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유아 비행기 태우면 학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12.0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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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비행기 태우는 게 학대인 이유’, ‘영유아 비행기 태우면 안 되는 이유’, ‘청각 관련 업계 종사자가 말하는 영유아 비행기 태우는 게 학대인 이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모은 게시물들입니다. 자극적인 제목이어서 그런지 조회 수 13만회가 넘는 것도 있었습니다. 뉴스톱이 관련 내용을 확인해 봤습니다.

인터넷 게시물 갈무리
인터넷 게시물 갈무리

세 게시물은 모두 같은 내용의 글 이미지를 공유했는데, 원 출처를 밝힌 곳은 없었습니다. 게시물 본문은 청각관련 전문종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성장이 끝나지 않은 아이들은 비행 시 귀에 전해지는 압력에 더욱 취약하고, 표현을 못하는 영유아의 경우 부모의 부주의나 방심으로 나중에 귀 질환을 앓을 수 있으니 적어도 6~7세까지는 비행기 탑승을 자제하라’고 강하게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흔한 중이염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는 외이-중이-내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중 고막에서 와우(달팽이관)까지의 부분을 '중이'라고 합니다. 공기로 차 있는 중이강은 일정한 기압을 유지하여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데, 중이강 내 기압이 대기압과 같을 때 소리 전달 효율이 가장 높습니다.

중이염이란 중이 내에 일어나는 모든 염증을 의미하며 임상 양상에 따라 급성중이염, 삼출성중이염, 만성중이염, 항공성중이염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이염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지만, 중이의 환기장애와 세균 감염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유아나 어린이가 중이염에 더 취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중이염은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세균성 감염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중이염 환자 105만8754명 중 10대 이하가 약 48%로 나타났습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생활 속 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중 9세 이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어린이가 성인보다 중이염에 더 취약한 이유는 아직 성장기인 아이들은 귓속 이관(귀인두관 또는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이 상대적으로 짧고 수평이어서 세균·바이러스에 잘 노출되고, 어린이의 면역 체계는 아직 미완성 상태여서 세균‧바이러스에 잘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압 변화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항공성 중이염'

화제가 된 게시물 본문에서 언급한 상황과 증상은 ‘항공성 중이염’에 대한 내용입니다. 2010년 7월 발간된 한국항공우주의학회지 19권 3호에 실린 인하대 오윤석·최정석·장태영·김규성의 ‘항공성중이염’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항공성중이염은 기압 변화가 일어나는 비행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통상 고실내 공기와 실내 공기의 기압차에 의하여 급성으로 나타나는 중이염을 의미한다. 항공기의 고도가 높아지면 이관을 통해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게 되나 비행기가 하강할 때 발생하는 음압이 기체가 하강하여 주변기압이 상승하는 동안 기압 평형 상태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고막혈관의 울혈과 삼출성 혹은 출혈성 액체의 중이강 내 저류의 형태로 흔히 나타난다.”

이처럼 항공성 중이염은 갑작스런 기압변화로 발생합니다. 귀 안의 압력을 대기와 동일하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이관이 정상적일 때는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감기에 걸렸거나 비염, 축농증이 있는 사람은 항공성 중이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관이 덜 발달된 어린이, 특히 유아의 경우 이관이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행기 이착륙시 기압 차이를 더 강하고 예민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미 귀 질환 있는 경우에 증상 나타날 수 있어

하지만 모든 아이에게 항공성 중이염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1998년 <Aviation, Space, and Environmental Medicine(항공, 우주 및 환경의학)>에 게재된 ‘Point prevalence of barotitis in children and adults after flight, and effect of autoinflation(비행 후 어린이와 성인의 기압염 유병률 및 자동 팽창 효과)’ 연구에 따르면, 비행 후 승객 가운데 성인의 10%와 어린이의 22%가 기압염(항공성중이염) 징후를 보였는데, 이전의 귀 통증 및 코 막힘이 관련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ubMed 갈무리
PubMed 갈무리

비행 후 항공성중이염 증상을 보인 어린이는 5명 중 1명 정도였는데, 대부분 이미 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경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원장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해당 게시글은) 지나치게 과장됐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좀 더 취약하거나 증상을 더 잘 느낄 수는 있지만 평소 (귀질환 등)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면 대부분 비행 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방이나 현장조치로 대부분 해결

박홍준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은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거나 비행 중 기압차로 인한 이상 증세가 걱정된다면 몇 가지 예방조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 직전에는 껌을 씹거나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되고, 비행 중에 귀가 먹먹할 때는 입을 크게 벌리거나 하품, 혹은 무언가 삼키면 증상이 개선됩니다. 특히 손가락으로 코를 막은 후 콧바람을 부는 건 가장 잘 알려진 대처법입니다.

영‧유아나 어린이는 인공 젖꼭지를 물리거나 물‧껌‧사탕을 주면 먹먹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빨거나 삼키는 작용은 이관을 자주 열어주어 압력변화로 이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귀마개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귀마개는 소음을 차단해주기도 하지만 외이와 내이의 압력을 조절해 귀의 통증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습관적인 귀 통증이 발생하거나 감기와 비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이전에 중이염을 앓았다면 더욱 사전예방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정리하면, 비행기 이착륙 시 급격한 고도변화로 기압이 갑자기 변해 먹먹함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영유아나 어린이가 더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할 수 있지만 대부분 얼마 후 회복됩니다. 하지만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먹먹하고 큰 통증을 느끼거나 비행 후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항공성 중이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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