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의대생 휴학하면 신입생 안 뽑는다?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4.02.23 13: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인터넷 입시 커뮤니티에서 ‘아마도 올해 의대 신입생 모집은 어려울듯하네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시작해 수업일수가 누락되면 학적상 유급이 되기 때문에 올해 의대 신입생 모집 선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입니다.

커뮤니티 게시물 갈무리
커뮤니티 게시물 갈무리

해당 글의 댓글에서는 ‘기존 1학년 휴학과 신입생은 별개의 인원’이라는 의견과 ‘전체 휴학이면 신입생 인원에 차질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는 의견으로 반응이 갈렸습니다. 의대생이 집단 휴학하면 정말 신입생을 뽑지 않을 수 있는지 관련 내용을 확인해 봤습니다.

 

◆ 정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의사 측 반발 잇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의사 인력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2025학년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지난 해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간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된 증원 수요와 현장점검에 기반한 수치입니다.

보건복지부, 의사인력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
보건복지부, 의사인력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전국 40개 의대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원인 3,058명 대비 전체 의과대학에서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보건복지부, 의대정원 확대 관련 전국 40개 의대 수요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의대정원 확대 관련 전국 40개 의대 수요조사 결과

정부는 10년 뒤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의료 취약 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천 명이 필요하고,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2035년까지 1만 명을 확충할 계획으로,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씩 증원한다면 2031년부터 늘어난 정원만큼 의사가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부발표 후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등 증원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19일,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에서는 정부에 교육부 주관 수요조사 당시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대 2,000명 증원 결정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증원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기존 의과 대학생들도 20일 기준 8천753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황입니다.

 

◆ 단체 유급으로 신입생 선발 인원 감축 사례 있었다

현재 의대 지망생과 학부모들은 과거 단체 유급으로 다음 해 신입생 선발 인원이 줄어든 사례가 있었다며, 계속되는 의대생 휴학이 신입생 정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생 집단 유급으로 인해 다음 해 신입생 선발 인원이 감축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1993년 약국의 한약 처방 및 조제를 허용한 보건사회부(현재 보건복지부)의 약사법 시행규칙에 항의하는 한의대생들의 장기 수업 거부로 교육부는 집단 유급이 확정된 경희대 등 9개 한의대의 1994년 신입생을 정원의 70%만 선발했습니다.

당시 11개 한의대 중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점을 취득한 전주우석대, 세명대의 경우는 모집 정원 100%를 그대로 선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허용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희대와 원광대 등 나머지 9개 대학은 모두 신입생 모집 정원이 감소한 것입니다.

1993년 9월 28일 동아일보 기사
1993년 9월 28일 동아일보 기사

의대생 집단 휴학에 대한 논의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기, 정부에서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면서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전공의 집단 파업 등 의료계 집단 진료 거부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정부의 의대생 증원은 무산됐고, 의대생 집단 휴학이 철회되면서 신입생 정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 관계자들, “의대생 휴학으로 신입생 선발되지 않을 가능성 낮아”

의대생 휴학과 관련해 관련 정부부처와 의과대학 등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우선,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의대 신입생 선발과 관련해 현재까지 정해진 바가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뉴스톱의 질의에 “현재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으로 인한 신입생 선발 인원이 줄어들거나 선발되지 않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은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6개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로부터도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지금까지 신입생 정원이 줄어드는 사례는 없었다. 현재 내부적으로 의대생 휴학에 따른 신입생 선발 인원 감축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A대학교 홍보팀에서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만약 동맹휴학으로 다 같이 의대생들이 쉰다고 하더라도 입학 전형과 인원은 미리 발표된다”라며 “특히 내년에 뽑는 신입생의 경우 이미 선발 전형과 인원이 확정됐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별도의 지침이 있지 않은 한 신입생 선발 인원에 큰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 또한 의대생 휴학이 신입생 정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며 “자퇴와 달리 휴학은 학교에 계속해서 적이 있는 상태라 신입생들 선발이 안 되는 상황은 현재로서는 없을 것 같다”라고 하면서 “다만 지금 같은 상황은 조금 특별한 경우라 단체로 휴학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면,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수치는 전국 40개 의대에 실시된 증원 수요와 10년 뒤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결정됐습니다. 현재 의대생 지망생,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신입생 선발 인원 감축 사례가 과거에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의과대학 입학처장, 대학 입학처, 의과대학 교수 등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의대생 대거 휴학이 의대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정부와 의사단체의 입장변화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