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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만에 '아그레망' 이수혁 주미대사, 북미협상 '촉진자'될까[뉴스의 행간] 두달 만에 아그레망 받은 이수혁 주미대사

지난 8월 9일 청와대가 이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미대사로 내정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 62일만에 이 대사 내정자가 미국으로부터 아그레망을 받았습니다. 아그레망이란 영어 어그리먼트(agreement)의 불어 표현으로 대사 등 외교사절을 임명하기 전에 상대국에 이의 여부를 조회하는 것입니다. 상대국이 아그레망을 내주지 않아 대사 임명이 취소된 사례가 있어 국제외교상 관례적으로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일반적으로 주미대사는 내정 한 달 안에 아그레망을 받아왔고 현 조윤제 주미대사는 43일 걸렸습니다. <두 달 만에 아그레망 받은 이수혁 주미대사>,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어지러운 미국

이수혁 주미대사 지명자가 두달 넘게 미국 정부의 아그레망을 받지 못하면서 갖가지 추측이 나왔습니다. 가장 유력한 관측은 미국 내부의 복잡한 정치상황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난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관측을 보도했는데요. 미 국익연구소(CNI)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국장은 “한국과 일본에 미국이 분명하게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이지만,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같은 미국 내부적인 정치의 복잡성에 미 정부가 더 큰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최근 재요청하자 미국이 속도를 내서 아그레망을 내 준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습니다. 현재 미국 백악관은 타국 대사 아그레망에 신경도 못 쓸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미국 국무부 공무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환멸을 느껴 대거 빠져 나가면서 행정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본인의 트위터에 Civil War, 즉 남북전쟁이라는 비유까지 써가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어제 백악관은 민주당 주도의 탄핵조사가 불법적이고,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부인하려는 행동에서 기인했다, 즉 '대선불복'이어서 어떤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입니다. 어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8%가 야당의 탄핵 ‘조사’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2. 지소미아는 지소미아대로

아그레망이 늦어진 이유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보수진영과 야당에서 주로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대사 아그레망 절차 지연이 도마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당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이 지소미아 폐기에 따른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말했고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통적 한미동맹 전선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관측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대사가 아그레망을 받음으로써, 지소미아 종료가 지연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음을 입증하게 됐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국 백악관은 탄핵조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악화된 한일관계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은 지연될 수밖에 없으며 한일 관계는 결국 양국이 직접 풀어야 합니다. 한국, 일본, 미국, 북한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를 펼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이낙연 총리가 언급한대로 일본에게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이상 한국은 예정대로 지소미아를 종료할 것으로 보입니다.

3. 북미협상 촉진자

이수혁 주미대사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2003년 초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바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차관보, 국정원 제1차장을 두루 거쳤으며 2016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비례대표로 당선된 바 있습니다. 당초 이 대사는 강경화 장관 뒤를 잇는 차기 외교부 장관에 유력하다고 관측됐는데, 지난 8월 전격적으로 주미대사에 임명됐습니다.

이수혁 대사의 경력을 봤을 때 그가 북핵협상과정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북한과 미국의 심리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수혁 대사는 의원 시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에 올 때마다 저녁을 같이 하며 의견을 조율한 바 있습니다. 현재 북미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며 양자간 대화이기 때문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매우 적은 상태입니다. 다만 이 대사를 통해 미국에 한국의 의중을 제대로 설명하고 조언을 할 수 있을 여지가 커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있을 북미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이 대사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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