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지하철 기본요금 1400원.. 왜 올리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10.0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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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교통비 아끼는 법

7일부터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릅니다. 금액으로는 150원 인상이고 비율로는 12% 인상입니다. 지하철만 이용해 기본요금 구간으로 주 5일 출퇴근하는 이용객의 경우 월 5만원의 교통비가 5만6000원으로 오르는 셈인데요. 적으면 적다고 많으면 많다고도 할 수 있는 금액이죠. 왜 지하철 요금을 올린 걸까요? 교통비 아끼는 방법은 없을까요? 뉴스톱이 짚어봤습니다.

출처: 서울교통공사
출처: 서울교통공사

◈얼마나, 왜 오르나?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에 따르면 10월7일부터 교통카드를 기준으로 일반(성인) 기본운임은 14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각각 800원, 500원으로 바뀝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가 17조6808억원에 이를 정도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당 운송적자(1인 수송 시마다 발생하는 적자)는 지하철 755원, 시내버스 658원입니다.

바꿔서 이야기하면 요금을 각각 755원, 658원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물론 비용절감, 경영쇄신 등 서울교통공사의 자구노력도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과 서비스 고도화 등 유지관리를 위해 꼭 써야 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이런 비용을 지출하기 위해선 요금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와 교통공사의 주장입니다.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무임승차도 지하철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올리면 적자 해결?

서울교통공사가 요구한 인상 폭은 300원이었습니다. 200원은 올해 안으로 올리고 내년에 100원을 더 올리자는 주장이었죠. 그러나 물가상승과 국민의 반발을 우려한 정부는 인상폭을 150원으로 줄였습니다. 내년에 또다시 150원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이건 내년이 돼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요금을 300원 인상하면 3년 동안(2023∼2025년) 평균 운송적자 전망치가 지하철은 3162억원, 버스는 2481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요금 현실화율(운송원가 대비 요금 수준)은 2025년 기준 지하철이 71.0%, 버스는 75.0%가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2025년 기준 적자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동시에 운영기관의 자구 노력이 먹혀들어야 경영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노인 무임승차 없애는 게 답?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이용객 10명 중 1명꼴입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021년 2311억원, 2020년 2161억원, 2019년 3049억원 수준입니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구조를 일부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연구원의 2021년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관련 보고서를 보면 노인 연령을 현행 65살에서 70살로 올릴 경우 연간 무임승차 손실 비용의 25~34%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2020년 전국 노인실태조사와 지난해 서울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생각하는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이 각각 평균 70.5살, 72.6살로 집계됐다는 점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힘을 실었습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 문제를 단순히 서울교통공사의 손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무임승차는 노인 교통 복지이며,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한국교통연구원이 2014년 펴낸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연구보고서는 노인 무임승차의 편익을 3136억~3361억원(2012년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무임승차 제도가 노인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한 덕에 경제활동을 통한 의료비 절감(230억원),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908억원), 관광산업 활성화(131억원), 극단적 선택 감소(617억원), 우울증 감소(322억원), 교통사고 감소(1152억원) 등의 편익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은 이를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650억원 규모라고 추산했습니다.

 

◈내 교통비 아끼는 방법

지하철과 버스가 망한다고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시민의 발’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느 정도 요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교통비만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물론 월급도 넉넉히 올랐으면 좋겠지만요. 바로 다음주 출근길부터, 아니 주말 나들이부터 지하철 요금은 오릅니다. 조금이라도 교통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먼저 조조할인입니다. 서울지하철과 수도권 전철은 오전 6시30분 이전에 개찰구를 통과하면 기본요금의 20%를 할인해 줍니다. 인상 전 기본요금 1250원 기준으로 250원이 할인된 1000원이 적용되는 것이죠. 요금이 오른 뒤에도 할인은 계속됩니다. 1400원 기준 20% 할인 적용을 받으면 기본요금은 1120원이 됩니다. 덜 붐비는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고 요금 할인도 되고 고즈넉한 시간에 조용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일석삼조입니다. 물론 아침형 인간인 분들에 한해서지만요.

요금인상 전에 정기권을 구입하는 것도 교통비 아끼는 방법입니다. 운임조정 이전에 충전한 정기권은 유효기간(사용 시작일부터 30일 이내, 편도 60회)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요금으로 한달 동안 지하철 60회를 이용한다면 일반 교통카드를 사용할 때보다 2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단, 요금인상은 7일부터라는 걸 감안하면 정기권 구입 시한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출처: 알뜰교통카드 홈페이지
출처: 알뜰교통카드 홈페이지

◈알뜰교통카드, 기후동행카드

교통비를 아껴주는 알뜰교통카드가 이미 나와있습니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탑승 전후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그 이동 거리에 비례해 일정 비율 요금 혜택을 주는 카드입니다. 사업 대상 지역인 전국 173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요. 월 15회 이상 이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하는 카드사 등 발급 기관에서 카드를 발급받은 뒤, 휴대폰 앱('알뜰교통카드+')을 다운로드 받아 해당 카드를 등록해야 됩니다. 이동 거리에 따른 혜택은 최대 800m까지입니다. 800m면 성인 평균 걸음으로 약 12분 정도 걸리는데요. 하루에 12분만 걸으면 건강도, 환경도, 지갑 사정도 좋아지는 셈이죠. 대중교통 이용금액별 적립액은 최대 250원~1100원이고, 적립금 구간은 일반, 청년층(만19~34세), 저소득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입니다. 서울시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이용할 수 없구요.

실물 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물 카드는 최초에 3000원으로 카드를 구매한 뒤에 매월 6만 5000원을 충전해 이용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합니다. '서울 시내'에서 승·하차하는 지하철 1~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이용(기본요금 상이한 신분당선 제외)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는 이용 가능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하는 경우엔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버스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경기·인천 등 타 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상이한 광역버스는 서울지역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요금 오르면 혼잡도 줄어드나?

사실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문제입니다. 혼잡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배차간격을 좁히고 열차를 증편하는 건데요. 이러면 비용이 늘어납니다. 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지하철 운영기관이 선뜻 택하기 어려운 방법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모든 직장인들을 3부로 나눠서 시간대를 달리해서 출퇴근을 하도록 조정하는 것이죠. 자동차 5부제처럼요. 근데 이렇게 되면 굉장한 반발이 따를 거에요. 공산당도 아니고 말이죠. 시민들이 또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제도와 혜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6시30분 이전에 개찰구를 통과하면 20% 요금을 할인해 주거든요. 이 제도를 확대 발전시키는 거죠. 실제로 싱가포르는 2013년 얼리버드 프로그램을 시행해서 출퇴근 피크 시간인 오전 8~9시대 혼잡도를 7% 낮췄다고 합니다. 러시아워보다 이른 오전 7시 45분 이전에 시내 중심 지역에 있는 16개 지하철역의 출구를 통과하는 승객은 무료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구요. 오전 7시 45분~8시 사이에 출구를 통과한 승객은 지하철 이용요금을 50% 할인해줬다고 합니다.

우리도 대중교통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으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정치권에서 나서면 속도가 빨라질텐데요. 이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니 현실을 모르고, 대책이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시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해야 할 문제입니다. 교통문제 해결하지 못하면 표 안준다고 압박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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