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등록금 동결 때문에 대학 순위 하락... 사실일까?

  • 기자명 박지은 기자
  • 기사승인 2024.02.13 17: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국 1위 서울대, 싱가포르에 밀렸다.. 초유 사태’라는 제목의 기사가 SNS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영국 타임즈의 대학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2024 세계 대학 순위에서 국내 1위 대학인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NUS)에 크게 밀렸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제목만 본다면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에 처음으로 순위가 뒤처진 것처럼 보입니다. 뉴스톱이 확인해 봤습니다.

 

◆ 평가 시작 이후 14년 동안 싱가포르 국립대에 늘 밀렸다 

해당 기사가 인용한 THE(Times Higher Education) 대학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62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는 19위로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보다 순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THE가 평가해 발표한 이전 순위를 보면 '초유(初有: 처음으로 있음)'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s
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s

THE(Times Higher Education) 사이트에서는 대학별 연구 환경, 전망 등의 점수와 세계 대학 순위 발표가 시작된 2011년부터 최근까지의 대학 순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의 평균 순위를 계산하면 70위였습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NUS)의 14년 동안 평균 순위는 26위였습니다.

해당 기간 서울대의 최고 순위는 44위(2014년), 최저 순위는 124위(2012년)였습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의 최고 순위는 2023년과 2024년에 기록된 19위였고, 최저 순위는 40위(2012년)였습니다.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보다 순위가 낮은 것이 올해가 처음이 아닐 뿐더러, THE 대학 평가가 시행된 이후 14년 동안 서울대의 순위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보다 높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14년 동안 싱가포르 국립대학이 기록했던 최저등수(40위)가 서울대가 기록했던 최고 등수(44위)보다 높았습니다.

 

◆ 대학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악화는 사실  

기사에서는 "한국 KAIST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던 싱가포르난양공과대(NTU)는 76위(2014년)에서 32위로 도약했다.", "같은 기간 KAIST는 56위에서 83위로 밀려났다."라고도 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싱가포르 대학들이 약진하는 사이 한국 대학들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17년간 이어진 대학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악화 속에 갖은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에 비해 10년 사이 THE 순위권 내 국내 대학 순위가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대는 44위에서 62위, 카이스트는 56위에서 83위, 포스텍은 60위에서 149위로 모두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한국의 대학등록금 동결은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다가 지키기 어렵게 되자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시켰습니다. 이후 대학들은 2009년부터 16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왔습니다.

2011년에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 인상 상한제가 도입됐습니다. 해당 법 제11조 제10항에 따라 각 학교는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 등록금 법정 한도 공고
교육부, 등록금 법정 한도 공고

최근 교육부에서 고시한 2024학년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 5.64%도 해당법의 적용을 받은 것입니다. 정부가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만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2유형)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상 등록금 인상에 대한 간접적인 규제가 되고 있습니다.

 

◆ '대학 등록금 동결 때문에 대학 순위하락'은 단정 어려워   

해당 기사는 국내 대학 순위 하락의 이유로 각종 규제와 함께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재정 악화를 꼽았습니다. 기사에서 국내 대학 규제사례를 언급하지 않아 규제 부분은 확인이 어렵지만, 국내 대학 등록금 동결 때문에 THE 세계 대학 순위가 하락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울대는 2011년 등록금 동결 후 2012년~2017년에는 인하, 2018년부터 2024년까지는 다시 동결한 상태입니다. THE 대학 평가와 비교하면, 서울대 순위가 가장 높은 폭으로 상승했던 때는 등록금 인하가 시작된 2012년으로, 124위에서 59위로 65계단 상승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순위 상승 폭이 높았던 해도 등록금 인하가 시행되었던 2013년이었습니다.

올해 THE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서 76위를 기록한 연세대학교 또한 2011년부터 2015년(동결-인하-인하-동결-인하)까지 등록금 인상이 없었고, 2016년부터는 동결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THE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2016년 300위 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76위로 가장 높은 등수를 기록했습니다.

등록금 동결 시점부터 THE 순위가 하락한 대학도 있습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의 경우, 2011년부터 올해까지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됐습니다. THE 세계 대학 순위에 서는 2011년 28위로 최고 순위를 기록한 뒤, 2022년 해당 기간 최저 순위인 185등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149위로 올랐습니다. 

THE 세계 대학 순위에서 83위를 기록한 카이스트는 (본원 학부 기준) 2011년 등록금 동결, 2012년~2014년 등록금 인상, 2015년부터 올해까지는 등록금을 동결했습니다. 카이스트의 경우 등록금 인상이 있었던 시기 (2012년~2014년) 순위가 2012년 94위에서 2014년 56위로 상승한 것은 맞지만, 2015년부터 지금까지 동결된 후의 순위 또한 2016년 148위에서 2024년 83위로 상승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THE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안에 든 국내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기간과 같은 기간 순위를 비교했을 때 인과관계는 물론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습니다. 등록금 동결기간 시작과 마지막 연도만 비교하면 순위가 하락했지만 해당 기간 대학마다 다른 순위변동은 설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세계대학 순위에서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NUS)에 밀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사 시작 이후 올해까지 계속 낮은 순위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국내 대학 순위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등록금 동결'을 꼽았는데, 해당 기간 순위 변동을 보면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 해당 기사는 13일 제목을 "싱가포르大 32위로 뛸 때, KAIST는 83위로"로 수정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