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임시공휴일은 모두의 휴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9.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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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230만명은 제외

정부는 2023년 9월5일 국무회의에서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9월28일부터 개천절인 10월3일까지 6일의 연휴가 생겼습니다. 이미 여행 계획을 세운 분들도 많고 계획이 아직 없는 분들도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뉴스톱이 임시공휴일과 관련된 팩트체크를 시도합니다.

출처: 인사혁신처
출처: 인사혁신처

①임시공휴일은 모두의 휴일?...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제외

고용노동부의 2021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 통계에 따르면 종사자수 1~4인 사업체는 전국 123만9760곳이며 여기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313만8284명입니다. 이 중 자영업자 72만2685명과 무급가족 및 기타 종사자 12만4324명을 제외하더라도 230만명 가까이는 임시공휴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죠.

누군가 여행을 떠나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으려면 누군가 일을 해야하는 것은 분명히 맞습니다. 여행업, 숙박업, 요식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대목’을 맞았으니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아닌 4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남들 다 쉬는 휴일에 일하러 나왔으니 최소한 휴일 수당을 받거나 대체 휴일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러나 이들 4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들은 휴일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번 10월2일 임시공휴일은 공휴일법 2조 10호에 따른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공휴일법은 공휴일 적용 대상을 ‘국가공무원법’과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휴일을 정하는 근로기준법 55조는 애석하게도 휴일 적용대상을 상시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4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휴일을 적용받지도 못하고, 휴일 근무에 따른 휴일 근로 수당도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사업주가 선의로 종사자에게 휴일, 휴일 수당, 대체 근로를 부여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선의’일뿐 법으로 정한 의무는 아닙니다.

출처:  2021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 고용노동부
출처:  2021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 고용노동부

근로기준법이 적용대상을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하위과제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를 공언했습니다. 고용부는 “근로자 인격권 보호 중심 5인 미만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 추진”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 여당의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움직임에 크게 반발합니다. 연합회는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가산(연장·휴일·야간)수당과 연차 휴가 등에 따른 비용 증가는 물론, 해고 제한 및 서면 통지와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으로 인한 행정적 관리 비용까지 소상공인이 모두 떠안게 된다”며 “경영상 부담이 가중되고, 범죄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이 커지면 경영이 위태로워지고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면 노동 인구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②대통령 선거 투표일은 법정공휴일? 19대는 임시공휴일!!

이번 10월2일 임시공휴일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62번째 임시공휴일입니다. 2006년까지는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의 투표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었는데, 2007년 법개정으로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 됐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이전까지는 역대 대통령 취임식도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었구요. 1949년 7월5일 백범 김구 선생 국민장 영결식, 1957년부터 1960년까지는 3월26일을 이승만 대통령 탄신일로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1969년 7월1일 아폴로 11호 달착륙 기념, 1988년 9월17일 88서울올림픽 개막식, 2002년 7월1일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 기념 및 월드컵 대표팀 4강 진출 경축 등이 눈에 띄는 임시공휴일입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8월14일(금)은 광복절 70주년 경축 및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한 임시공휴일,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7년 10월2일 국민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지정된 임시공휴일, 2020년 8월17일 광복절 75주년 경축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내수 회복 도모 차원에서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17년 5월9일도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주요 선거일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고 하지 않았냐구요? 맞습니다. 그러나 공휴일법은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만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인 19대 대선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③임시공휴일 찬성... 국민 휴식권+소비 활성화

노동자에게 일을 시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기업 입장에선 휴일이 늘어나는 게 달가울 리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인 보수 진영도 재계 논리에 따라 휴일이 늘어나는 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10월2일 공휴일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건의하는 형식으로 추진됐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의 8월28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살펴봅니다.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의 징검다리 연휴 기간 중에 비휴일인 10월 2일인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주실 것을 공식 건의한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오랜 기간 코로나 때문에 부모님조차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만큼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모처럼 가족, 친지,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민족의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의 충분한 휴식권 보장과 내수 진작, 소비 활성화 차원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교통량 분산으로 인한 이동시간 단축도 예상된다. 많은 학교와 유치원에서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는 만큼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방지 차원에서도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주시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은 휴식권 보장, 내수 진작, 소비 활성화, 교통량 분산 등을 기대 효과로 꼽았습니다. 한경협(옛 전경련), 경총 등 경제단체들도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내수활성화를 기대하는 여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④임시공휴일 반대... 기업 부담 가중

이번 10월2일 임시공휴일에 드러나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경제단체는 아직 없습니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윤석열 정부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 비판에 나서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재계는 임시공휴일 또는 대체공휴일 추진에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6월 경제단체들은 대체공휴일 도입 추진에 대한 경영계 코멘트를 통해 "경영계는 대체공휴일제와 같은 실효성 없는 선심성 제도 도입 추진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의 공휴일수가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관광 산업 활성화 등 내수 진작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 7월부터 20인 미만 영세기업에 주40시간제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대체공휴일제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중소·영세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도 야당시절이던 2021년에는 대체공휴일 확대를 반대했습니다. 2021년 6월29일 지금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이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에 나섰습니다. 이 의원은 대체공휴일 확대의 경제효과가 확실하게 추산되지 않았고, 사회적 합의나 치밀한 사전조사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체공휴일 확대를 반대했습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심의하고 표결했던 국회 행안위 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체공휴일 확대 정책에 대해 "휴일주도 성장을 주장하고 싶냐"고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와 단기근로자 모두의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서 현실적 재정적 지원방안까지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입니다.  

⑤임시공휴일 효과 추정... 8.5조 생산감소 VS 4.8조 생산유발

윤석열 정부 이전 재계는 공휴일 확대가 기업 피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2013년 경총은 공휴일이 일요일이 겹치면 평일 하루를 휴일로 지정하는 대체공휴일 도입 시 28조원 규모의 생산감소 및 4조3000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을 포함해 총 32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경총은 3.3일의 공휴일 증가로 인한 광공업 생산차질 및 이에 따른 산업연관효과로 전체 기업이 28조 1127억원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하루로 따지면 공휴일 하루 증가에 8.5조원의 생산 감소가 일어나는 셈이죠.

반면 공휴일 확대가 내수 진작 등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와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발간한 경제주평을 통해 "대체공휴일 1일의 경제 전체 소비지출액은 약 2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를 통한 생산유발액은 약 4조 8000억 원, 부가가치유발액은 약 1조 9000억 원, 취업 유발인원은 약 4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임 정부 정책 지우기에 골몰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전임 정부 정책 중 거의 유일하게 '공휴일 확대 정책'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언급한 현대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좀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 글로벌 교역 환경 개선 지연 등으로 국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의 부진세가 지속되고 있어 내수 진작을 통한 추가적인 경기 둔화 예방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공휴일 확대 지정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됨

-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영세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휴일 임금 상승, 생산 손실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 부담 증가 우려로 인해 대체공휴일 확대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임

- 이에 관련 사업장에 대한 정부, 경제단체, 대기업 등의 배려와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

<대체공휴일 지정 효과, 정책 노력에 달렸다!> 2023. 03.17. 경제주평 23-06, 현대경제연구원

'정부, 경제단체, 대기업 등'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를 위해 어떤 '배려와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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