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신성한 선생님을 스스로 노동자로 격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9.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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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변인의 후진적 노동관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와 관련해 교원노조를 겨냥해 “신성한 선생님을 스스로 노동자로 격하시킨 단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선생님은 노동자가 아닐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강민국, “신성한 선생님 노동자로 격하”

강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에 대해 “교육자는 성직자만큼 신성한 직업”이라며 “어느 순간부터 특정 단체로 인해서 교육의 현장과 교실이 정치투쟁으로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신성한 선생님을 스스로 노동자로 격하시킨 단체가 충분한 책임이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어떤 사태에 대한 책임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4일 집회와 서초구 교사 사건 전반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강 대변인은 선생님은 ‘신성한 직역이기 때문에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스스로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은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스톱은 “선생님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강 대변인 언급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24년전부터 존재한 교원노조법

우리나라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존재합니다. 말 그대로 교원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입니다. 이 법은 1999년 1월 29일 제정됐습니다. 무려 24년 전에 말이죠. 법 제정 당시 제정문을 살펴봅니다. 제정 이유로 “그동안 제한되어 왔던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보편화된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을 존중하여 그 보장범위와 단체교섭의 구조 등을 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자들은 노동3권으로 불리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갖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33조가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도 명시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대 정부는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다가 1998년 노사정 합의를 기점으로 전교조가 합법화 됐습니다.

이 법의 존재 자체가 강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줍니다. 교원은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원노조는 정치행동이 금지되고, 파업·태업 등의 쟁의행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교사의 노동자성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되고 있습니다. 세계 교사 노조의 연맹체인 교육 인터내셔널(Education International, EI)은 178개국의 교사노조 383개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3200만명의 회원규모를 자랑합니다.

◈교원단체 반발

교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강 대변인의 발언에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교육자는 신성한 직업이며, 노동자를 자처하여 교육 현장이 망가졌다’라는 말은, 공당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자가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해 얼마나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수치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이며 당장 사과해야 한다”며 “그들이 말하는 성직자로서 교사란 어떤 일이 있어도 인내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교사노조연맹 홈페이지
출처: 교사노조연맹 홈페이지

교사노조는 4일 <공교육 정상화의 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지막 말이 와닿습니다. “전국의 교사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라. 마음이 아프면 꼭 병원에 가라. 힘들면 쉬어라. 당신에게는 잘못이 없다. 조금 여유가 있다면 동료에게 괜찮은지 한 번만 물어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더 이상 점으로 흩어지지 말고, 일단 살아서,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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