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근절됐던 빈대가 다시 돌아온다...왔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10.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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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유입? 토착화?

인천 한 찜질방에서 빈대가 발견됐습니다. 내년 7월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빈대가 발견돼 난리라는 소식이 얼마전 전해졌었는데요. 남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속담 속에나 있는 해충인 줄 알았던 빈대가 우리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뉴스톱이 파헤쳐봤습니다.

◈인천 찜질방에서 빈대 발견

인천 서구청은 지난 13일 관내 한 사우나 업체를 점검한 결과, 찜질방 매트 아래쪽에서 살아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을 1마리씩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다흑’이라는 유튜버(위 동영상 참조)가 지난 11일 해당 사우나를 방문해 빈대를 발견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한지 이틀 만에 보건 당국이 나선 겁니다.

서구는 해당 업체에 경고 처분을 내리고, 추후 점검에서도 위생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국의 현장 점검 이후 업체는 자체 방역을 위해서 영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다만 해당 업체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목욕시설 소독과 부대시설 청소 주기는 준수했다고 서구는 덧붙였습니다. 인천 서구는 관내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위생해충 분류군별 정보집, 질병관리청, 2020.11
출처: 위생해충 분류군별 정보집, 질병관리청, 2020.11

빈대는 사람 또는 가축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입니다. 빈대는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인데요. 크기는 0.5cm 정도이고 재빠르게 기어다닌다고 합니다. 모기처럼 날거나 벼룩처럼 튀어다니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사람이 자는 밤에 흡혈활동을 하고요. 흡혈하지 않을 때는 침대 시트 밑이나 침대 프레임과 머리판 사이의 갈라진 틈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빈대에 물리면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벌레물린 자국이 생깁니다. 그런데 일렬로 물린 자국이 생긴다고 하네요. 빈대 물림 사례에 관한 논문을 보면 “선상배열의 마치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한 것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해외 사례

빈대는 강력한 살충제인 DDT의 사용과 함께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추는 듯 보였다가 10여년 전부터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발생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지역에서 빈대 발견 사례가 자주 보고되면서 프랑스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빈대가 발견돼 학교가 방역을 위해 휴교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내년 7월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데 숙박업소, 열차,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빈대 발견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죠. 유튜브에 빈대의 영어 이름인 ‘bed bug’를 검색하면 곳곳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영상(위 동영상 참조)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빈대는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및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됩니다. 빈대의 존재는 전통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및 기타 유럽 일부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빈대는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서 발견되며, 빈대는 발견된 생활 환경의 청결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합니다.

프랑스 식품위생환경노동청(anses) 이 지난 7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 가구의 11%가 빈대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구의 소득 수준과 빈대 피해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빈대 방역과 관련된 가구 지출 비용은 평균 866유로(한화 약 123만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프랑스는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를 근절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빈대에 물린다고 해서 심각한 질병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삶의 질 저하, 수면 장애, 정신 건강에 대한 영향 등 사회적 비용이 수반됩니다. 빈대에게 반복적으로 물릴수록 가려움과 피부반응이 심해진다고 합니다.

 

◈한국 토착화?

우리나라에서도 빈대는 1970년대 이후 근절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개인과 공중 위생이 나아지고, DDT 등 강력한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빈대가 박멸 수준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죠. 그러나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고 국가 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해외로부터 유입된 걸로 추정되는 빈대 발견 사례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서울에서 30대 여성이 빈대 물림 증상을 보여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환자의 아파트를 조사했더니 빈대가 발견됐습니다. 옆집에서도 발견됐구요. 이 여성은 9개월전 미국 뉴저지로부터 해당 주택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뉴저지에서 온 이삿짐에 빈대가 붙어서 들어온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20년 동안 없었던 서울지역의 빈대 발견 사례가 보고된 것이죠. 연구진은 2008년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기생충학회지에 투고했고, 2009년 이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2010년에는 해충방제 전문업체인 세스코를 인용해 30여건의 빈대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13년에도 세스코를 인용해 전년대비 빈대 발견 수가 44%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2016년 8월에는 부산 숙박업소에서 빈대에 물렸다는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지난 4월에도 서울의 숙박업소에서 빈대가 발견된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질병관리청에는 2020년 이후 2건의 빈대 발견 사례가 보도됐는데요. 2020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 확인을 위해 곤충을 검사했는데 진드기가 아닌 빈대로 확인된 사례가 있었구요. 지난 9월에는 민원인이 보건소로 벌레를 가져와서 질병청이 사진 상으로 빈대라고 확인해 준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빈번히 빈대 사례가 보고되는데 토착화 우려는 없는 걸까요? 질병관리청은 토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국내 토착화라고 보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도 “해외여행이 증가함에 따라서 확산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실린 <빈대물림>이라는 제목의 편집인에게 보내는 글을 살펴봅니다.

“국내에서 자생 서식한 빈대에 의한 물림 1예를 보고한다. 55세 여자환자가 내원 일주일 전부터 팔다리를 중심으로 전신에 생긴 가려움을 동반한 홍반성 구진과 판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다양한 진행단계를 보이는 여러 개의 구진과 판이 무리(group)지어 있거나 선상(linear) 배열을 보였다. 근래 해외 여행력은 없으며 특이 병력사항은 없다. 최근 인근 산에서 밭일과 축사 일을 했던 이력으로 보아 곤충물림 진단 하에 항히스타민제 투여 및 국소 스테로이드제 도포하였다.”

우리나라도 해외여행 및 국제무역, 외국인의 국내이주 증가 등으로 언제든지 빈대 재유입과 확산이 가능하다. 빈대 유입은 빈대 유행지역에서의 여행가방, 이삿짐을 통해 들어와 서식하게 된다. 국내는 빈대가 자생 정착을 하기 가장 좋은 실내환경을 가지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빈대가 발생한 가구에서는 철저한 방역으로 다른 가옥으로 빈대가 옮겨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토착화가 아직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자생 서식하는 빈대에 물린 사례가 보고된 걸 보면 토착화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단계입니다.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토착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생상태가 불량한 곳에서는 나온다고 봐야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해충이 됐다는 뜻이지 않나 싶습니다.

 

◈빈대, 어떻게 쫓을까?

집안에 빈대가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랑스에선 살충제 대신 대체 요법을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워낙 살충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문화가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겠죠. 프랑스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방법은 열처리 또는 냉동처리입니다. 빈대는 섭씨 7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하고 활동할 수 있지만 체온이 45도에 달하면 죽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빈대가 발견되면 실내 온도를 50도 정도로 올릴 것을 권장합니다. 빈대가 발견된 옷이나 작은 물건은 밀봉해 냉동하라고 권합니다. 반면 미국은 화학적 방법(살충제)와 비화학적 방법 모두를 권장합니다.

프랑스 당국은 “화학 제품을 사용하면 중독이 발생하고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져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더 일반적으로는 환경 오염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일부 빈대는 피레스로이드나 피레트린 계열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모든 퇴치 조치를 취하기 전에 빈대가 서식할만한 공간을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말끔히 청소를 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아기 침대에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빈대의 침입 징후를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요. 빈대 침입을 식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자고 있는 동안 얼굴, 목, 팔, 손 또는 기타 신체 부위에 물린 자국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물린 자국이 나타나는 데 최대 14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단서를 찾는 게 중요한데요. 탈피한 껍질이 남아있을 수 있구요. 매트리스와 시트의 접힌 부분에 빈대가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매트리스나 근처 가구에 빈대 배설물이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싸지른 것이라 녹슨 색의 혈액 반점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빈대가 내뿜는 특유의 냄새도 있습니다. 달콤한 곰팡이 냄새, 퀴퀴하고 달콤한 냄새, 고수냄새 비슷한 냄새 등으로 표현되는데요. 실내공간에 살고 있는 빈대가 많으면 이런 냄새가 확연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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