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낙태 강요죄로 형사고소?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8.0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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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죄'는 있어도 '낙태 강요죄'는 없다

배우 김용건(75) 씨의 혼전 임신 스캔들이 인터넷을 달궜다.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김용건 씨는 39세 연하인 A씨와 13년 동안 교제를 해왔다. A씨는 지난 4월 임신 사실을 전했지만 김용건 씨는 출산을 반대했다. 김용건씨와 사이가 틀어진 A씨는 경찰에 고소했다. 다수의 언론은 "김용건, 낙태 강요죄 피소"라는 표현을 써서 이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톱은 '낙태 강요죄'가 존재하는지 팩트체크했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 검색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 검색

◈'낙태 강요죄'는 없다

우리나라는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형법에 정해져 있는 죄명으로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형법 269조270조는 낙태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다. 270조는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 조항이다. 낙태 행위자를 처벌하는 조항인 269조를 살펴보자.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개정 1995. 12. 29.>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헌법불합치, 2017헌바127, 2019. 4. 1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①항은 낙태죄의 처벌 대상을 '부녀'로 한정하고 있다. ②항은 의료인이 아니면서 낙태 시술을 한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다만 범죄 행위를 저지르도록 지시하는 '교사' 행위도 처벌 받을 수 있고, 범죄를 공모해 실행하는 '공동 정범'으로 처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낙태에 관여한 남성도 처벌받을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2020년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효력을 잃었다. 현행 형법으로는 낙태 행위자 및 교사범, 공동 정범도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낙태죄를 제외하면 형법의 다른 조항을 살펴봐도 '낙태 강요죄'는 찾을 수 없다. 

◈강요죄? 폭행 협박 있으면 성립

다만 우리나라 형법은 강요죄를 규정하고 있다.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어떤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제324조(강요) ①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16. 1. 6.>

②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설 2016. 1. 6.>

다수의 언론이 보도한 '낙태 강요죄'는 이 조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건씨는 이날 의견문을 발표했는데 "4월 초, 상대방으로부터 임신 4주라는 소식을 들었다. 서로 미래를 약속하거나 계획했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쁨보다는 놀라움과 걱정부터 앞섰다"며 "제 나이와 양육 능력, 아들들을 볼 면목, 사회적 시선 등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애원도 해보고 하소연도 해보고 화도 냈다"고 밝혔다.

낙태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거나, 협박을 했다면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 A씨가 낙태를 실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요죄의 미수 범죄가 되는 것이다.


배우 김용건 씨의 혼전 임신 스캔들에 대해 여러 매체들은 "김용건 낙태 강요죄 피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뉴스톱 확인결과 '낙태 강요죄'라는 죄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폭행 또는 협박을 동원해 낙태를 종용했다면 '강요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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