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부족하면 젊은 여성은 정치를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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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 부족하면 젊은 여성은 정치를 못하나
  • 송영훈 팩트체커
  • 승인 2018.06.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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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비례대표의원 '자격 논란' 팩트체크
6.13 지방선거가 끝난 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된 게시물이 있다. 충북 제천시의회 이정현 기초의원이 학력과 경력이 부족함에도 여성이라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받아 당선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이 정말 타당한 것인지, 이 의원의 학력과 경력이 정말 특출난 것인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CCS충북방송 뉴스화면 캡처. 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인터넷에서 무자격 당선자로 공격을 받은 이정현 시의원이다.

게시시간 순서와 인용 출처로 볼 때 최초 이정현 시의원의 자격문제를 거론한 곳은 팩트저장소라는 개인홈페이지로 보인다. 이후 오늘의 유머루리웹뽐뿌에펨코리아 등 인터넷 유명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이 의원의 자격문제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능력도 자격도 안되는 30대 젊은 여성이 '빽'으로 추정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비례대표 1번에 공천되어 시의회에 '무혈입성'했다는 것이다.

 

게시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간단 요약한 프로필만으로도 의아함을 감추기 힘들다. 먼저 무직이라는 점.

전생에 무직자였지만 이세계인 현세계에 와서 치트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무직.

뭐 ○○대학교가 ○○시에 소재하고 있으니 이건 가산점이려나?

인생 최대 업적이 ○○대 동아리 회장…

다른 최대 업적은 법무법인에서 사무주임으로 일한 경력.

사무장이면 몰라도 사무주임은 법률 지식이 전혀 없이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주 업무는 손님 왔을 때 커피 타주는 것이며 컴활이나 워드 자격증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일로 쉽게 말해 ○○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30대 인간 평균만도 못한 스펙으로 당선됐다고 보면 됨.

자 그러면 공천은 둘째치고 대체 저 여자는 어떻게 당선되었나?

현 시점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지역구에서나 무조건 1석 이상을 먹게 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추천순위1은 그냥 무조건 시의원 된다고 보면 됨.

무직 ○○(비하표현)대 출신 여자는 추천순위 1위인 이유는 뭘까?

바로 비례대표 홀수에 여성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법 때문이다.

그 결과 기초의원비례대표 당선자 전원 여성임. ㅋㅋㅋ 남자가 진출 못하는 유리천장임.

월급 150만원 ○○에서 연봉 5천만원 시의원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

여자라서 당선됐다…”

팩트저장소의 다른 글들을 보면 대체로 현 정부와 진보세력에 반대하고 ‘약자비하’나 ‘혐오’의 정서를 깔고 있는 게시 글들이 많다. 위의 글도 이정현 당선자에 대한 인신 공격,  젊은 여성에 대한 비하, 여성비례홀수할당제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이 게시글이 화제가 되자 일부 언론에서 <시의원은 ‘아무나’ 하나, 32세 무직자 당선 미스테리>, <시정 감시 시의원은 아무나?…‘제천 32세 무직’ 당선 논란>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언론사 기자가 작성했지만 팩트저장소 접근법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 오히려 젊은 여성 시의원 당선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정현 제천시의원 비례대표 당선자는 정말 특별한 경우일까? 논란과 관련된 팩트와 자료 확인을 위해 중앙선거관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전국기초의원비례대표와 관련한 통계를 찾아보았다.

 

1. '30대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이례적이다?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 화면 캡처

전국의 기초의원 비례대표 당선인은 모두 385명이다. 이중 남성이 11명, 여성이 374명이다. 대구, 광주, 경북, 경남, 전북, 전남 6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만 선출됐다. 비례대표만 보면 여성이 시의원에서 과다대표되고 있으며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통계를 보면 다르다.

기초의원 지역구 당선자 중 여성은 20.7%에 불과하다. 비례대표를 합친 전체 기초의원 여성 당선자를 봐도 30.8%다. 거의 모든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여성에게 몰아줬음에도 기초의원 10명중 7명은 남자라는 얘기다. 여성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여성은 지역시의회에서 과소대표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당선자의 연령을 보면 20대가 4명, 30대가 22명, 40대가 86명, 50대가 185명, 60대가 86명, 70대 이상이 2명이다. 20~30대가 전체 당선자의 6.8%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 구성에서 20대는 13.0%, 30대는 14.5%로 이들은 전체 4분의 1이 넘는다. 비례대표는 각 계층별 세대별,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과소대표되고 있는 20~30대를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전국 17개 시도지사 당선자 중 50대는 7명, 60대는 9명, 70대는 1명이며 40대조차 한 명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17명 평균연령은 60.2세로 정당 중 가장 높았다. 정치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2. '대졸 무직' 시의원은 특별한 경우다? 

이정현 시의원은 '대졸 무직'임에도 시의원에 공천을 받았다고 비난을 받았다. 정말 대졸과 무직이 특별한 경우일까? 

비례대표 시의원 당선자 385명을 학력을 보면 고졸이하가 69명, 전문대졸 이상이 86명, 대졸 이상이 141명, 대학원 졸 이상이 74명, 미기재 15명이었다. 대졸인 이 의원은 전체 분포에서 평균에 속한다는 의미다.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 화면 캡처

 

직업별 분류를 보자. 385명 중 정치인이 104명으로 가장 많고 농축산업과 교육자가 19명, 상업 16명, 회사원과 무직 14명 순이었다. 기타는 191명이었다. 정치인 출신 외에는 평범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2월 기준 실업률은 3.3%, 청년실업률은 9.9%였다. 무직인 사람이 시의회에 들어가는 것은 고용동향과 인구구성으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30대 평균보다 떨어지는 스펙’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이 아닌 실제선거통계를 통해 본 논란의 주인공은 젊은 층에 속하고 학력별로는 평균이상, 직업별로도 극소수는 아니다. 게다가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는 정치에 과소대표되어 있는 계층을 대변하고 정치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선거 때마다 20~30대 당선자들은 ‘새로운’, ‘젊은’, ‘청년정치’ 등의 수식어와 함께 대체로 환영받는 입장이다.

해명과 통계를 종합해보면 이정현 기초의원에 대한 자격 시비는 정도를 넘은 비판이다. 

3. 이정현 의원은 여자라서 당선됐다?

앞서 밝혔듯이 기초의원 비례대표 중 여성은 전체의 97.1%로 압도적이다. 이는 여성비례대표 우선추천제(홀수추천제)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47조(정당의 후보자 추천) 3항에는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명부의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도입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전문적이고 참신한 인물과 소외계층의 등용 가능성 확대’와 ‘정치적 다양성 보장’이다. 정치 특히 선거에서는 ‘기득권’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정당에 대한 지지가 비슷하다면 많이 알려진 정치인이 유리하고, 다선의 정치인이 공천에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도 많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기성 정치인에 밀려 당선될 가능성이 낮은 새로운 인물들도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당선될 수 있다. 그래서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나, 소외계층 출신의 인물을 공천한다. 이를 통해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치활동이 가능해진다.

한국의 다른 여러 분야처럼 정치도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당선인 수는 1070명으로 전체의 26.7%다. 2014년 21.6%에 비하면 5% 넘게, 2010년 18.7%에 비하면 8% 오른 수치다. 그러나 지방선거 도입 이후 광역단체장 여성 당선인은 0명이었다. 기초단체장 수는 2014년 4%에서 이번 3.5%로 오히려 감소했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기초의원 당선인 비율은 30.8%이고 특히 기초의원 중 여성 비례대표 비율은 97%에 이른다. 전적으로 공직선거법 47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다. 비례대표는 전체 의석의 10%밖에 안 된다. 비례대표의 절반을 배정했으니, 지역구는 계속 ‘유리천장’을 유지하겠다는 거대 정당들의 의도가 보인다.

게시물이 여러 온라인커뮤니티로 퍼지며 파문이 커지자 변재일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변 위원장은 “제천시의회 이정현 비례대표 당선자에 관한 논란이 있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회의적”이라며 “여성과 청년들의 대표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이 당선자에게 1번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의원 중에 직업이 없거나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도 많다”며 “이 당선자가 특정 집단 대표성이 있고 당선되기 힘든 사람을 추천하는 비례대표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여성에 대한 혐오 두드러져...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이정현 시의원 당선자를 폄하한 해당 게시물에는 명백하게 틀린 내용도 있다. 시의원의 연봉은 5000만 원이 아니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광역의원 연봉은 평균 5743만원, 기초의원 연봉은 평균 3858만원이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당선자가 여성이 많긴 하지만 전원이 여성도 아니다.

해당 기초의원의 소위 ‘스펙’이 누군가에게는 눈에 차지 않을 수도 있고, 비례대표공천과정에서 공개되지 않는 또 다른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해당 글에서는 ‘여성혐오’와 ‘약자혐오’의 정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인 이정현 당선자는 오마이제천단양 블로그를 통해, “‘스펙 좋고 사회적 경험이 많은 사람만이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여성·아동·저출산 등과 같이 기성정치인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분야에서 활동하며, 청년정책 연구동아리 활동을 통해 토론회와 간담회 등 시민들 특히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생각을 의정활동으로 담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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