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골프장 숫자 전 세계 8위?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9.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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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골프 시장 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유원골프재단이 지난 13일 펴낸 ‘한국골프산업백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골프 시장 규모는 약 20조 6690억 원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골프산업백서 2022
한국골프산업백서 2022

이는 2020년 대비 16.2%(5조 8540억 원) 성장한 규모다. 코로나19 이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4.9%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수 인원과 야외 활동이라는 특성을 가진 골프 산업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해당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SNS를 중심으로 “한국 골프장 숫자가 세계 8위 규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골프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 면적을 고려했을 때 믿기 어려운 순위다. 뉴스톱이 확인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0년 기준 “한국의 골프장 개수는 전 세계 8위”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영국왕실골프협회 R&A에서 발간한 <Golf Around the World 2021>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골프장은 코스 기준 810개로, 전 세계 8위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2%를 차지하는 숫자다.

Golf Around the World 2021
Golf Around the World 2021

전 세계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1만 6156개의 코스와 24만 369개의 홀, 1만 4139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위와 3위는 일본과 영국이 차지했고,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대한민국 ▲스웨덴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810개의 코스와 9348개의 홀, 447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면적 대비 골프장 숫자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더욱 높아진다. 앞서 언급한 상위 10개국을 대상으로 총면적 대비 골프장 숫자(코스 기준)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 1위는 영국, 2위는 일본, 3위는 우리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독일 ▲미국 ▲스웨덴 ▲프랑스 ▲중국 ▲캐나다 ▲호주 중국 순이었다.

National Golf Foundation
National Golf Foundation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51개 국가 중 206개 국가에 골프장이 있을 만큼 골프는 이미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가 됐다. 그러나 전체 골프장의 80%는 상위 10개국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전 세계 골프장의 50%가 북미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가 전 세계 면적의 16%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비중인데, 이는 미국이  전세계 골프장 4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큰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유럽으로, 전체 골프장의 2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17% ▲오세아니아 5% ▲아프리카와 남미가 각각 2%대로 뒤를 이었다.

Golf Around the World 2021
Golf Around the World 2021

문제는 골프장의 증가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뿌리는 농약이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541개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은 202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보다 8.6% 늘어난 수치다.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물이 외부로 나가는 '유출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골프장도 전체 90%인 487곳이었다.

이러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환경부는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이 진행한 사후환경영향조사를 보면 협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5년간 신설된 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행 현황 조사 결과 골프장 26곳 중 협의를 이행한 골프장은 9곳에 불과했다. 골프장의 65.3%가량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법을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성 없는 이행 명령이나 수백만 원대 과태료 처분만 받으면 별다른 제약 없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골프장 숫자가 전 세계 8위 규모”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심지어 면적 대비 골프장 개수를 비교하면 전 세계 3위까지 올라간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골프 시장 규모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골프장은 벌목,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분별한 골프장 설립과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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