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하면 휴대전화 가격 내려갈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4.01.2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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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처럼 일부만 혜택 받거나 통신3사 보조금 경쟁 없을 수도
국회 법률개정사안, 총선 앞둔 포퓰리즘 지적도

정부가 22일 열린 민생 토론회 ‘생활규제 개혁’을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발표 이후 일부 언론은 “단통법 폐지로 휴대폰 싸져”라는 문구를 기사제목에 넣으며 기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관련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갈무리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갈무리

‘소비자들에게 고른 혜택주겠다’고 제정된 단말기유통법

2012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속칭 ‘갤럭시S3 대란’이 있었습니다. 출고가 99만4000원이던 갤럭시S3가 일부 유통대리점에서 17만원에 팔렸습니다. 통신 3사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일부 대리점에만 단기간 풀리는 과다 지원금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해당정보에 익숙한 층은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2010년에는 당시 최고가인 179만3천원에 출시됐던 명품폰이 ‘24개월 약정만 하면 최하요금제인 기본요금제를 사용해도 기기값 0원’, 즉 ‘공짜폰’으로 팔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결국 2014년 10월 1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습니다.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모두가 부당한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업자 간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서비스 및 요금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과열 경쟁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보조금 경쟁을 안 하게 된 통신 3사의 고객 유치 경쟁도 줄었습니다.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연간 1000만건이 넘던 번호 이동은 2022년 400만건대로 줄었습니다.

특히 단말기 구입 시 제공되는 공시 지원금이 최대 33만 원으로 제한됐는데, 법 시행 이후 신형 단말기가 출시될 때마다 이동통신사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더 많은 할인을 받는 것이 불법이 된 것입니다. 단통법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혜택이 줄고 통신사 수익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단통법 폐지되면 과거처럼 일부만 혜택받거나 통신3사 보조금경쟁 안할 수도

22일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지원금 공시를 폐지하고 추가지원금의 상한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추가지원금 상한을 현재의 15%에서 30%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상한 기준을 아예 없앤다는 것입니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통신 요금 25%를 할인 받는 ‘선택약정’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합니다.

최근 신형 스마트폰 가격은 갈수록 오르는데 단통법이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 가계 통신비 부담이 가중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업체 간 보조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단말기를 사고, 통신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단통법을 폐지하면 이전처럼 인터넷 정보에 밝은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원금이 일괄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이전처럼 각 매장이나 단말기에 따라 휴대폰 지원금이 다를 수 있고 일부 고객은 단말기를 더 비싸게 구매하는 일이 다시 벌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통법이 적용되는 현재도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사례가 많은데, 단통법이 폐지되고 보조금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소비자가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휴대폰 성지' 커뮤니티 갈무리
'휴대폰 성지' 커뮤니티 갈무리

정부는 “이동통신사업자간의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통해 국민들이 저렴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통신사들이 보조금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주요 증권사들은 단통법이 폐지되어도 통신사들이 예전처럼 공짜 단말기 프로모션 전략을 집행하기에는 용이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단통법이 도입되던 시기는 이통3사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고객 빼오기 경쟁’을 벌였고, 휴대폰 단말기 회사도 장려금 경쟁을 벌이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이동통신 가입자 6천만 회선에 5대 3대 2의 시장점유율이 장기간 고착화되어 왔고, 국내단말기 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조금·장려금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조금 살포에 유리한 대규모 양판점에 비해 중소 판매점은 어려워질 수 있고,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이전 정부가 단통법 폐지가 아닌 지원금 상향 등의 방식으로 보완하려 했던 것도 이 같은 부작용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단통법 폐지는 법률 개정 사안입니다. 현재 국회에 국민의힘 단통법 폐지안이 계류돼 있는데 4월 총선 전에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됩니다.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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