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이 '원자력'이라고 쓰자 푸른 빛 나타나... "살아있나요?"

  • 기자명 김정은 기자
  • 기사승인 2023.02.1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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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떡을 썰고 석봉은 푸른색으로 '원자력'을 썼다... 네티즌 "방사능 괜찮은가요?"
방사능 폐기물 저장소에서 볼 수 있는 '푸른빛'... 원인은 '체렌코프 효과'
푸른빛이 의미하는 건 '높은 방사능 수치'

 

정부는 8일 尹정부 국정과제인 '원자력 생태계 강화'를 홍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사진=정부 트위터 갈무리

정부는 지난 8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국정과제인 '원자력 생태계 강화'를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잘 알려진 '한석봉과 어머니' 이야기를 패러디한 영상인데, 재미난 내용과 다르게 댓글에는 한석봉 모자(母子)의 안위를 걱정하는 반응이 가득합니다.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 "밤거리를 밤새 밝혀도 걱정 없을 에너지 '원자력'"... 왜 하필 푸른빛?

영상에는 호랑이와 한석봉, 그의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다 팔리지 않은 떡을 들고 오밤중 산길을 걷던 어머니는 무시무시한 호랑이를 마주칩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호랑이에게 어쩔 수 없이 떡을 건네 준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숙제를 내줍니다(아래 참고). 

어머니: "난 떡을 썰 테니 넌 글을 쓰거라"

한석봉: "갑자기요? 그럼 어떤 글씨를 써볼까요, 어머니?"

어머니: 호랑이가 안 나타나도록 밤거리를 밤새 밝혀도 걱정 없을 에너지, 그 에너지에 대해 쓰거라"

한석봉: "에너지요?"

나레이션: "그리고 불을 껐다가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켰지요. 그런데 어머니가 썬 떡 모양은 엉망진창 제각각이고, 아들의 화선지에는 훌륭한 필체로 '원자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채널A <세계 최초 공개! 핵 연료 저장조 관찰하라> 갈무리

푸른색의 '원자력' 글자가 적힌 화선지를 본 석봉의 어머니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박수를 칩니다. 영상은 "세상을 환하게 비추도록 아들이 쓴 글자는 '원자력', 참 든든한 에너지"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모자 모두 방사능에 피폭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푸른빛의 수조가 연상되기 때문(위 사진 참고)입니다.

 

◈ 방사능 피폭과 푸른빛은 어떤 관계? 정답은 '체렌코프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를 물속에 저장하면 푸른빛을 띄는데 이는 '체렌코프(Cherenkov) 효과' 때문입니다. 특정 입자가 물과 같은 매질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때 푸른빛의 방사선이 방출되는 현상인데요, 195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물리학자 '파벨 체렌코프(Pavel Cherenkov)'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빛보다 빠른 물체'라니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빛의 속도가 물속에서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공 상태에서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하지 않지만, 물 속에서는 빛이 정상 속도의 75%까지 느려집니다. 이때 방사능 물질의 전자가 물로 가득한 저장소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파란색 혹은 보라색(violet) 빛이 발생합니다.

 

'전자기 스펙트럼(electromagnetic spectrum)'.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대로 에너지가 증가한다. 사진=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 갈무리

참고로 전자기파를 파장에 따라 배열하면, 빨간색-주황색-노란색-초록색-파란색-남색-보라색 순서대로 에너지가 증가(위 사진 참고)합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서 푸른빛을 볼 수 있는 건, 수조 내부의 방사능 수치가 높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2009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방사능이 높을 때만 체렌코프 방사선을 목격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2019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파괴됐는데,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생기는 푸른 빛을 보고 당시 영문을 모르던 시민들이 "아름답다"고 감탄했던 장면입니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드라마 장면 중 (파란색) 불꽃이 기둥처럼 표현된 것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면서도, "원자폭탄처럼 원자로가 폭발할 때 생긴 빛"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장면 속 푸른 기둥이 '체렌코프 현상'에 의해 발생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원자로 폭발과는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영상을 제작한 담당자는 아마 정부의 국정과제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밝은 빛을 형상하는 '푸른색'을 활용했을 겁니다. 패러디 영상인 만큼 가볍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체렌코프 광(光)'이 연상된다고 반응한 만큼 오히려 원자력 안전성 의혹을 키운 게 아닌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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