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주 6일 월급 206만 원"… 외국인 고용 위한 '형식적' 절차?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2.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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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원도 화천군의 농업인력 구인 공고가 논란이 됐다. 화천군에 따르면, 신청 대상은 만 19세~55세 사이 농작업 경험이 있는 내국인이며, 모집 업종은 농산물 파종, 관리 수확 등 단순 농작업 분야 전반이다. 근무조건은 일 근무 8시간·휴게 2시간으로 총 월 208시간 근무에, 휴일은 월 4회다.

화천군청 게시판 게시글 갈무리. 화천군 본 공고는 게시기간이 지나서 삭제했다고 알려왔다.
화천군청 게시판 게시글 갈무리. 화천군 본 공고는 게시기간이 지나서 삭제했다고 알려왔다.

논란이 된 건 임금이었다. 2024년도 최저임금인 시급 9860원을 적용해 월 206만 740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숙식 역시 필수로 제공되는 것이 아닌, 개별 농가와의 협의 사항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누가 저 돈을 받고 저렇게 힘든 일을 하려고 하겠냐”,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다” 등 열악한 근무 및 임금 조건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노동 강도가 센 농가 인력을 구하면서 최저임금을 주는 것도 모자라, 주 6일 근무에 숙식 역시 협의를 해야 하는 공고에 어떤 내국인이 지원하겠냐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그런데 일각에서 해당 공고가 실제로 사람을 뽑기 위한 목적이 아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위해서는 내국인 근로자 모집 공고에 아무도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게 됐다는 것을 소명해야 하므로 관례적으로 내는 공고라는 것이다.

과연 ‘주 6일 월급 206만 원’이라는 터무니없이 열악한 구인 공고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라는 주장이 사실일지, 뉴스톱이 확인해 봤다.


◆외국인 고용하려면 내국인 구인 노력 먼저? →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원하는 사용자가 이에 앞서 내국인 구인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자는 직업안정기관에 우선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해야 한다. 직업안정기관이란 직업소개, 직업지도 등 직업안정업무를 수행하는 지방고용노동행정기관을 말한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법률에 근거해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구인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절차로 '내국인 구인 노력'을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에서는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내국인 구인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원하는 사용자는 우선 관할 고용센터에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내국인 구인 노력 기간은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은 14일, 농축산업⋅어업 7일로 짧은 편이다. 신문⋅방송⋅생활정보지 등 매체를 통하여 최근 2개월 이내에 3일 이상 구인 노력을 한 경우라면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은 7일, 농축산업⋅어업은 3일로 더욱 짧아진다. 지자체가 언론 보도를 통해 농가 내국인 인력 구인 공고를 내는 것 역시, 내국인 구인 노력 기간 단축을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내국인 구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인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채용하지 못한 경우, 사업주는 관할 고용센터에 외국인고용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단, 외국인 근로자 허용 업종 및 고용 가능한 사업장일 경우만 해당하며, 기한은 내국인 구인 노력 경과 후 3개월 이내다. 2023년 기준 외국인력 도입허용 업종은 ▲광업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 ▲농축산업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갈무리

또한, 내국인 구인 신청을 한 날 기준 2개월 전부터 고용허가서 발급일까지 고용조정으로 내국인 근로자를 이직시키지 않았어야 하며, 5개월 전부터 고용허가서 발급일까지 임금체불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신청일 기준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도 가입돼 있어야 한다.

화천군청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고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일주일간 공고를 냈다.", "다만 이 공고는 화천군청이 구직자와 고용희망 농가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해당 농가와 지원자가 조율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일부 주장처럼 외국인 고용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맞았다. 

 

◆인력 부족에 외국인 근로자 늘린다… 우려의 목소리도

국내 농가에서의 높은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내국인 근로자 구인이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고용인력 최근 동향과 시사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고용인력 최근 동향과 시사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농업 고용인력 최근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어업 분야 고용인력(임금 근로자)은 2022년 전년 대비 1800여 명 감소했다. 2010년 이후 농림어업 고용인력수는 201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4800여 명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0년 17만 6000여 명이던 농업 고용인력은 2022년 11만 9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고용인력 최근 동향과 시사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 고용인력 최근 동향과 시사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림어업 분야 고용인력의 지속적 감소는 농업 기술 발전 및 농업 기계화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농업인력 수요 감소도 있지만, 공급 부족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의 워크넷에 등록된 연도별 구인, 구직 현황을 보면 2013년 이후 농림어업직 분야는 항상 구직자보다 구인자가 많았다. 농가 대상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농가의 60% 이상이 인력 부족으로 적기 영농 작업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에 정부는 내년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체류자격 E-9) 도입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빈 일자리 비중이 높은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2024년 외국인력(E-9) 도입 규모를 16만 5000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2만 명에서 37.5% 증가한 수치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갈무리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갈무리

농축산업의 내년도 외국인력(E-9) 도입 인원은 올해보다 1050명 늘어난 1만 6000명으로 정해졌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내년 외국인력(E-9) 도입 규모 확대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일자리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음식점업 ▲임업 ▲광업 등 3개 업종에서의 외국인력(E-9) 고용도 확대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발표 이후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그 업종에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무조건 이주노동자를 쓰면 된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며 “지금과 같이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 양산 정책’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내국인 부족 일자리에 이주노동자를 밀어 넣고자 혈안이 된 사용자 측 소원 수리를 정부가 손쉽게 허락한 것”이라며 “이주노동자로 일시적으로 빈 일자리를 채워도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누구나 꺼리는 일자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논란이 된 강원도 화천군의 구인 공고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맞다.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근로자 채용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의무 구인 노력 기간이 짧은 데다, 언론 등 매체를 통한 구인 활동 시 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정부는 농촌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체류자격 E-9) 도입 규모 및 신규 허용 업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축산업의 내년도 외국인력 도입 인원은 올해보다 1000명 이상 늘어날 계획이다. 그러나 무작정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국내 일자리 질 개선과 이주노동자 처우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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