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수능이 다가오면 추워진다?… '수능한파', 진짜일까?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1.0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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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동(立冬)이다. 며칠 전만 해도 반팔 차림으로 다닐 만큼 따뜻했지만, 8일 아침 기온이 영하권을 기록하며 시민들은 패딩과 코트로 겨울 무장에 나섰다.

인터넷 검색 결과 갈무리
인터넷 검색 결과 갈무리

갑작스러운 추위에 "수능이 다가오니 신기하게 수능한파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능한파'란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가 다가오거나 당일이 되면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진다는 설로, 한국인들에겐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진다. 11월에 치러지는 수능의 특성상 그 시기 날씨가 추운 건 당연하지만, 유독 수능 날만 되면 평년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능한파는 진짜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해봤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란 대학 입학 평가를 위해 매년 시행되는 시험으로, 1994학년도부터 도입됐다. 수능은 통상적으로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시행된다. 다만, 2021학년도 수능은 코로나19로 2020년 신학기 개학일이 연기되면서 2주 연기된 12월 3일에 치러졌다. 1993년 처음 수능이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12월에 진행된 수능이었다. 다가오는 2024학년도 수능은 11월 16일 목요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108)을 기준으로 수능 당일이 기상청에서 정의하는 '한파'로 기록된 날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한파(寒波)는 겨울철에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면서 들이닥치는 추위로, 기상청은 아침 최저기온(03:01~09:00)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을 '한파'로 규정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108) 기준 11월 '한파일수'는 0을 기록했다. 한파일수로 기록된 건 대부분 12월, 1월, 2월이었고, 그마저도 최근 10년간 한파일수로 기록된 날은 연 합계 4.3일에 불과했다. 1월이 2.3일로 가장 많았고, 12월이 1.3일, 2월이 0.7일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12월에 치러졌던 2021학년도 수능 역시, 당일이었던 2020년 12월 3일은 '한파일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상청이 정의하는 '한파'의 기준이 아니더라도, 기온이 영하권으로만 떨어져도 체감하는 추위는 크다. 1994학년도부터 2023학년도 수능 당일의 서울(108) 기준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서울(108) 기준
서울(108) 기준

수능 당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건, ▲1998학년도(-3.2℃) ▲1999학년도(-5.3℃) ▲2002학년도(-0.3℃) ▲2007학년도(-0.4℃) ▲2015학년도(-3.1℃) ▲2018학년도(-2.5℃) ▲2020학년도(-2.5℃) ▲2021학년도(-2.3℃) 수능으로, 총 8번이었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30회의 수능 중, 약 27%에 불과한 수치인 것이다. 심지어 2012학년도 수능 날과 2016학년도 수능 날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오르며 따뜻한 날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능 날 아침이 그 시기 평균 날씨보다 유독 더 추웠던 것은 사실일까? 1994학년도부터 2023학년도 수능 당일의 서울(108) 기준 최저기온과, 그해 11월 평균 최저기온을 비교해 봤다.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12월 3일에 치러지긴 했지만, 월초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그해 11월 평균 최저기온과 비교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서울(108) 기준
서울(108) 기준

수능 당일 아침 최저기온이 그해 11월 평균 최저기온보다 낮았던 건, ▲1995학년도 ▲1997학년도 ▲1998학년도 ▲1999학년도 ▲2000학년도 ▲2002학년도 ▲2005학년도 ▲2006학년도 ▲2007학년도 ▲2011학년도 ▲2015학년도 ▲2018학년도 ▲2020학년도 ▲2021학년도 ▲2023학년도 수능으로, 총 15번이었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30회의 수능 중, 딱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인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수능한파를 실존하는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 서울(108) 기준 역대 수능 날이 기상청의 공식 '한파일수'로 기록된 적은 없을뿐더러, 수능 당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을 기록한 것도 2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수능 당일 아침 최저기온이 그해 11월 평균 최저기온보다 더 낮았던 적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수능 날을 유독 춥게 느끼는 걸까? 기상청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심리적인 요인을 꼽았다. 시험 당일 불안감과 긴장감이 큰 수험생들이 실제 기온보다 더 춥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수능이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동'과 비슷한 날짜에 치러진다는 점, 새벽 일찍부터 시험장 이동 등 일정이 시작되는 탓에 체감 기온이 더 낮다는 점 등이 그동안 우리가 '수능한파'를 정설로 여겨온 이유로 분석된다.

교육부 블로그
교육부 블로그

올해 수능 날은 흐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행히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4℃ ▲강릉 6℃ ▲대전 3℃ ▲광주 6℃ ▲부산 9℃ ▲대구 5℃ ▲제주 12℃ 등으로, 평년과 비슷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비 소식도 없다. 더욱 자세한 수능 날 기상 정보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별 기상정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은 수능 날 수험생들이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체감 온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두꺼운 옷 하나를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게 좋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따뜻한 차를 적당히 마시는 것도 좋다. 또한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져 긴장성 두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목과 어깨를 주무르고 고개를 당겨 마사지하는 등 증상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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