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똑닥 앱으로만 진료접수 받으면 진료 거부?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3.12.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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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똑닥’앱 이용자가 미이용자보다 병원에 더 늦게 왔음에도 먼저 진료를 봤다는 SNS 게시글이 논란이 됐습니다. '똑닥'은 진료 예약과 당일 진료 접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입니다.

해당 글이 퍼지면서 일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똑닥으로만 예약받는 병원도 있다며 치료받을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만과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병원이 똑닥으로만 환자 접수를 받을 경우 법적인 문제 등은 없는지 관련 사항들을 확인했습니다.

◇ 국감에도 등장한 똑닥앱

진료 예약 애플리케이션 ‘똑닥’을 이용하는 전체 회원 수(9월 30일 기준)는 344만 2,225명에 달합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 기준, 의료기관 3만 5,393곳 가운데 3,922곳(11.1%)이 똑닥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진료과 가운데 소아과가 859곳으로 비중(21.9%)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줄을 서거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력을 줄일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접수업무를 줄이고 병원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등의 의료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똑닥으로만 진료 접수를 받거나, 현장 접수를 먼저 마감한 후 똑닥으로만 접수를 받는 경우,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똑닥 앱은 지난 9월 월 1,000원의 구독료를 내야 하는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10월 12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한정애 의원 모습.
10월 12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한정애 의원 모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똑닥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영리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며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및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비브로스(똑닥 운영사)는 ▲사전문진 정보 ▲진료비 ▲검진 일자 ▲검진명 ▲검진결과 ▲처방전 등 개인의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한 의원은 "똑닥은 진료예약자들, 특히 소아청소년들의 의료 정보를 유아기부터 축적하고 있고, 이는 의료법 위반뿐 아니라 개인정보 위반이기도 하다"며 "보건복지부는 진료 예약을 위한 공공 플랫폼 운영 등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보건의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특정 앱으로만 예약? 의료법 위반 소지 있어

우리나라 국민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따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택시나 배달 플랫폼에서는 예약을 위한 사적 사업을 중개하는 것과 달리, 의료 서비스는 국민이 내는 공적 자원인 국민건강보험이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진료 예약 앱 이외의 접수를 받지 않는 경우는 진료 거부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위반 시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의료 거부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보건복지부에서 별도로 고시하고 있습니다. 병상, 의료인력 등 시설 및 인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등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이찬진 변호사도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거시적으로 보면 진료 거부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앱 이용은 환자의 선택 범주 안에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앱 외의 방법으로는 접수를 할 수 없는 경우는 앱을 강제하는 것으로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진료 거부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실태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앱으로 인한 의료기관 추천으로 사실상 알선, 유인 행위까지도 법적 소지로 다룰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료 예약 앱 관련 현황 및 조치 현황 (한정애 의원실 제공) 

한정애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부터 10일 동안 전국 지자체에 진료 예약 앱 및 진료 거부 금지 위반과 관련한 민원은 30건이었습니다. 이중 진료 거부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 8곳은 서울 5곳(강남구, 마포구, 송파구, 종로구, 등) 경기도에서 2곳(시흥시, 안산시), 부산 1곳(동래구)이었습니다.

현장 접수와 애플리케이션 예약을 병행했거나 환자가 위급 상황이 아니라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단되어 행정지도 없이 종결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복지부는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특정 접수 방법으로 인해 제한되지 않도록 각 지자체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입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특정 앱으로 인한 진료 거부에 대해) 같은 입장이어도 질문 초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앱으로만'으로 단정지어 진료 접수를 받으면 위법 소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 접수와 애플리케이션 접수를 병행했지만, 일정이 다 찬 상황 등으로 부득이하게 접수를 받지 못할 때는 "진료 거부 소지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 비대면 진료 예약, 해외는?

일각에서는 ‘똑닥’ 논란을 두고 정부가 직접 진료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해외에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료기관 검색, 예약,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진료 플랫폼은 크게 국영기업에서 개발 및 관리, 운영하고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경우와 민간이 개발, 관리 및 운영하되 정부가 인증하는 경우, 민간이 개발, 관리, 운영하고 별도로 정부의 인증받지 않는 세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연구원,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 

호주는 정부에서 인증한 공공 진료 플랫폼을 국영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국영기업 Healthdirect Australia는 호주 정부 정보보안 매뉴얼(Information Security Manual, ISM)과 건강보험 이전 및 책임 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1996, HIPAA)에 따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국가보건서비스(NHS)에서 승인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건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NHS 앱 ‘GP at hand’는 영국 민간 기업 바빌론(Babylon)에서 개발하였으며 영국 정부는 이 앱 사용에 대한 검증 작업을 거쳐 사용을 승인하였습니다. 영국정부는 NHS 앱을 공개하여 환자의 증상 입력, 외래 예약, 복용 약 반복 처방 주문, 의무 기록 정보 접근 기능과 같은 기초적인 의료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정부 인증 없이 민간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개발하여 자유롭게 관리 및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2002년 설립된 텔라닥(teledoc)은 민간에서 개발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기 때문에 정부의 인증은 받지 않은 상태지만, 개인의 의료 정보가 이용되고 활용되는 데 있어서 미국 건강보험 이전 및 책임 법(HIPAA) 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법적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에, 특정 앱으로만 진료 접수를 받는다면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훼손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현재 관련한 세부 법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판정 유보'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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