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매진됐다고 조기 퇴근시키고 임금 삭감… 문제없나?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0.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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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 울리는 꺾기 관행

최근 SNS를 중심으로 ‘닭강정 알바 시급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이는 지난 8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요약한 것이다.

SNS 갈무리
SNS 갈무리

원본 글에서 글쓴이는 “오일장에서 닭강정을 튀기고 판매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급 1만원에 교통비 1만원까지, 총 8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글쓴이의 뛰어난 판매 능력으로 오후 3시에 닭강정이 매진됐다. 사장은 기뻐하며 앞으로도 계속 일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사장은 약속한 8만원이 아닌 6만원을 건넸다. 오후 3시에 조기 매진됐으니, 일한 시간을 따져 6만원만 주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정규직이면 판매 수당이 따로 있겠지만, 일용직 단기 알바니까 일한 시간만큼 계산해서 주는 게 맞다”라고도 덧붙였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대부분 “알바생 능력으로 조기 판매한 것이니, 약속한 일당에 인센티브까지 줘도 모자란다”라는 의견이었지만, “일 한 시간만큼 주는 게 원칙이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그렇다면 ‘조기 매진’ 등을 이유로 약속한 시간보다 일을 적게 시키고, 그만큼 돈을 적게 주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뉴스톱이 확인했다.


◆아르바이트생 울리는 '꺾기'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출퇴근 시간을 변경하거나, 근로 기간을 임의로 측정해 임금을 적게 지급하는 것은 근로 시장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이른바 ‘꺾기’라고 불리는 악행이다.

고용노동부 블로그 갈무리
고용노동부 블로그 갈무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꺾기'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근무 시간을 쪼개 기록하는 '임금 꺾기' ▲정해진 시간보다 빠른 퇴근을 요구하는 '시간 꺾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1년을 채우기 전 계약을 해지하는 ‘퇴직금 꺾기’가 그것이다. 논란이 된 게시글 사례는 ‘시간 꺾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알바 노조의 조사 결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아르바이트생 중 절반 이상이 이 같은 ‘꺾기’를 경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응답자의 64%는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에는 이랜드 계열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근로계약시간 ‘꺾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사용자 귀책으로 인한 '휴업'… 임금 70% 지급해야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이 같은 '시간 꺾기'는 사용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휴업'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민원마당
고용노동부민원마당

여기서 ‘사용자의 귀책 사유’란 사용자의 세력범위 안에서 생긴 경영 장애를 의미한다. ▲자금난 ▲원자재 부족 ▲주문량 감소 ▲시장 불황 ▲생산량 감축 ▲모회사의 경영난에 따른 하청공장의 자재·자금난에 의한 조업단축 등으로 인한 휴업이 해당한다.

다만 ▲천재지변·전쟁 등과 같은 불가항력 상황 ▲사용자의 세력범위에 속하지 않는 기업 외적인 사정 ▲통상 사용자로서 최대의 주의를 기울여도 피할 수 없는 사고 등은 사용자에게 경영위험의 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귀책 사유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 사유에 의한 휴업일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휴업 기간 평균 임금의 최소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구두 계약'은 가능, '5인 미만 사업장'은 불가능

만약 앞선 사례처럼 ‘오일장’ 등 임시 사업장이거나,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단기 아르바이트라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라면 어떨까.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우선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임금 ▲소정근로시간 ▲근로조건 등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고용 계약을 구두로 한 경우일지라도, 해당 사실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유효한 계약으로 인정받아 휴업수당 청구가 가능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다만, 5인 미만의 사업장일 경우에는 이러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제11조에 따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5인 미만일 사업장일 경우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시간만큼 임금을 제할 수 있는 것이다.

강한노무법인 김용회 노무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꺾기는 단순히 해당 시간만큼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목적일 뿐만 아니라,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특히 아르바이트 현장은 주로 단시간 근로이며, 액수가 크지 않은 데다, 보통 법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이나 장년층이 대상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쉽게 악용하는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사장이 아르바이트생을 계약한 근로조건보다 조기 퇴근시키더라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휴업 동안 평균 임금의 최소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조기 매진이나 재료 소진, 손님 부족 등으로 인한 휴업은 ‘사용자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특성상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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