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번역해 공개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어로 된 원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보고서 전체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일부를 삭제하고 옮겼다는 것입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언론진흥재단 측에 “빠진 부분에 윤 정부가 핍박을 준 MBC가 매체 신뢰도 58%, 1위로 있었다. MBC가 1위에 선정된 게 알려지기 싫어 뺀 것이 아니냐”며 질타했습니다.
남정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본부장은 해당 통계가 빠진 이유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표본을 문제 삼았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조사가 이루어지다 보니 특정 나이, 성별에 연구 결과가 편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 '매체 신뢰도 MBC 1위' 빠져있다 → 사실
<디지털 뉴스리포트(Digital News Report)>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가 영국의 조사 전문회사인 유고브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보고서입니다. 올해 발행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은 1월부터 2월까지 4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문제는 2016년부터 디지털 뉴스리포트를 매년 번역·소개해 온 언론진흥재단이 올해 한국 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 항목을 통째로 뺀 것입니다. 빠진 부분에는 '신뢰 1위 MBC, 불신 1위 조선일보' 지표가 담겨 있습니다. MBC는 지난해 47%에서 58%로 상승하며 신뢰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3년 치 <디지털 뉴스리포트> 한국어판을 확인한 결과, 한국 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가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을 뺀 다른 나라의 매체별 신뢰도 현황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동일 기준으로 조사한 통계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리포트에 ‘한국 주요 매체 신뢰도 통계’가 빠진 것입니다.
같은 날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어 삭제했다는 남정호 본부장의 발언에 “이전에 다른 언론사가 신뢰도 1위 할 때도 디지털 보고서는 온라인으로만 조사가 실시됐다”며 "매체별 신뢰도 통계를 자의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 한국 응답자 성별·연령별로 치우쳤다 → 사실 아님
한국 매체 신뢰도 부분이 왜 삭제됐냐는 질의에 남 본부장은 "로이터 조사 표본은 온라인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해 자연적으로 젊고, 성별이 한쪽으로 몰려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진흥재단이 번역한 2023년 디지털 뉴스리포트에서 한국인 응답자 표본을 확인해 보니 여성은 1,000명, 남성은 1,003명이었습니다. 또, 연령별로는 20대 16.2%, 30대 15.9%, 40대 18.8%, 50대 26.6%, 60대 이상은 22.5%로 전체 비율에 비해 고령층의 비율이 낮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가입자 기반이어서 젊은 층들이 많고 한쪽 성별로 치우쳤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입니다.
작년 보고서(디지털 뉴스리포트 2022년)와 올해 보고서 응답자 표본을 비교했을 때도 작년 50대·60대 이상 비율은 45.2%, 올해는 49.1%로 50·60대 응답 비율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측은 '디지털 뉴스리포트 원문에서 이미 성별이나 연령 등의 데이터는 인구조사나 산업 통계에 근거한 가중치가 적용됐다'고 밝혔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등 인터넷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는 조사 결과가 전체 인구를 대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비교 시 유의할 것을 당부했지만, 한국의 인터넷보급률은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 조사 46개국 중 덴마크, 스웨덴, 칠레 등에 이어 5위였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년 번역해 공개하고 있는 '로이터디지털뉴스리포트' 올해판(2023)에는 이전과 달리 '한국매체별 신뢰도조사결과' 항목이 누락됐습니다. 빠진 이유에 대해 언론진흥재단 측은 '한국 응답자 표본이 성별, 나이별로 편향됐다'고 했지만, 확인결과 사실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