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 않는 현명한 재테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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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속지 않는 현명한 재테크를 위하여
  • 이승윤
  • 승인 2022.05.13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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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책의 재발견] 2016년 재출간 <행운에 속지 마라>

1. 미 연준은 2022년 5월 4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 금리를 0.5%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 금리는 기존의 0.5%에서 1%로 상향됐다. 마침내 그동안 줄곧 세간에서 예상했던 빅스텝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미 연준이 빅스텝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까닭은 치솟고 있는 물가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장기화로 인해 원자재 및 곡물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다. 미 연준의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문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스텝이 이번 한 차례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이 6, 7월에서도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현재의 추세를 계산해 볼 때, 내년 2분기(4∼6월) 미 기준금리가 3∼3.25%에 다다를 수도 있다.

미 연준의 저금리 정책 폐기 기조에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물가 상승 억제 뿐 아니라 외화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외환 방어를 위해서 한국의 금리 수준은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이다.

이제 닥쳐오고 있는 고금리 시대에서 직격탄을 맞는 쪽은 금융 자산 시장이다. 시중 자금이 이자율이 높아진 국채 또는 예금 시장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불안 요소를 더하고 있다.

당장 주식 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작년 한때 3,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주가는 2022년 5월 10일 2,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가상 화폐 시장은 형편이 더욱 좋지 않다. 2022년 5월 9일(현지시간) 가상 화폐 시장의 맏형인 비트코인 가격은 3만 1천 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2021년 11월 초 한때 6만 9천 달러에 근접했던 상황과 비교하여 반토막이 넘게 시세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재테크와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가상 화폐 혹은 주식 시세의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는 하소연들이 줄이어 올라오고 있다. 하소연 글 중에는 파산에 직면하여 한강 다리에 올라가야 하냐는 식의 극단적 선택을 망설이는 내용조차 다수 눈에 띈다. 소위 '동학 개미'들의 열성적인 투자에 힘입어 코스피 4,000 시대 개막도 멀지 않았다는 식의 선동적 기사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시장의 상황은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만일 미국의 트레이더이자 저술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렙에게 현재의 이런 요지경 같은 실태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면 그는 어떠한 의견을 제시했을까. 그의 책 <행운에 속지 마라>를 살펴보며 나심 탈렙이 주장하는 바를 한번 따라가 보자.

2022년 5월 한국의 금융 자산 시장은 심각한 하락세에 직면해 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2022년 5월 한국의 금융 자산 시장은 심각한 하락세에 직면해 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2. <행운에 속지 마라>의 저자 나심 탈렙은 미국 월가에서 괴짜, 현자, 기인 등의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의 직업은 앞서 말했듯이 주식을 거래하는 트레이더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경제에 관련된 자료보다는 호머의 시와 카프카의 소설 그리고 키케로의 서간집에 더 심취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그는 TV와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주식 분석가 또는 경제 전문가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행운에 속지 마라>에 따르면 성공한 트레이더들은 거의 모두 운 좋은 바보들이다. 나심 탈렙은 말한다.

"사람들은 성공하면 자기 실력이고, 실패하면 운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심 탈렙은 실은 정반대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성공은 운이며 실패가 실력인 것이다. 그 이유는 대개의 인간은 원래 근본적으로 세계 혹은 사물에 대하여 통찰력을 지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체로 인간은 자신이 현명해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후 이에 따라 옳은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저 운이 들어맞았을 확률이 높다. 나심 탈렙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간은 사물에 대해 사고하고 이해하는 훌륭한 능력을 타고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다. 사고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고는 엄청난 에너지 낭비일 수도 있다.

인간의 사고가 자주 착각을 일으키는 까닭은 인간이 사고에 있어 ‘최적’이 아닌 ‘충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나심 탈렙은 진화론에 입각한 흥미로운 예를 든다. 인간이 만일 숲에서 호랑이와 마주쳤다고 치자. 호랑이가 암놈인지, 수놈인지, 허기져 보이는지, 아닌지 따위의 여러 가지 분석이 필요한 최적화된 사유가 의미가 있는가. 물론 아니다. 호랑이를 보자마자 무조건 달아나는 것만이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이처럼 무조건 달아나는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 곧 현실에 대한 충족화 사고이다. 원시 시대에 있어, 인간은 최적화 사고가 아닌 충족화 사고를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문제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역시 빠른 문명 발달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충족화 사고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사고에 있어 최적화가 아닌 충족화 경향을 보이기에, 인간의 사유는 늘 어림법적이며 또한 후견지명적 편향으로 빠지기 쉽다. 어림법과 후견지명적 편향이란 결국 자기중심적 사고를 뜻한다. 즉 어떤 사건이 발생하여 결말에 이르렀을 때 그 원인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결말에 이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 맞추어 원인을 결과에 끼워 맞추는 식의 사고인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사고적 맹점을 집요하게 연구한 이들이 행동심리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였다.

행동심리학의 지침에 따라, 나심 탈렙은 인간이 사고적 맹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의론에 입각한 확률적 사고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가에 따르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확률은 주사위나 더 복잡한 변수로 승산을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지식이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무지를 다루는 방법을 개발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의론’에 입각한 확률적 사고라는 점이다. 인간이 항상 회의하는 자세가 되어야 하는 것은 귀납법의 문제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귀납법은 수많은 개별 사항들로부터 일반론을 도출한다. 일반론은 개별 사항들의 집합보다 기억 공간을 훨씬 작게 차지하므로, 다루기도 매우 간편하다. 그러나 이런 압축의 결과 우연을 감지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나심 탈렙이 말하는 우연이란 곧 운(運)을 지칭한다. 운은 예상보다 훨씬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심 탈렙은 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검은 백조의 예를 든다. 우리가 평생 하얀 백조만 보았다고 해서 결코 검은 백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실제로 호주에서 검은 백조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확률 상 검은 백조의 출현 가능성을 항상 유념하면서 삶의 결정에 임해야 한다. 아무리 낮은 확률의 경우라도 인간 세계에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지구촌이 되어 거미줄과 같은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계되어 버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2019년 겨울,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2년 넘게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또한 2022년 2월 러시아가 전면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3. 향후 금융 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로서 극적인 반등의 흐름을 회복할 것인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험난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 측면의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우리의 세계를 무성한 넝쿨처럼 가득 덮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미래 예측이 힘든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나심 탈렙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설사 재태크에 있어 당신의 선택이 성공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결코 자만하지 말라. 당신의 성공은 상당 부분 운에 기인한 것이었다. 행운에 너무 도취되어 스스로를 과신하며 무모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을 피하라. 매순간 시장을 신중하게 살피고 확률을 고려하여 결정하라. 그렇지 않으면 행운이 언제 당신을 떠나갈지 모른다.

요컨대 책의 제목 그대로 <행운에 속지 마라>. 바로 그 말인 셈이다.


<행운에 속지 마라 > 원제: FOOLED BY RANDOMNESS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건 옮김/신진오 감수/중앙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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