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은 공짜, 일본은 27만원?…  교민 수송 비용 누가 낼까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0.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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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지 일주일만인 지난 13일,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군수송기 ‘시그너스(KC-330)’ 및 신속대응팀을 이스라엘에 파견했다. 해당 군수송기에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63명과,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함께 태운 일본 국민 51명, 싱가포르 국민 6명이 탑승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정부는 이번 수송 과정에서 탑승객 전원에게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았다.

국방부 X(옛 트위터)
국방부 X(옛 트위터)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정부는 전세기 파견을 통해 자국민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탑승객들에게 3만엔(약 27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일본 소셜미디어 등에는 “일본 정부가 국민 생명을 위해 쓰는 돈도 아까워한다”는 내용의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일본 정부는 “인도적 관점에서 동승을 허용한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면서도, “비용 청구는 적절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전쟁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한 국가에 거주 중인 교민을 대피시킬 때 비용은 정부와 개인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맞을까? <뉴스톱>이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재외국민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이동 수단을 투입하는 경우 이들에게 일정 비용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제19조는 “재외국민은 영사조력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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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외국민을 긴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사건·사고에 처한 재외국민이 본인의 무자력 등으로 인하여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외위난상황에 처한 재외국민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없어 국가가 이동 수단을 투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해외위난상황’이란, △자연재난(홍수·지진·화산활동 등) △사회재난(화재·폭발 등) △전쟁 △내란 또는 폭동 △테러 등의 상황을 의미한다.

외교보 보도자료
외교보 보도자료

외교부는 이번 이스라엘 재외국민 귀국 지원의 이유를 “무력 충돌이 급격히 심화되고 민간 항공사들의 텔아비브 공항 취항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국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민간 항공기를 통해 이스라엘을 빠져나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번 상황은 ‘해외위난상황에 처한 재외국민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없어 국가가 이동 수단을 투입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은 헌법상 국가의 재외국민보호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로 규정하기 위해 2021년 1월 16일부터 시행돼 온 법안이다. 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교부 보도자료
외교부 보도자료

법 제정 당시 외교부는 “기존 재외국민보호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대국민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모든 위험 상황에서 재외국민 수송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일대에 체류 중인 교민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전세기 탑승자들에게 성인 기준 30만원의 탑승권 비용이 청구됐다.

201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도 정부는 전세기를 띄워 우리 국민을 무사히 귀국시켰는데, 이때도 1인당 약 42만 원의 비용이 청구됐다. 다만 두 사례는 군수송기가 사용된 이번 이스라엘 교민 수송 사례와 달리 임차 전세기가 사용됐다는 점, ‘영사조력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방부 X(옛 트위터)
국방부 X(옛 트위터)

한편, 일본 정부는 이스라엘 교민 대피 과정에서 비용을 청구한 데 대한 국내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지자, 결국 자위대 수송기로 자국민을 무료로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현지 체류 한국인 20명 정도도 함께 탑승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자위대 항공기는 현지 시각 19일(한국시간 20일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출발해 21일 새벽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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