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뉴스를 의심하는 과학자의 '팩트체크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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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뉴스를 의심하는 과학자의 '팩트체크 출사표'
  • 김우재
  • 승인 2019.02.14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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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박사 "'국내 연구진'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의생명과학 기사 검증"

어떤 과학자가 국내의 과학뉴스를 -물론 자신의 분야만 한정해서- 읽고, 잘못된 오류와 해석을 바로잡기로 마음 먹는다면, 아마 국내 뉴스 대부분을 손봐야 할 것이다. 시장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독점이나 과점, 혹은 부당거래를 단속하지만, 과학뉴스의 유통시장엔 공정거래위원회는 커녕, 그 뉴스를 감시해야할 심판관조차 없다. 심판이 없어도, 선수들이 게임룰을 잘 지키면 될텐데, 과학뉴스 바닥에선 심판과 선수가 짜고 경기를 치루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과 과학자가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과장해서 기사를 내고, 기자는 검증도 없이 그 뉴스를 받아 쓰는 식이다.

이런 해괴망측한 시스템이 굴러가는 이유는, 과학뉴스 시장에선 뉴스가 검증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과학기자는 과학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과학뉴스를 검증해야 할 과학자들은 과학뉴스 검증에 관심이 없거나 이해당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처럼 감시와 견제가 느슨하거나 사라진 상황에서 보도되는 과학뉴스들은 대부분 확대해석되었거나, 사실을 왜곡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뉴스가 조금 잘못되었다고 한들, 아무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 심판이 존재하지 않는 경기, 그게 과학뉴스가 소비되는 우리의 현실이다.

누구를 욕할 것도 없다. 과학기자도, 과학자도, 기업인도 모두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루는 독점이나 과점처럼, 과학뉴스를 거르는 확실한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전문가가 아니면 어차피 알아들을 수도 없는 과학뉴스를, 그나마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과장이 섞일 수 있다는 변명도 그럴 듯 하다. 과학은 어렵다, 혹은 어렵다고 여겨진다. 지금은 많이 늘었지만,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대중매체에 글을 쓰는 과학자는 극소수였다.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가 많이 늘어난 지금도, 과학자의 대중적 행보는 동료들에겐 멸시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과학자는 과학뉴스를 읽고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학논문을 쓰고 평가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과학자가 과학뉴스에 관심이 없는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국내에 과학기자라는 전문직함이 생긴건, 1984년 과학기자클럽이 생기면서다. 과학기자클럽이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것이 1994년, 현재는 50여개의 언론사에 약 300여명의 과학기자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와 같은 과학의 불모지에서, 한국 과학기자들은 열심히 일해 왔다. 하지만 광우병 사태, 황우석 사태, 천안함 사태, 그리고 최근의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과학이 사회와 연결되는 사회적 사건들에서 과학언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과학을 통해 사회에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다. 가장 단적인 예로, 황우석 사태에서 과학기자 대부분은 황우석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황우석의 비위를 밝혀낸건 과학언론이 아니라 피디수첩이라는 르포 프로그램이었고, 과학기자협회는 뒤늦게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통해 수습에 나섰다. 과학언론이 제대로된 과학계 감시를 했었더라면,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평가가 많다. 언론의 역할이 권력에 대한 감시임을 알면서도, 유난히 과학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기보다는, 권력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건 황우석 사태 이후 십 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학보도 윤리선언’으로 알려진, ‘과학보도에 임하는 기본자세’의 7번과 8번 강령은 다음과 같다.

7. 과학적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라는 표현을 삼가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8. 우리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는 그런 지식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단편적, 과학적 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먼저 7번 강령을 확인해보자. 이 작업은 구글 트렌드에 ‘국내 최초’ 혹은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2005년 이후의 추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최초라는 단어의 구글트렌드 분석결과는 아래와 같다. 실제로 세계 최초라는 단어의 사용빈도수는 계속 줄어왔다. 문제는 그것이 2005년 윤리선언이후 일어난 일이 아니라, 201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오히려, 2005년 과학보도 윤리선언이 발표된 이후, ‘세계 최초’라는 단어는 과학 카테고리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구글 트렌드에 검색한 결과.

 

‘국내 최초’라는 단어도 마찬가지 트렌드를 보여준다. 오히려 국내 최초라는 단어는 2008년 이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다가, 2007년을 기점으로 과학 카테고리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국내 최초'라는 단어를 구글 트렌드에 검색한 결과.

 

8번 강령을 살펴보자. 과학적 발견은 그 결과가 아니라, 발견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과학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 사회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 강령은 정말 환영 할만한 진일보다. 그렇다면, 2019년을 사는 우리는 단편적 과학보도가 아닌 과학적 발견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기사들을 더욱 많이 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내 연구진’이라는 키워드로 구글 검색을 해본다. ‘국내 연구진’이라는 키워드를 잡은 이유는, 어느새부터 과학언론이 이 키워드를 대부분의 국내 과학계 발견을 보도하는 기사에 집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과학이 이미 세계적이라면, 국내 연구진이라는 키워드는 기사에 실릴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 과학기자가 미국 연구진의 과학적 발견을 다루는 기사에서, ‘국내 연구진’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저 대학을 표기할 뿐이다. ‘국내 연구진’이라는 키워드가 여전히 사용되는 기저에는, 한국에서 발표된 과학적 발견을 과대포장해야만 하는 이유가 녹아 있다. 혹은, 국내 연구진이라고 표시함으로써, 연구의 내용보다는 연구를 수행한 기관과 개인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전히 세계적 연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 과학의 수준이 그 단어에 숨어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2019년 2월 7일 ‘국내 연구진’으로 검색되는 구글 뉴스의 첫머리는 카이스트 연구진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 소식이다. 사이언스지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과학잡지이며, 따라서 보도자료가 뿌려졌을 것이고, 국내의 대부분 언론이 이를 받아 썼다. 실상, 기사의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보도자료의 내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취재를 한 흔적은 전혀 없다. 연구의 내용을 심도있게 소개하기보다는 대부분의 기사가 “암 전이 억제제 및 암치료에 획기적 도약” 등으로 논문을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상당 수의 기사가 ‘첫 발’, ‘획기적’, ‘세계 최초’ 등의 키워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다. 과학뉴스란 여전히 별다른 검증 없이 뿌려지는 심판 없는 경기장이다.

앞으로 ‘국내 연구진’이라는 단어로 검색되는 모든 의생명과학뉴스를 감시할 것이다. 언론의 사명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지만, 과학언론은 권력을 감시하지도, 감시당하지도, 제대로 취재하지도 않는다는 판단 하에, 적어도 필자의 전공영역만큼은 직접 언론의 보도를 감시할 생각이다. 시간과 품이 들겠지만, 가짜뉴스가 판치는 혼란한 세상에서, 과학자 한 명이 주말 약간의 시간을 희생해서,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기회를 줄 수 있다면, 그건 시간낭비라기 보다는 과학이 사회를 새롭게 만나는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길 바라며, 연재를 시작한다.

김우재, 과학뉴스를 의심하는 과학자

덧) 실상 ‘과학보도 윤리선언’이라고 소개되었지만, 실제로는 ‘과학보도에 임하는 기본자세’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이 자료는 과학기자협회가 아니라 2005년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 등 몇몇 기사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사실 이 기본자세가 지켜지고 있다면, 팩트체커는 필요 없을 일이다.

 

과학보도에 임하는 기본자세

1. 인간배아 복제 줄기세포 연구 등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 연구의 성과물은 한국사회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인식 아래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한다.

2. 새로운 과학적 발견 및 발명에 관한 취재 및 보도는 연구팀 관계자 등 이해당사자의 발언에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반드시 확인한다.

3.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취재 및 보도는 철저한 사실확인을 토대로 하여 자칫 왜곡, 과장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4. 과학적 사실에 관한 취재 및 보도를 함에 있어 결과를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추측보도를 자제한다.

5. 우리나라 과학연구 문화 및 윤리 수준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난자 파문'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이바지한다.

6. 〈사이언스〉, 〈네이처〉 등 국제 과학저널의 엠바고(보도제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존중한다.

7. 과학적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라는 표현을 삼가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8. 우리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는 그런 지식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단편적, 과학적 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김우재   Woo.Jae.Kim@uottawa.ca    최근글보기
'초파리 박사'로 유명한 행동유전학자다. 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UCSF에서 초파리 행동유전학의 대가인 유넝 잔에게 사사했다. 한겨레 <야! 한국사회>에 6년 동안 칼럼을 쓰고 있으며 <플라이룸>을 출판했다. 오타와대학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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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 2019-05-07 23:26:56
좋은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는 언론노출 점수를 받기위해 보도자료를 만들고 이를 학회와 학교에 보낸다. 그럼 홍보팀의 능력에 따라 언론사가 정해지고 기사가 나간다. 기사 내용은 대부분 대학원생이나 교수가 작성한 보도자료와 거의 같다. 기자의 인터뷰나 추가내용 혹은 동료과학자의 비평이나 평가 내용은 보기 힘들었다.
Q. 위의 과정에서 과학기자가 한 일은 무엇일까?
A. 과학적 사고가 거의 없는 짜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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