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오피스텔 입주시 특정 통신사 강제, 처벌 근거 없다?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3.10.13 14: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사용 불편을 호소하는 오피스텔 거주자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인터넷 회선 설치 시 특정 통신사와 독점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불편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시물 댓글에서는 ‘원하는 통신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강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법으로 보장된 사업’이기 때문에 오피스텔에서 단독으로 쓰는 통신사를 이용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섰습니다. 뉴스톱이 관련한 사안들에 대해 확인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원하는 통신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강요죄?

흔히 말하는 강요죄는 형법 제37장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 항목에 명시돼 있습니다. 형법 324조에 따르면,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가 내 투표를 하는데 특정 표를 던지지 않는다면 상가 관리장의 권한으로 전기나 수도를 끊어버린다고 협박하는 경우는 강요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폭행이나 협박 없이 단순히 원하는 통신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강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오피스텔 독점계약은 법으로 보장됐다?

사실이 아닙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 담당자는 오피스텔 측의 인터넷 회선 독점계약이 법으로 보장돼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건물주가 통신사업자로 등록하고 해당 건물 내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여도 특정 통신사만 이용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통신사 강제 행위 처벌 근거 없다?

그렇다면 세입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오피스텔 측의 특정 통신사 이용 강제 행위가처벌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최근까지 국회에서 집합건물 인터넷 독점계약과 관련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었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집합건물 세입자에게 특정 통신사를 강제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오피스텔에서 특정 통신사 강제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인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위약금 문제는 해결... 근본적인 문제는?

집합건물의 인터넷 독점 계약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세입자들은 관리사무실이나 건물주로부터 특정 통신사 이외에는 설치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우선 당장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불편함 때문에 결국 건물주 측의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3년간 집합건물 다회선 관련 방통위 민원 건수는 136건 수로 그중 83%가 이동통신 3사 관련이었습니다. 민원 내용은 대부분 집합건물 독점 서비스 가입으로 인한 기존 서비스 해지 시 할인반환금 청구 행위 제재 요청, 위약금 부당 청구에 대한 감면 요청 등 해지 위약금에 대한 중재 요청이었습니다.

출처=김상희 의원실, 뉴스톱 재가공
출처=김상희 의원실, 뉴스톱 재가공

집합건물 세입자들이 인터넷 설치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서비스 해지 위약금과 관련해 제도를 개선해 왔습니다. 2019년 8월부터는 독점 계약된 집합건물 입주로 기존 방송통신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할인반환금의 50%를 부담해 온 이용자의 책임은 기존 통신사업자에게 돌아갔고, 2022년 4월부터는 반환금 전액 감면을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특정 통신사를 세입자에게 강제하는 행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해지 위약금' 문제 외에 더 저렴한 요금의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집합건물의 소유자, 관리사무소 등이 특정 전기통신사업자와 건물 전체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여 입주자에게 특정 전기통신 서비스만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내용이 담겼지만, 지난 9월 대안 반영으로 폐기됐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집합건물에서의 독점계약에 따른 이용자 선택권 제한에 대한 규제 근거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개정안 내용상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의 유형으로 보며 개정안대로 조항을 추가로 신설하는 것보다는 기존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 규제 항목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한 상황입니다. 방통위에서 논의될 규제 대상 유형 등 세부 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