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온라인에서 거래된 암표는 처벌 못 한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6.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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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콘서트, 페스티벌 등 각종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되고 있다. 6월에만 워터밤 서울 2023 페스티벌, 방탄소년단 슈가 단독콘서트,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 인기 아이돌그룹 콘서트, 프로야구 경기 등 행사가 주말마다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문제는 각종 행사가 재개되며, 또다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인기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티켓이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한 중고거래사이트에 "브루노 마스 8연석 양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1억8000만원의 암표 매물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공연 티켓의 정상가는 가장 비싼 티켓이 25만원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러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온라인에서 티켓에 플미를 붙여 파는 건 불법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플미’는 '프리미엄(premium)'의 준말로, 티켓을 되팔 때 더하는 금액을 뜻한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암표 거래는 법적으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현장 판매만 처벌 가능… 온라인 암표 ‘사각지대’

현행법상 암표 매매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문제는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암표 판매 행위가 흥행장, 경기장 등 ‘현실 공간’만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공연법 제4조의2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연의 입장권·관람권 또는 할인권·교환권 등의 부정 판매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강제성이나 처벌 조항이 없다. 암표를 ‘구매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도 현행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암표를 판매한 사람이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23일, 아이유, 영탁, 박효신, 윤하 등 유명 가수의 콘서트의 예매 내역서와 좌석표를 위조해 상습적으로 판매해 온 20대 A씨가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을 양도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20대 B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이 선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티켓을 위조하거나, 있다고 속여 판매해 ‘사기 혐의’가 인정된 경우다. 암표 판매 그 자체로 처벌을 받은 건 아니다.

만약 암표 판매자가 매크로 프로그램(단순반복적 작업을 자동으로 프로그램화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을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면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경범죄 처벌법이 아닌, 형법 314조 1항 ‘업무방해죄’ 등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 티켓 판매업무의 적정성 및 공정성을 방해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개정안 따르고 있어… “시대 반영 필요”

즉, 현행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 그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암표 거래는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에 접수된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만 3594건에 달했다. 때문에 현행법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실제로 오프라인에서의 암표 매도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경범죄 처벌법은 1973년부터 시행된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퇴폐풍조를 일소하여 명랑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경범죄 처벌법을 개정했는데, 개정안에는 암표 매도행위와 함께 ▲장발을 한 남자 ▲미풍양속을 해하는 저속한 옷차림을 한 자 ▲은밀한 장소에서 타인에게 무도 교습행위를 한 자 등이 함께 포함됐다.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경범죄로 여겨지던 시절에 개정된 법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해서 제기되자, 국회에서는 온라인 암표 판매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법안은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이른바 '온라인 암표근절법'이다. 이태규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암표 거래가 성행함에 따라 이에 대한 처벌조항의 현실화를 통해 불법적인 암표 거래를 근절하고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 여론 역시 이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가 지난 7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중음악공연 소비자 중 83%가 온라인상 암표 거래에 대해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표 거래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안으로는 응답자 중 81.9%가 '공연기획사의 암표 거래 신고 후 취소표 처리'를 꼽았고, ▲’지속적인 티켓 예매 내역 모니터링’ ▲’티켓을 리셀(재판매)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이 뒤를 이었다.


정리하자면, 현행 ‘경범죄 처벌법’은 암표 매매를 경기장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진 행위로만 한정하고 있다. 티켓을 위조하거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우라면 온라인 판매도 법적 처벌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는 ‘사기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 자체만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에서의 암표 매매 행위도 ‘경범죄 처벌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따라서, 뉴스톱은 “온라인에서 거래된 암표는 처벌 못 한다”는 주장을 ‘대체로 사실’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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