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곰과 마주치면 죽은 척해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9.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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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야외활동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들

가을입니다. 낮에는 아직 뜨겁지만 아침 저녁 공기는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씨죠. 캠핑 좋아하는 가족들은 산으로 들로 떠납니다.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6일간의 연휴를 보내게 됩니다. 이미 떠날 계획을 세웠거나 한창 계획을 세우는 중인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다보면 위급 상황도 늘어납니다. 뉴스톱이 가을철 야외활동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정보들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출처: 소방청
출처: 소방청

①말벌에 쏘이면 카드로 벌침 제거?... 말벌 독침은 피부에 남지 않아

신나게 야외 활동을 하다가 말벌을 만나면 그야말로 난감하죠. 해마다 벌에 쏘여서 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저 말벌이 나에게 달려들면 어쩌지 하는 공포감이 듭니다. 실제로 소방청 통계를 보면 올해 8월까지 벌쏘임 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지난해 11명, 2021년에도 11명이 숨졌습니다. 해마다 벌 쏘임 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는 7~9월 사이입니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2017~2021년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결과 벌 쏘임 사고는 총 5457건 발생했습니다. 그 중 151명이 입원하고, 24명이 사망(연평균 4.8명)했습니다. 이 중 2730건이 8~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24명의 사망자 중 8~9월에 사망한 사람이 13명이었습니다.

출처: 산림청 국립수목원
출처: 산림청 국립수목원

말벌과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19년 <산림말벌 바로알기>라는 소책자를 펴냈습니다. 이 책에 보면 말벌에 관한 팩트체크가 실려있습니다. 말벌에 쏘이는 주요원인은 ‘말벌이나 말벌 집을 제거하려는 경우’, ‘말벌 집을 실수로 건드렸을 경우’라고 합니다. 말벌을 목격했을 때는 말벌과 대적하지 말고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말벌의 공격이 시작됐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거나 엎드려 있을 경우 이미 흥분한 말벌의 집중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벌집에서 10~20m 이상 벗어나야 합니다.

말벌에 쏘이면 피부에 박혀있는 벌침을 손으로 뽑으려 하지 말고 카드로 밀어서 빼내라는 내용이 많이 회자됩니다. 그런데 말벌은 독침을 주삿바늘처럼 찔렀다 뽑았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벌에 쏘였다고 해서 사람 피부에 독침이 남아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사람 피부에 독침을 남기는 것은 대부분 꿀벌입니다. 꿀벌은 침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서 한번 침을 쏘면 사람 피부에 박히고 그 끝이 독주머니와 연결돼 있어 독주머니가 뽑혀 나옵니다. 이걸 손으로 만지면 터져서 벌독이 인체로 더 주입될 수 있기 때문에 독주머니가 터지지 않도록 카드나 핀셋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침을 뽑아내라고 하는 것이죠.

출처: 국립공원공단
출처: 국립공원공단

②곰을 만나면 죽은 척?... 뒷걸음질로 벗어나야

우리나라에도 곰이 살고 있습니다. 2004년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된 이후 80여마리가 지리산, 덕유산 등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곰과 두 친구> 이야기의 영향인지 몰라도 곰을 만나면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해야 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립공원공단의 설명은 다릅니다. 반달가슴곰과 마주칠 경우 오던 길로 천천히 뒷걸음질 쳐 곰을 피하라고 합니다. 만약 곰이 공격을 해온다면 나뭇가지나 등산스틱 등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적극 저항하라고 합니다. 저항이 어려운 경우에만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로 움직이지 말라고 합니다.

반달가슴곰은 일반적으로 매우 소심하며,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때문에 곰과 만나는 일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산에 오를 때는 곰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지정된 탐방로만 이용 ▲단독 산행보다는 2인 이상 동행 ▲곰의 최근 흔적이 보일 경우 되돌아 감 ▲잔반 과일 버리지 않기 ▲지정된 장소 이외에선 취사 및 야영하지 않기 등을 준수해야 합니다.

[생명의 색깔] 두꺼비와 유혈목이 출처: camera111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생명의 색깔] 두꺼비와 유혈목이 출처: camera111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③꽃뱀은 독이 없다?... 유혈목이는 독사

가을철에는 뱀에 물리는 사고도 많이 발생합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뱀물림 사고의 경우 9∼10월 사이 이송 건수는 2019년 161건, 2020년 180건, 2021년 245건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는 225건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뱀 중 독사로 알려진 종류는 살모사가 대표적입니다.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등 3종류가 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꽃뱀이라고도 불리는 ‘유혈목이’는 오래도록 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독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혈목이는 살모사보다 더 위험한 피부 세포를 괴사시키는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유혈목이의 독이 살모사 같은 독사류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살모사의 독은 치료 혈청이 개발돼 있지만, 유혈목이의 독에 대한 혈청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혈목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사류처럼 스스로 독을 만들지 않는데요. 먹이로 하는 두꺼비와 반딧불이(유충)의 독을 입 뒤 독샘에 보관하고 있다가 입안 깊숙이 있는 두 쌍의 독니를 통해 먹이 체내로 주입한다고 합니다.

잡초가 많아 길이 잘 보이지 않을 경우 강한 발걸음 소리를 내거나 등산스틱으로 강하게 짚는 진동으로 경고 사인을 보내 뱀이 도망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침이나 점심쯤 햇볕을 찾아 양지로 나오는 뱀들도 있으니 풀숲이 아니어도 조심해야 합니다. 또 긴 옷과 발목까지 덮는 등산화, 장갑 등 보호 장비 및 복장을 착용하면 좋은데요. 딱딱한 소재의 등산용 스패치(각반)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뱀을 만나면 잡으려 하지 말고 즉시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뱀에게 물렸을 경우 즉각 119에 신고하고 구조를 요청합니다. 상처를 절개하고 피를 빨아내는 일은 뱀독 제거에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2차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물린 곳에서 5~10cm 심장 가까운 쪽으로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로 묶고 빨리 후송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④색이 화려한 버섯만 독이 있다?... 사실 아님

가을은 송이버섯을 수확하는 계절입니다. 산을 찾았다가 버섯을 발견하고 함부로 먹다가 큰일을 당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버섯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굉장히 많습니다.

▲색이 화려하지 않은 버섯은 먹어도 된다.

▲세로로 잘 찢어지는 버섯은 모두 먹을 수 있다.

▲은수저 등 은제품을 검게 변색시키지 않는 버섯 요리에는 독이 없다.

▲벌레나 달팽이가 먹은 흔적이 있는 버섯은 먹을 수 있다.

▲독버섯은 버섯 대에 띠가 없다.

▲독버섯이라도 가지나 들기름과 함께 요리하면 독성이 없어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런 속설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산림청이 <독버섯에 관한 5가지 오해>라는 팩트체크를 내놨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버섯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면 산에서 만나는 버섯은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⑤진드기에 물리면 모두 STFS에 걸린다?

걸리면 약도 없다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도 야외활동시 주의해야 할 질병입니다.  SFTS 바이러스(Dabie bandavirus, SFTSV)를 보유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SFTS의 치명률은 18.7%에 이릅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80세 이상의 치명률이 1.71%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예방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기

2.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하여 햇볕에 말리기

3. 풀밭에서 용변 보지 않기

4. 야외작업 시에는 일상복이 아닌 작업복을 구분하여 착용하기

5. 옷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 신기

6. 작업 및 야외활동 시 기피제 사용하기

7. 야외활동 후 샤워를 하고, 옷은 털어서 반드시 세탁하기

8.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기

그렇지만 모든 진드기가 SFTS를 옮기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참진드기 중 극히 일부만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합니다. 몸에 진드기가 붙어있을 경우, 손톱으로 진드기를 터뜨리거나 무리해서 떼어내려 하면 진드기의 혈액에 의해 추가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방문해 제거해야 합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⑥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

여름 더위가 수그러들고 기온이 낮아지면 여름철 극성을 부리던 모기의 위세가 한풀 꺾인다는 뜻으로 쓰인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됐습니다. 기후변화 탓으로 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고 있어 처서(8월23일)가 훌쩍 지났지만 모기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말라리아가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말라리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은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로 5~11월을 꼽습니다. 처서가 지났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죠.  이전까지는 주로 휴전선 인근 지역인 인천,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서울 서부권에서도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방법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소개하는 말라리아 예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천, 경기·강원 북부로 여행하실 분들은 잘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말라리아 매개모기는 4월~10월 사이, 일몰 직후 ~ 일출 직전에 주로 활동하므로 야간 외출 자제

2. 땀이 나면 모기가 유인되므로 야외활동 후 반드시 샤워

3. 말라리아 매개모기는 어두운색을 좋아하므로 밝은 색의 긴 옷 착용

4.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된 기피제와 살충제 사용

5. 취침 전 방충망을 점검하고, 모기장 사용

6. 인공용기, 웅덩이 등 고인 물 제거 및 축사주변에 유문등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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