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⑧노동자 목숨 노리는 탱크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10.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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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 무슨 탱크가? 매년 반복되는 저장탱크 사고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2223명입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 분석) 매일 6명이 넘는 노동자가 출근길을 나섰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일터가 아니라 전쟁터인 셈이죠.

출처: 통계청
출처: 통계청

지난 22일엔 탱크와 관련된 산재 사망사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선 매년 탱크와 관련된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전장을 누비는 전차(tank)는 아닙니다. 물건을 저장하는, 주로 기름이나 가스를 저장하는 용기인 탱크와 관련된 사고입니다. 뉴스톱과 안전보건공단이 함께하는 2023 중대재해 팩트체크 ⑧회, 이번엔 산업현장의 탱크 관련 사고를 짚어보겠습니다.

출처: 고용노동부
출처: 고용노동부

◈순천 사료공장 기름탱크 폭발

지난 22일 오후 전남 순천시 별량면 사료 공장 내 옥수수유 탱크가 폭발한 뒤 작업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당국은 장비 8대와 소방대원 24명을 투입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쳤습니다. 구조대는 사고 15분만인 오후3시34분쯤 사망한 근로자 1명을 5m 인근 계단에서 발견했습니다. 또다른 사망자는 오후 3시45분쯤 20m 떨어진 공장 건물 지붕에서 발견됐습니다. 숨진 작업자 2명은 60대 내국인과 50대 태국인으로 전해졌습니다. 외주업체 근로자인 이들은 사료 제조공장 내 옥수수유 탱크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업 중 발생한 폭발의 위력으로 인해 작업자들이 공중에 떴다가 추락하면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당국은 용접 작업 중에 유증기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검색 화면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검색 화면

◈무한반복 중인 탱크 관련 사고

유류 또는 가스가 들어있던 탱크를 용접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작업자가 숨집니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산재 사망 사고 유형입니다.

1971년 6월 22일 부산에서 정박 중이던 유조선에서 폭발이 일어나 두 명이 숨졌습니다. 용접 작업 중에 유증기가 남아있던 유류 탱크에 용접 불꽃이 튀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1983년 12월 15일 울산에선 황산탱크 용접 작업 중 탱크가 폭발하면서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1992년 7월 25일 서울 도봉구 (주)미원 공장에선 염산저장탱크가 폭발해 2명이 숨졌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저장탱크에서 염산액이 새어나오는 부분을 보수하기 위해 산소용접기로 볼트 제거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염산가스에 옮겨붙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2010년 5월에는 A건설 공장에서 벙커C유 저장탱크의 통기관을 교체하기 위해 휴대용 그라인더로 잘라내는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유증기에 튀어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사고 유형입니다. 그런데 일정한 패턴이 목격됩니다. 탱크 또는 근처에서 용접 등 불꽃이 일어나는 작업을 하다가 폭발이 일어납니다. 대부분은 유증기에 불이 옮겨 붙어 폭발했습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탱크 사고 어떻게 예방할까?

산업현장에서 탱크는 “내부에 화학물질을 저장할 수 있도록 제작된 용기 중 그 내부에 작업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된 구조의 것”으로 정의됩니다. 탱크 내부 및 상하부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관련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안전보건공단 가이드북을 살펴보면 저장탱크의 주요 위해∙위험 요인으로는 ▲탱크 내부 공간에서 작업 중 질식, 화재, 폭발 등의 위험 ▲탱크 정비 보수 작업 중 인화성 증기 등에 의한 화재, 폭발위험 ▲저장탱크 내부 위험물 정보 인식 미흡에 의한 재해위험 ▲저장탱크에서의 비방폭형 전기기계기구 등의 사용에 따른 재해위험 등이 있습니다.

저장탱크 내부로 들어가는 작업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작업자가 탱크로 들어가기 전에 위험물질을 방출하고 유입을 차단해야 하며, 폭발하지 않는 불활성가스로 치환하거나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사고 사례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높이 6미터의 인화성 물질 저장탱크 상부에서 맨홀을 통해 작업자가 들어갔습니다. 내부 유량을 점검하기 위해 라이터를 켜는 순간, 맨홀을 통해 증발한 인화성 증기에 점화되면서 화재·폭발이 발생해 그 충격에 의해 작업자가 지면으로 떨어졌습니다. 자동계측장치 점검과 유지보수를 철저히 해 사람이 유량계를 보러 들어가는 일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습니다. 혹시 모를 폭발 위험에 대비해 라이터 대신 방폭형 손전등을 사용했더라면 막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인화성 물질은 불꽃과 닿지 않게 철저히 관리한다는 기본 원칙만 지켜도 상당수의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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