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좀비 축구’는 일본 언론의 '한국 축구 하대’ 표현?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24.02.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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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다. 막판 승부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전 추가시간 조규성의 극적인 골로 동점에 성공한 뒤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8강 호주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연장전 손흥민의 결승 프리킥 골로 승리를 따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도 두 번 후반전 추가 시간에 동점골이나 리드를 잡는 골을 성공시켰다.

AFC 아시안컵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AFC 아시안컵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8강전 다음날인 2월 4일 조국 전 법무무 장관이 작성했다는 페이스북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 게시물은 “일본 언론이 하대하며 붙인 별명 ‘좀비 축구’를 왜 우리나라 언론이 받아쓰는가? ‘불사조 축구’라고 해야지”라는 문장과 함께 경제지 머니S 온라인 기사 링크가 첨부돼 있다. 기사 제목은 <벌써부터 견제하나…日매체들 "韓 대표팀은 좀비 축구">다.

기사 제목에는 '일본 매체들이 견제를 위해 한국 팀을 좀비 축구로 부른다‘는 뉘앙스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팀의 근성을 주목한다는 내용이다.

기사에서는 일본 축구 매체 풋볼존과 사커다이제스트 보도를 인용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결승전 1회전 사우디아라비아전, 준준결승 호주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추격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모국 팬들 사이에서 '좀비 축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풋볼존)

 

"(클린스만 감독은) 보도진으로부터 '한국 대표팀은 마치 좀비 축구, 방학숙제 축구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사커다이제스트)

’좀비 축구‘라는 단어를 한국 미디어나 축구팬들이 쓰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국제 스포츠대회가 열릴 때 외신 인용은 일본에서도 드물지 않다. 풋볼존 기사는 해당 기사에서 한국 매체 스포츠조선, 사커다이제스트는 스포티비 뉴스를 인용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아시안컵 기간에 ’좀비 축구‘로 검색되는 국내 기사는 2월 5일 오후 1시 현재 160건이 넘는다. 2월 3일 오전 3시 12분 출고된 연합뉴스 기사다. “한국은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으로 후반전 추가시간에 득점하며 '좀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끈질긴 축구를 펼쳐 보이고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기사 이전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은 한국인이 ‘좀비 축구’, ‘방학숙제 축구’ 등이라는 표현을 썼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과 손흥민 주장은 호주전 뒤 기자회견에서 ‘좀비 축구’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국 취재진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일본 야후재팬에서는 이 기간 ‘좀비 사커(ゾンビ サッカー)’라는 검색어로 기사 14건이 검색된다. 14건 모두 ‘좀비 축구’라는 표현이 한국 미디어나 팬들로부터 왔다고 적시하고 있다.

'ゾンビ サッカー(좀비 사커)’ 구글 검색 결과 갈무리 
'ゾンビ サッカー(좀비 사커)’ 구글 검색 결과 갈무리 

‘좀비 축구’를 비하성 표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스포츠에서는 통상 어법에서 멸칭으로 간주되는 표현이 때로 찬사가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Bums(얼간이들)’, ‘Gas House Gang(주유소 건달)’, ‘Bad Boys(나쁜 녀석들)’ 등 표현이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우승팀 별명이 되기도 했다. 한국인 종합격투기 선수 정찬성은 현역 시절 맞아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스타일로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제 스포츠대회는 내셔널리즘이 충돌하는 무대기도 하다. 세계 최대 인기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이런 특징이 더 강해진다. 여기에 편승해 이득을 노리는 쇼비니즘적 보도나 정치인의 발언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사실 관계는 정확해야 한다. ‘좀비 축구’는 일본 언론이 한국 축구를 ‘하대’하기 위해 붙인 별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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