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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치하고, 유시민 책 쓰고, 안희정 농사 지어라" 사실?안희정 성추행 파문으로 주목받는 '노무현의 어록' 확인해보니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상습적으로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안 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안희정 지사에게 "정치하지 말고 농사짓는게 어떠냐"고 말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선견지명이었다며 화제가 됐다. 특히 "문재인은 정치하고, 유시민은 책 쓰고, 안희정은 농사 지어라"는 노 대통령의 어록이 주목을 받았다. 정말 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을까?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문재인은 정치, 유시민은 책, 안희정은 농사"

안희정은 정치하지 말고 농사지어라?

안희정에게 농사를 지으라는 노 대통령 발언은 실제로 있었다. 이 발언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안희정이 정치능력이 없어서 농사를 지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최측근인 안희정이 정치를 하다 피해를 입을까봐 만류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3월 중앙일보 기사는 이런 내막을 자세히 보도했다.

2013년 출간된 책 <강금원이라는 사람>에 이 에피소드가 나온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안희정에게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농사를 짓는게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희정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책을 보면 노 대통령은 무려 3번이나 안희정에게 정치하지 말고 농사를 지으라는 권유를 했다.

강금원이라는 사람 책 표지와 내용 일부

이진선 청와대 행정관이 쓴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을 보면, 노 대통령은 2002년 당선 직후 안희정과 이광재만을 따로 불러 술을 마셨다. 노 대통령은 "자네들은 정권을 창출한 것으로 이미 승리자야. 나와 함께 일하고, 나와 함께 끝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2008년 안희정의 자서전 <담금질> 출팜기념회 영상에 출연한 노 대통령은 "안희정씨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살겠다'는 목표를 자기 성품으로 갖추고 그걸 해내는 사람이다"라며 칭찬을 했다. 그간 발언을 보면, 노 대통령은 안 지사를 매우 아꼈으며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하지 말고 농사를 지으라'는 발언을 했지만, 정치인으로서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처받는 것을 걱정한 것이다.

유시민은 정치하지 말고 책을 써라?

이 발언은 유시민 전 장관이 방송에 나와서 직접 말을 했다. 노 대통령이 서거 후 MBC PD수첩 이 만든 <바보 노무현 봉하에 지다>에 나온 유 전 장관은 "작년까지는 안 그러셨는데 정치하지 말라고 자꾸, 1월달에도 3월달에도 4월달에도 뵐 때마다,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강의하고 책쓰고 그것이 훨씬 낫다'고 그러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주변에 아끼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을 만류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이나 유시민같이 '튀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뭇매를 맞기 십상임을 알고 있었다. 결국 유시민은 정계에서 은퇴하고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문재인은 정치해라?

노무현이 나이가 어린 문재인을 친구로 대접하고 존경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문재인을 정치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을 한 것은 각종 언론보도에 잘 나와 있다. 문재인 변호사는 정치에 뜻이 없었지만 2002년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친구 노무현의 간곡한 청을 못 이겨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하게 된다.

시사매거진 2580 '노무현의 선택은'의 한 장면

2002년 4월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는 6월 부산시장 선거 후보로 문재인 변호사를 적극 추천했다. 당시 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후보로부터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맡아 달라는 부탁을 직접 듣고는 '맞지 않고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은 했다"로 말한 바 있다.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는 부산국민참여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아주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문재인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문재인은 참여정부 기간 오롯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다. 2008년 변호사 문재인으로 돌아갔으나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에 복귀해 결국 19대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만약 노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2008년 이후 '친구 문재인'이 정치인이 되는 것을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재인을 정치에 입문하도록 권유한 것도, 청와대에서 같이 일을 하게 한 것도 노무현이기 때문에 "문재인은 정치해라"라는 발언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

뉴스톱의 판단

대체로 진실이다. "문재인은 정치하고, 유시민은 정치하지 말고 책을 쓰고, 안희정은 정치하지 말고 농사나 지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한 장소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노무현은 문재인, 유시민, 안희정에게 각각 조언을 했다. 유시민, 안희정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정치의 비정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에게 정치를 권유한 것은 대선 전 자신을 도와줄 우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이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됐고, 유시민은 작가가 됐고, 안희정은 결국 정계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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