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세금 안 내도 5~10년만 버티면 자동 소멸?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0.0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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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중심으로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5~10년만 버티면 세금 체납 시효가 만료돼 납부 의무가 사라진다”는 주장이 퍼졌다. 악성 세금 체납자 2만 9000여 명이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 시효가 만료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다. 뉴스톱이 확인했다.


◆세금에도 '소멸시효'가 있다?

형법상 범죄에도 공소시효가 있듯, 세금에도 시효가 존재한다. 국세기본법 제27조에는 국가가 국세 징수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되는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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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5억 원 이상의 국세에는 10년, 5억 원 이하의 국세에는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세금 납부 기한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정해진 소멸시효가 지나면, 국가가 더 이상 국세징수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수십억대의 세금을 체납했더라도 10년이 지나면 체납 세금은 소멸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추후 체납자의 재산·소득이 발견되더라도 징수할 수 없다.

그러나 체납 상태로 5년에서 10년이 지난다고 해서 무조건 시효가 만료되는 것은 아니다. 국세기본법 제28조에 따라 국세청이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거나 정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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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납부고지 ▲독촉 ▲교부청구 ▲압류 등의 조치가 이행되면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이 경우 그동안 진행된 소멸시효는 사라지고, 해당 조치가 끝난 이후 처음부터 다시 소멸시효를 계산하게 된다.

소멸시효가 잠시 ‘정지’되는 경우도 있다. ▲분납기간 ▲납부고지의 유예, 지정납부기한·독촉장에서 정하는 기한의 연장, 징수 유예기간 ▲압류·매각의 유예기간 ▲연부연납 기간 ▲국세징수법 제25조에 따른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나 민법 제404조에 따른 채권자대위소송이 진행 중인 기간 ▲체납자가 국외에 6개월 이상 계속 체류하는 경우 해당 국외 체류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소멸시효가 정지된다. 이후 해당 기간이 지나면 기존 시효의 연장선에서 소멸시효를 적용하게 된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징수 소멸시효를 지속해서 연장하고 있다.

 

◆만료된 세금만 3년간 '7조 원'

문제는 그럼에도 매년 만료 체납 세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효 만료로 소멸된 체납 세금은 국세징수법이 개정된 2013년 22억 원을 기록한 뒤 점차 증가해 2018년 처음으로 1000억 원(1782억 원)을 넘어섰다.

국세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체납자를 위해 압류재산 등을 정비한 2020년 이후부터는 조 단위로 급증하고 있다. 소멸 체납 세금은 2020년 1조3411억 원, 2021년 2조8079억 원, 2022년 1조9263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소멸된 세금만 7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체납 불이익도 함께 소멸… 시효 연장 법안 발의

세금 시효가 만료되면 단순히 해당 체납액만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체납자에게 가해지던 여러 가지 불이익도 사라지게 된다.

체납 시 받게 되는 불이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세금을 납부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 본세금에 대한 일정 비율의 가산금이 부과된다.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고,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며, 신용카드 발급 제한 등 각종 금융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체납이 지속될 경우 재산 압류도 가능하다. 체납 첫 달에 부과되는 독촉장에 명시된 납부 기한까지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제징수법 제61조에 따라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압류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금전으로 바꿀 수 있는 재산은 압류당하게 된다.

세금 체납자는 불성실 체납자로 관리되기 때문에 사업자등록도 불가능하며, 고액 체납자의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4조에 따라 출국 정지 및 여권 발급 제한 조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국세체납액이 본세를 기준으로 5억 원 이상이고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경우, 고액·상습체납자로 분류돼 일반 대중에게 체납자들의 명단이 공개된다.

그러나 세금 시효 만료로 이 같은 불이익에서 벗어나게 된 악성 체납자(법인 포함)만 최근 4년간 3만 명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양경숙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세금부과 시효 만료로 명단공개 대상에서 해제된 고액·상습 세금 체납자는 총 2만9358명이다. 이 중 출국금지 조처까지 내려졌다가 해제된 체납자는 2658명이다.

의안정보시스템
의안정보시스템

이 때문에 체납 국세의 소멸 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 9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체납액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15년으로,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일 경우 10년으로, 5억 원 미만일 경우 5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5~10년만 버티면 세금 체납 시효가 만료돼 납부 의무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국세기본법 제27조에 명시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조항에 따라, 5억 원 이상의 국세에는 10년, 5억 원 이하의 국세에는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멸시효가 지나면 체납 세금은 소멸되며, 체납자는 체납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에서 벗어나진다.

그러나 국세청으로부터 ▲납부고지 ▲독촉 ▲교부청구 ▲압류 조치를 받을 경우 해당 소멸시효는 중단되며, 징수 유예기간, 소송 기간 등에는 일시적으로 소멸시효가 정지된다. 따라서 체납 후 5년에서 10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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