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정두언, 끝까지 책임지고 가다

[뉴스의 행간] 정두언 전 의원 별세

  • 기사입력 2019.07.17 11:02
  • 최종수정 2019.12.09 16:25
  • 기자명 김준일 기자

정두언 전 의원이 62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집에 유서를 남기고 나간 정 전 의원은 16일 오후 4시 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 전 의원은 ‘정치계의 풍운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습니다. 그의 인생은 보수정당 20년 역사의 부침과 궤를 같이 합니다. 정치인에서 시사평론가로 변신한 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생을 마감한 날 오전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추모의 의미에서 <정두언 전 의원의 마지막 방송>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1.끝없는 도전

파란만장하다. 이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정두언입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00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한나라당 서울 서대문구을 선거구에서 새청년민주당 장재식 후보에 패했습니다. 이후 2004년 17대 총선부터 19대까지 연달아 3번을 당선됐습니다.

정두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었습니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고 이 인연으로 2007년 대선에서 이 후보 캠프 선대위 기획본부장 및 전략기획 총괄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상대한 박근혜 후보의 검증에 나서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를 낱낱이 밝히면 박근혜 좋아하시는 분들은 밥도 못 먹게 될 것”이라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왕의 남자’로 불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권력사유화를 비판하며 2선후퇴를 주장하다 대통령의 눈밖에 났고 당내 비주류 인사로 지내야 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솔로몬저축은행 비리건으로 기소됐고 10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2014년에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2009년 트로트 가수로 정식 데뷔하고 4집 앨범까지 낼 정도로 끼가 많았습니다. 최근엔 영화 오디션을 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서울 마포구에는 일본식 주점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정치인, 가수, 시사평론가, 음식점 사장까지. 그의 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 합리적 보수의 길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던 그는 권력과 인생의 정점에서 합리적 보수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상득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고 측근들의 권력사유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권력은 그에게 가혹했습니다. 권력 중심부에서 밀려났고 정두언 의원은 친이도 친박도 아닌 당내 비주류 인사로 남게 됐습니다. 

합리적 보수 노선은 시사평론가로 변신한 이후에도 계속 됐습니다. 방송사들이 그를 즐겨 섭외한 이유는 보수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합리성 때문입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월간 정두언' 코너로 매달 한번씩 청취자들과 만났고, 채널A 외부자들, MBN 판도라, KBS 1TV 사사건건, 기타 여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합리적 보수의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3. 끝까지 책임지다 

정 전 의원이 우을증을 겪은 사실은 이미 언론에 공개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언론과의인터뷰에서 4선 실패 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끝까지 본인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보수정치권의 입장을 설명하는 패널로 여러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12일에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 “한일 양국이 치킨게임으로 가서는 안 되는데 정치권에서 치킨게임으로 자꾸 몰고 가는 사람이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망 당일에도 정 전 의원은 SBS 이재익의 정치쇼에 출연했습니다. 화사한 분홍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그를 만난 방송 관계자들은 누구도 그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 당일까지 할 일을 완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책임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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