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볼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하며, 사회 통념상 타당한 이유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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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해고를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의 상황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비정규근로자, 채용내정자를 우선적 해고 대상으로 삼는 건 인정된다. 법원은 1999년 판결에서 채용내정자의 근로계약은 성립되지만, “현실적인 노무의 제공을 하지 않은 상태로서 근로관계에서의 밀접도가 통상의 근로자에 비하여 떨어져 기존의 근로자들에 비하여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에 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합격 후 채용을 취소하는 건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 법원은 2003년 “회사는 당초 채용계획 과정에서부터 회사의 사업의 내용 및 규모, 그 진행 전망 등 제반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채용할 직원의 수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합격 통보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채용 대상 부문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등의 사유로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경우, 합격 근로자가 해당 회사에 정식 채용될 것을 기대하여 다른 취업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구제신청 통해 복직 가능… 손해배상 청구도

그렇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합격 취소 통보를 받을 경우 어떻게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르면,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판단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할 수 있다. 구제명령 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회사에 복직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다만, 입사를 하더라도 부당한 처우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거나, 이미 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경우라면 복직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입사 취소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나 기대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지원자가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 출근 전이라도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채용내정’ 상황에서 합격을 취소할 경우 ‘해고’에 해당한다. 해고는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가 아니라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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