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태양광 발전소가 내뿜는 열기가 주변을 오지로 만든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5.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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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에 대한 악의적 공격

국민일보는 9일 <‘친환경’이 낳은 ‘반환경’…흉물로 변한 美 친환경 발전시설>이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기사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용했다고 적었습니다. 해당기사는 “월스트리저널(WSJ)가 8일(현지시간) 탄소 배출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시작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발전 정책이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반(反)환경’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옮깁니다.

이런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바람에 따라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엄청난 소음 공해를 유발했고, 태양열 패널이 차지한 땅은 감당할 수 없는 열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접근할 수 없는 오지가 됐다. 프로펠러와 패널들을 연결하는 전기 케이블과 발전된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는 발전시설 만큼이나 엄청난 면적의 땅을 차지했고 소음과 고전압 공해를 일으켰다.

과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보도했을까요? 재생에너지 발전이 반환경적이라는 보도는 사실일까요?

출처: 국민일보, WSJ 홈페이지
출처: 국민일보, WSJ 홈페이지

◈재생에너지에 관한 선입견

국민일보 보도는 “태양열 패널이 차지한 땅은 감당할 수 없는 열기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접근할 수 없는 오지가 됐다”고 적었습니다. 이 기사의 원문 격인 WSJ 보도에는 해당내용이 실려있지 않습니다. 국민일보가 자체 취재해서 만들어낸 문구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태양열 패널은 감당할 수 없는 열기를 내뿜을까요?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태양을 이용한 발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태양광발전(PV: photovoltaic)입니다. 햇빛을 받으면 광전효과에 의해 전기를 발생하는 태양전지를 이용합니다. 고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2011년 지식경제부 기술혁신사업으로 건국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태양광 발전소의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 조사·분석> 보고서를 보면 태양광발전소 주변 10m에서 측정되는 온도변화는 가장 일조량이 많은 시간에도 0.1도 상승에 그칩니다.

이걸 염두에 두고 보도한 것이라면 완전한 왜곡입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태양광발전기(PV) 주변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야 할 것이고, 진작 이슈가 되고도 남았겠죠.

두번째 유형은 흔히 태양열 발전이라고 부르는 집광형 태양광 발전(CSP: Concentrated Solar Power) 입니다. 발전소 가운데에 햇빛을 받는 탑을 짓고 수많은 거울을 이용해 태양빛을 모아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필연적으로 고열을 발생시킵니다. 태양빛을 모으는 거울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부지를 필요로 하고요. 일사량이 많은 곳이 최적의 입지라 주로 사막지대에 설치합니다.

국민일보 보도는 “아이오와주 미주리주 캔자스주 와이오밍주 네브래스카주 일리노이주 등 미국 중부”를 언급합니다. 미국 중부 지역은 CSP에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미국 에너지부 소속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운영중인 CSP는 모두 10곳입니다. 네바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플로리다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부지대가 아니고 남부지역이죠. 대부분은 사막입니다.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곳이 아니죠.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접근할 수 없는 오지가 됐다”라는 말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 탓에 지역주민이 반발한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릅니다. 

 

◈소음과 고전압 공해

국민일보 기사는 “바람에 따라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엄청난 소음 공해를 유발했고...”라고 언급했습니다. WSJ 기사는 풍력발전 소음에 대해 “지역 사회는 종종 밤에 터빈 위에서 리드미컬하게 깜박이는 빨간불이나 블레이드의 쉭쉭거리는 소리에 대해 불평한다. 그들은 또한 경작에서 제외되는 농지와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원문: Communities often complain about the rhythmic blinking red lights that flash atop turbines at night or the whooshing noise of blades. They also raise concerns about taking farmland out of production or the impact on wildlife.> 는 정도의 언급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풍력발전에 따른 소음 발생은 어느 정도일까요? 201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공공보건부 및 환경보호부 연구(윗 그림 참조)에 따르면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 소음은 풍력발전기에서 400m 떨어진 지점에서 40데시벨 수준으로 측정됐습니다. 우리나라 주거지역의 사업장 및 공장 생활소음 규제기준은 주간 55데시벨 이하, 야간 45데시벨 이하입니다.

스위스연방환경청의 의뢰로 네덜란드공중보건 및 환경연구소가 진행한 <풍력 터빈 소리와 관련된 건강 영향> 연구는 2021년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 중반 사이에 발표된 관련 연구를 검토한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풍력발전기 근처에 살거나 풍력발전기 소리를 듣는 것은 주민들 사이에 만성적인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도 “수면 장애, 불면증 또는 정신 건강 영향과 같은 기타 건강 영향에 대한 증거는 일관성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주민들이 부지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성가심이 낮아진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을 계획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고민을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국민일보 기사는 전기저장시설과 전력케이블이 소음과 고전압 공해를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제주김녕풍력발전소는 실제 풍력발전설비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7년 김녕풍력발전은 풍력발전설비 전자파 논란에 맞서 발전단지의 중앙과 발전소 앞, 발전단지로부터 0.5km, 1km 떨어진 지점에 각각 전자파를 측정했고, 측정 전자파는 모두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인 833mG에 못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발전기 바로 앞에서 측정한 결과는 0.025mG로 권고 기준의 약 3만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TV의 평균 전자파인 0.1mG나 전자레인지의 29mG와 비교해도 매우 적은 양입니다. 태양광발전소에서도 전자파는 WHO 권고기준 이내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고전압 공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말입니다. 무슨 뜻을 담아 썼는지 모르겠지만 송전선 주변의 고압전류로 인한 전자파 피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추정해 본다면, 답은 "학계에서 송전선 주변의 전자파 영향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라고 하겠습니다. 

 

◈WSJ 보도에는 없는 말

국민일보는 “월스트리저널(WSJ)가 8일(현지시간) 탄소 배출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시작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발전 정책이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반(反)환경’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합니다.

WSJ의 해당 보도를 찾아봤습니다. 제목은 ‘Over Our Dead Bodies’: Backlash Builds Against $3 Trillion Clean-Energy Push 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우리의 시체 위에’: 3조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추진에 대한 반발> 정도가 됩니다. 부제는 Ballooning size of wind and solar projects draws local ire as they march closer to populated areas 입니다. 역시 우리말로 옮기면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의 규모가 급증하면서 인구 밀집 지역에 더 가까워짐에 따라 지역의 분노를 유발> 정도가 되겠습니다.

WSJ 기사 본문에는 친환경정책이 반환경을 선사한다는 직접적 언급은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반발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점과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보급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점차 확장하면서 그들의 소유지 인접지역으로 영역을 넓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 기사에서 언급되는 무지막지한 환경파괴 사례는 WSJ보도에는 없습니다.

국민일보 기사는 또 “관리 소홀로 방치된 태양열 집적 패널이 폐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풍력 프로펠러의 소음 공해로 가축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건설이 예정된 지역의 주민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옮깁니다. 역시나 WSJ에는 이런 말이 없습니다.

국민일보 기사는 WSJ를 인용하며 <“친환경 발전시설은 미국 전체 발전량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엄청난 면적과 비효율, 비생산성으로 대표되는 태양력·풍력 발전이 아닌 원자력발전소처럼 ‘탄소배출 제로’ 발전의 새로운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평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WSJ 원문기사에는 원자력발전은 일언반구 언급이 없습니다. 국민일보가 다른 전문가를 취재했는지, 혹은 WSJ의 다른 보도를 참고했는지는 몰라도 기사가 인용하고 있는 ‘WSJ 8일자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국민일보는 해당 기사를 통해 친환경을 표방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흉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기사 원문에 해당하는 WSJ보도는 국민일보 보도와는 결이 다릅니다. 국민일보가 주장하는 재생에너지 시설로 인한 환경파괴 사례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납득하기도 어렵습니다. WSJ가 원자력발전소를 탄소배출 제로의 새로운 대안으로 추천한 것처럼 보도한 내용도 원문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뉴스톱은 해당보도에 대해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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