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논란… 쟁점은?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9.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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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통계 등 주요 국가통계에 조작이 있었다는 감사원의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국토교통부, 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2022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와 관련해 중간발표를 했다. 

감사원 보도자료
감사원 보도자료

감사원은 감사 결과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이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며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통계청 등 4개 기관 총 22명에 대해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및 장관 출신 인사들의 정책연구포럼 ‘사의재’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과 발표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는 철저히 당리당략을 따른 정치 행위이자 감사원이 헌법기관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정치 참여 선언”이라며 감사원 발표 결과를 반박했다.

'부동산 통계 조작'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 중간발표의 쟁점, 이에 대한 반론을 뉴스톱이 정리했다.


◆같은 주택통계, 다른 결과… 이유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가계소득 통계와 부동산 통계 두가지 부문에서 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더 큰 논란이 불거진 쪽은 ‘주택 통계 분야’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이 폭등하던 시절 상대적으로 덜 상승한 것처럼 혹은 하락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총 94회에 걸쳐 부동산원의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증거 중 하나는 민간 부동산 통계와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 통계의 차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상승률과 민간 통계인 KB 주택통계 수치간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5년간 부동산원의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은 19.5%였지만 KB부동산 통계는 62.2%를 기록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부동산원과 KB 주택통계 간 격차는 0.4%p에 불과했지만, 2017년 이후에는 15.2%P로 약 38배나 증가했다.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불가능한 수치차이라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이다. 

감사원 보도자료
감사원 보도자료

반론도 제기된다. 원래 부동산원과 KB부동산 통계는 상당한 수치 차이가 있었다는 거다. 특히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이런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주장이다. 이런 차이는 조사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같은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라고 해도 표본 수, 지수 산정 방식, 조사 방법 등에 따라 통계 간 격차가 발생한다.

먼저, 한국부동산원은 정부 소속의 공공기관으로, 2013년부터 '주택법 시행령' 등에 따라 국토부로부터 주택통계 작성 등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원에서는 전문조사자가 조사 대상(표본)의 실거래 사례 및 가격형성요인이 유사한 인근 지역의 실거래 사례를 기반으로 매물정보, 시세정보, 부동산중개업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표본가격 산정한다.

조사 대상인 표본 주택에 실거래 사례가 있으면 이를 표본가격으로, 실거래 사례가 없으면 동일 단지 유사 거래 사례 및 매물 가격 등을 활용해 표본가격으로, 그마저도 없는 경우라면 최근 거래 사례 및 매물 가격 등을 활용해 표본가격을 산정하는 식이다. 아파트 가격 동향은 일주일, 이외 단독·연립주택은 1개월 기준으로 조사한다. 표본 규모는 월간 통계의 경우 전체 4만7300호(아파트 3만6000호, 연립다세대 6480호, 단독주택 4820호), 주간 통계는 전체 3만2900호이다.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

반면, KB 부동산 통계는 민간기업인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아파트의 경우 240개 구시군을, 단독·연립주택의 경우 133개 구시군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부동산원 조사와 마찬가지로 아파트는 일주일, 단독·연립주택은 1개월 기준으로 가격 동향을 발표한다.

KB 조사는 표본주택이 거래가 된 경우에는 실거래가격을 표본 가격으로 삼지만,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직접 가격을 입력할 수 있다. 이후 지역 담당자가 검증 후 가격을 확정하는 구조다. 다만, 매도자나 매수자의 호가는 절대 조사하지 않는다고 KB부동산 측은 밝히고 있다. 표본 규모는 전체 6만 7720호다.

KB부동산 홈페이지
KB부동산 홈페이지

두 곳 모두 실거래가를 표본가격 설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실거래 없는 경우 이를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에 차이가 발생한다. 부동산원 조사는 KB 조사보다 표본이 2만 호나 적다는 한계를, KB 조사는 중개업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한계를 각각 지니고 있기도 하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역시 지난 2월, "조사하는 표본 수집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차이가 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KB부동산 통계가 시장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동산 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입력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호가를 반영 안한다고 하더라도 매도자가 원하는 좀 더 높은 가격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이 격차가 벌어진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두 통계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84제곱미터(32평형)의 한국부동산원 시세는 19억원이다. 하지만 KB부동산 시세는 20억 6000만원으로 같은 시기 조사에서도 1억6천만원이 차이가 난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원 통계의 경우 올해 5월 22일부터 7월초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누적 상승률은 0.22%였다. 반면 같은 기간 KB부동산의 통계의 경우 6주 연속 하락세였다. 집값 흐름이 한국부동산원이 KB부동산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문재인 정부때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흐름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집값 폭락은 없다는 입장이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부동산원은 문재인 정부때든 윤석열 정부때든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부합하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국토부 산하기관으로서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보 사전 제공 지시… 통계법 위반?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통계 작성 및 공표 과정에서 통계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동산원에 지시했다는 것이 통계법 위반이라는 것도 쟁점 중 하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이 첫 부동산 대책발표를 앞두고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서울 주간 주택 동향을 추가로 조사해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감사원 보도자료
감사원 보도자료

부동산원은 제공 중인 정보로도 시장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거절했으나, 대통령 비서실은 지속적으로 이를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그간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해 오던 것을 2017년 6월 12일부터 주중치, 속보치, 확정치로 구분해 대통령 비서실과 국토부에 주 3회 제공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발표 내용이다.

원래 부동산원의 주간주택가격동향 조사는 전주 화요일부터 금주 월요일까지 일주일간 조사를 한뒤 금주 목요일에 확정치를 발표한다. 그런데 2017년 6월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통계 보고를 주 3회로 늘리라고 지시를 했다. 그래서 부동산원은 전주 화, 수, 목 사흘간 조사원이 입력한 통계인 주중치(잠정치)를 전주 금요일에 청와대에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에서는 금주 목요일에 발표되는 확정치가 주중치보다 높게 나오면 '그 사이에 가격이 올라간 이유를 대라'고 부동산원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집값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

이런 압박이 통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이 안되지만 주중치와 확정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7년에는 주중치와 확정치가 일치하는 비율이 31.6%였는데 2021년에는 80.6%까지 상승했다. 다만 단순한 수치의 유사성을 가지고 조작을 설명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해당 지시가 '통계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통계법 제27조의2는 "누구든지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사의재 측은 해당 지시는 시장 상황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의재는 “통계 발표 주기가 길거나 일부 이상 사례가 나올 경우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역대 모든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 보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방정균 사의재 운영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계법 제27조의2 4항을 근거로 들며 "국제협력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경제위기, 시장 불안 등으로 관계 기관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표 전에 제공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 방식의 차이인가, 조작인가

논란의 핵심은 두 조사 간 차이가 단순히 조사 방식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문재인 정권의 조작 압력의 결과인지 여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당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자, 총 27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감사원은 해당 대책이 집값 하락 효과를 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지난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 총 94차례의 통계수치 조작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 상승률 수치가 낮게 나오도록 주중치에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보도자료
감사원 보도자료

감사원은 또, 당시 민간 통계보다 현저히 낮은 부동산원 통계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산하자, 부동산원이 그간의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른바 '표본 가격 현실화'를 실시했다고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확정, 공표된 과거의 표본 가격을 상향 조작하거나 새롭게 교체된 표본의 가격을 하향 조작하는 등 새로운 불법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의재는 "통계체계 개편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고, 통계 조사와 작성에는 수많은 공무원이 참여한다"며 "이런 모든 이가 의도를 갖고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감사원이 주장하는 통계 조작이 성립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통계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며 "부동산 통계만 봐도 주간 동향뿐 아니라 실거래가, 민간 기관의 통계 등 다양한 통계가 발표되는데 특정한 통계 수치를 높이거나 낮춘다고 시장 상황이 한 방향으로 설명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MBC 시선집중 홈페이지
MBC 시선집중 홈페이지

문재인 정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방정균 사의재 운영위원장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원이) KB시세가 정확한 정답이라는 전제 아래 그래프를 비교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동산원이 좀 더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통계 시스템 변화 목소리도

이런 상황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부동산원 노조가 경찰 정보관에게 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의 외압이 있다고 제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감사원이 밝힌 감사 결과는 중간발표 성격이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인사 22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한 데 이어, 최대한 서둘러 최종 감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추가 결과 발표 내용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거나, 현 정부가 무리한 흠집 잡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부동산 통계 시스템 자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거래는 통상 수개월 이상 걸리는 과정인데, 주간 단위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경우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간 통계는 시장의 불안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며 “주간 통계보다는 월간 통계 등의 정확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토부 산하의 부동산원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인 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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