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 대응이 재범 부추긴다
도작왕 손창현이 경찰도 속였습니다. MZ세대의 의견을 수렴해 청년층이 원하는 치안정책을 발굴하겠다면서 모집한 ‘메신저-폴’에 사칭한 이력을 적어내 선발됐습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어떤 증빙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북자치경찰, 메신저폴
전라북도자치경찰위원회(이하 전북자치경찰)는 지난 4월 청년정책자문단 ‘메신저-폴’ 모집공고를 냈습니다. ‘메신저-폴’은 전라북도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안전한 전라북도를 위한 자치경찰 관련 시책을 제안하고, 전라북도 자치경찰에 대한 홍보활동을 하는 청년 자문단 성격입니다. 모집인원은 80명 내외로 정해졌습니다. 활동 우수자에게는 위원장 상장 및 기념품 등의 혜택을 준다고도 했습니다.
전북자치경찰은 지난 5월 24명을 ‘메신저-폴’로 위촉했습니다. 모두 전북지역 소재 대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낯익은 이름이 있습니다. ‘손창현’. 맞습니다. 남의 소설을 도용해 문학상을 수상하고, 각종 사기·사칭 행각을 벌였던 그 손창현입니다.
◈확인, 7679 손창현
뉴스톱은 전북자치경찰에 손창현에 대해 물었습니다. 손창현은 경북 영주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대학생도 아닙니다. 그런데 전북자치경찰이 발표한 위촉자 명단을 보면 전북 지역 소재 대학교 4학년으로 적혀있습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왜냐면 손창현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010-XXXX-7679)가 기재돼 있기 때문이죠.
전북자치경찰 관계자는 뉴스톱의 확인 요청을 받은 뒤 "지원서를 받을 때 재학 증명서 등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지원신청서를 받을 때 증빙서류 제출과 함께 진위여부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았다면 손창현은 쉽사리 속일 마음을 먹지 못했을 겁니다. 위조 증빙서류를 제출할 경우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지니까 말이죠.
'메신저-폴' 손창현과 도작왕 손창현이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전북자치경찰 관계자는 “메신저-폴로 위촉된 손창현씨가 도작왕 손창현씨와 같은 인물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다만 “지원 자격이 관내 대학 재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측의 확인을 거쳐 재학생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해촉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참 비겁합니다. 경찰 씩이나 돼서 손창현 본인에게 전화해서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향후 민형사 고소·고발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는데, 역시 난색을 표합니다.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 따져봐야할 게 많다고 합니다. 피해를 당한 기관들이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니까 손창현은 사기·사칭 행각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어떻게 멈추나... '7679 손창현' 기억해야
손창현은 그야말로 줄기차게 사칭·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로 공모전이나 서포터즈, 대학생 기자 등을 노립니다. 출품·지원 자격을 속이고 남의 작품이나 지원서 등을 도용해 응모합니다. 상품이나 상금 등 경제적 대가를 노린 응모도 있지만 ‘트로피 사냥’처럼 당선되거나 선발되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경우도 상당한 걸로 보입니다.
손창현은 언론기사에 실명이 언급되고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등 오픈 백과사전에도 그의 이름과 행각이 박제됐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칭·사기 행각을 지속하고 있는 겁니다. 손창현은 뉴스톱에 자신의 정신과 진료 내역과 세부 상담 내용이 담겨있는 서류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는 “나도 멈추고 싶은데 병이라서 어쩔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까요.
손창현은 2021년 1월 소설 도작으로 물의를 빚은 뒤 2년여 동안 꾸준히 사기·사칭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 그 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계속할 겁니다. 그런데 손창현이 거짓 이력을 사용하고 남의 작품과 아이디어를 훔치지만 본인의 것을 사용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이름과 전화번호입니다. 각종 지원과 응모에 사용하는 손창현의 전화번호는 010-xxxx-7679 입니다. 공모전과 서포터즈 등 선발을 준비하는 관계자는 손창현 7679를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걸러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