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손가락 자른다’는 왜곡이다” 안철수 발언 확인해보니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02.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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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름 직접 언급 안했지만, 당시상황과 언론보도는 윤 후보 지목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진행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TV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안 후보는 이날 김기현 후보로부터 “작년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자격 없다’, ‘1년만 지나면 윤석열 찍은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는 지적을 받자, “손가락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건 왜곡이다. 거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의 ‘주어는 없다’라는 발언이 재현됐다”며 화제가 됐습니다. 안 후보의 실제 발언과 당시 상황을 따져봤습니다.

 

TV조선 영상 갈무리
TV조선 영상 갈무리

실제로 발언에 '윤석열' 지칭은 없어

20대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2년 2월 23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울산 중앙전통시장을 찾아 유세에 나섰습니다. 유세발언은 ‘부울경 지역균형발전’으로 시작했으며, ‘손가락 자른다’는 내용이 포함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더 좋은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부울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권교체는 그걸 위한 수단입니다. 동의하시죠?

그런데 정권교체를 위해서 온통 힘을 쏟은 다음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도 무슨 주술에 씌인 듯, 무슨 마법에 걸린 듯이 정권교체만 되면 다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는 거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목표는 더 잘 사는 부울경,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부울경을 만드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저는 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도덕적이고 유능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됩니다. 그래야 정권교체도 이루고 정권교체하고 나서 더 좋은 대한민국, 더 잘 사는 부울경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선 대통령이 도덕적이어야 우리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고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됩니다. 실력만으로 열심히 일한 그런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취업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실력만 가지고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될 수 있게 됩니다. 그 모든 시작은 도덕적인 대통령이어야만 합니다.

두 번째로 대통령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거 알 필요 가 있냐. 다른 사람 머리 빌리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게 바로 40년, 50년 전 이야깁니다. 산업화시대 때 1970년대 1980년대 이야깁니다. 지금은 모든 분야가 복잡해져서 한 분야도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를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그리고 세계의 기술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알아야 그래야 제대로 된 머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그런 전문가를 뽑아서 그 사람 머리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거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엉뚱한 사람 뽑아서 우리나라가 엉뚱하게 가는 겁니다.

(중략)

그래서 대통령이 전문가 중 제대로 아는 전문가를 뽑을 머리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머리 안 가지고 있는 대통령은 또 엉터리 전문가 뽑아서 우리나라 망가뜨립니다. 그런 일 이번에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현재 정말로 답답한 일은 이겁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너무나 마음에 안 들고 자격이 없다는 거를 다 압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떨어뜨려야 된다. 그것 때문에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거 알면서도 그 사람을 뽑는다는 겁니다. 그게 패배주의 사고방식 아닙니까? 상대방 떨어드리기 위해서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서 그 사람이 당선되면 그 다음에 대한민국 어떻게 됩니까?

또 그럴 겁니다.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겁니다.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열 개도 넘어서 더 자를 손가락이 없습니다. 이번에 또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상대방 떨어뜨리려고 자격 없는 사람 뽑으면 우리나라 망가집니다. 오히려 자격 있는 사람, 정말 저 사람은 대한민국 살릴 사람 뽑으면, 그런 용기를 가지면, 그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결국은 내가 뽑은 자격 있는 사람이 당선됩니다.”

 

안철수 후보는 울산 중앙전통시장 유세 발언에서 ‘윤석열’은 물론 다른 대선 후보 이름과 정당 명칭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윤석열 후보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는 안 후보의 발언은 사실입니다.

 

당시 상황과 언론보도는 '윤석열 후보' 지칭으로 해석

하지만 당시 선거상황과 언론보도를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우선 23일 유세 당시는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야권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으로 ‘장외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결렬의 화살을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었습니다.

앞서 안철수 후보는 2월 20일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완주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날인 2월 23일 울산 중앙전통시장 유세에 앞서 진행된 울산 롯데호텔 교차로 유세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20년 먹고살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과학기술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다. 내수용 법률가는 그런 일 못 하고 과거를 응징하는 일만 한다”"며, “평생 과거만 본 사람은 미래를 볼 수 없다. 저는 평생 미래만 바라본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응징하는 일만 하는 내수용 법률가’라는 표현이 윤석열 후보를 비유한 것임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시 안 후보의 선거유세를 보도한 언론들도 대부분 ‘안철수 후보가 연일 윤석열 후보를 비판했다’는 방향으로 언급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3일 ‘무능 프레임’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한 매서운 입심을 과시했다. 행정 경험이 전무한 약점 보완을 위한 "국정의 세부 업무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고 강조한 윤 후보의 발언을 비꼬면서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 선언 후 윤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한국일보 2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3일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했다.” (한겨레 2월 23일)

“안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고 정권교체론이 우세한 부울경 지역에서 역시 야당 후보자인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무능한 후보”, “전문가를 뽑을 머리 안가진 후보” 등 제1야당 후보자인 윤석열 후보를 의식한 발언도 다수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데일리 2월 23일)

“다만 ‘주술’, ‘엉터리 전문가’, ‘무능한 후보’ 등 여권에서 윤 후보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문구를 인용해 안 후보가 비판하는 대상이 윤 후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 2월 28일)

“나아가 “답답한 건 (윤석열) 후보가 자격이 없다는 걸 아는데, 상대방(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무능한 걸 알면서도 사람을 뽑는다”며 “그게 패배주의 사고방식 아니냐.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망가진다”고 했다.” (세계일보 2월 28일)

“다만 ‘주술’, ‘엉터리 전문가’, ‘무능한 후보’ 등의 문구는 민주당 등 여권에서 윤 후보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용어여서, 안 후보가 비판하는 대상이 윤 후보로 해석됐다.” (중앙일보 2월 28일)

“다만 안 후보가 ‘정권교체는 수단일 뿐’이라는 표현이나 ‘주술’ ‘엉터리 전문가’ ‘무능한 후보’ 등 여권이 윤 후보를 비판할 때 쓰는 용어를 사용한 점에 미뤄볼 때 안 후보가 비판한 대상은 윤 후보로 보인다.” (국민일보 2월 28일)

“안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후보를 특정해 지칭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권에서 윤 후보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주술 프레임'과 '무능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매일신문 2월 28일)

이처럼 당시 안 후보의 유세 발언이 윤석열 후보를 비판한 것으로 본 언론은 많지만, 윤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고 본 언론보도는 찾을 수 없습니다. 또 이후 안 후보 측이 해당보도에 대해 수정이나 정정을 요구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안철수 후보는 ‘손가락을 자른다’고 한 2022년 2월 23일 울산 중앙전통시장 유세 발언에서 ‘윤석열’를 정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언론들은 해당 발언이 윤 후보를 비판한 것으로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과 맥락을 반영해 안철수 후보의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없기 때문에 손가락 자른다는 발언은 왜곡이다”라는 발언은 ‘대체로 사실아님’으로 판단했습니다.

한편, ‘주어는 없다’ 발언은,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 선거 중 BBK 주가조작 사건이 문제시되었을 때 이명박 후보가 “BBK라는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했습니다.”라는 발언을 한 동영상이 공개되었고, 당시 나경원 대변인이 이명박 후보를 감싸기 위해 “주어는 없다.”라고 해명했던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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