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사복 경찰이 신분 밝히지 않고 불심검문 할 수 있을까?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08.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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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잇따라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범죄 예고 글이 반복해 올라오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자 경찰은 흉기 난동 범죄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선별적 검문검색 조치에 나서는 등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한 중학생을 흉기소지자로 오인해 불심검문을 시도하다, 놀란 학생이 달아나다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밤 10시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의 천변에서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흉기를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사복을 입은 형사들이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중학생 A군을 발견해 불심검문을 시도했다. 그러나 A군은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이었고, 놀라 달아나다 넘어져 경찰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머리, 등, 팔,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A군 아버지는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복경찰 2명이 신분도 소속 공지도 없이 다짜고짜 "너 이리 와"라며 아이를 붙잡으려고” 했다며, “자신들의 소속과 신분도 고지하지 않고, 미란다원칙 같은 건 통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A군이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경찰은 강압적으로 수갑까지 채웠다고도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하면 축구하던 아이들이 A군을 보고 달아나는 등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상황에서 출동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진압 과정에서 경찰도 다쳤지만, 그보다도 아이가 무고하게 다쳤으니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피해자 부모와 통화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후 SNS와 기사 댓글을 중심으로 “사복 입은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검문은 불법이다”, “경찰의 불심검문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등의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사복경찰의 불심검문은 문제?→사실 아님

기사 댓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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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경찰은 규정에 맞는 경찰 복식을 착용하는 게 원칙이다. ‘경찰복제에 관한 규칙’ 제2조는 “경찰공무원은 경찰공무원의 복식을 착용해야 하며, 복장과 용모를 단정히 하고 항상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단, 같은 법 18조는 “▲규제개혁법무 ▲감찰 ▲대변인 ▲교통조사 ▲여성·청소년 ▲수사 ▲정보 ▲보안 또는 ▲외사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과 그 밖에 경찰청장이 지정하는 경찰공무원은 근무 중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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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에 따라,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사람 ▲이미 행해진 범죄에 관한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을 불심검문 할 수 있다. 경찰은 이 경우 이들이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할 수 있고, 정지시킨 장소에서 질문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될 경우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 파출소 등으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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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동행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동행 장소를 밝혀야 하며, 6시간 이상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 또한 가족에게나 친지 등에 동행한 경찰관의 신분, 동행 장소, 동행 목적과 이유를 알리거나 본인이 직접 연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의무 역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명시돼 있다.

정리하자면, ▲사복 착용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 경우라면, 경찰은 복식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불심검문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복경찰의 불심검문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신분, 소속 밝히지 않은 검문은 불법?→대체로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다만, 불심검문 시 경찰은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이나 동행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란 경찰공무원의 공무원증을 말한다.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갈무리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갈무리

실제로 지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사복을 입은 경찰관이 목적이나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불심검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경찰관 2명은 사복 차림으로 혼자 거주하는 여성의 집을 찾아가 성매매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단속 현장에서 범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관찰, 대화 등 사전절차를 소홀히 한 채 불심검문을 하고, 그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 소속 및 성명 고지 등을 소홀히 한 경찰관의 행위는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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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경찰이 제복을 입은 경우엔 어떨까. 2014년, 대법원은 “검문하는 사람이 경찰관이고, 검문하는 이유가 범죄행위에 관한 것임을 피고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불심검문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정복 차림이었고 ▲피고인이 경찰관들에게 신분증 제시 등을 요구한 적도 없기 때문에,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경찰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갈무리

그러나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의 입법 취지는 불심검문이 정당한 경찰활동임을 피검문자에게 알릴 뿐만 아니라, 만약 불법적인 경찰활동일 경우 책임을 물을 대상을 명확히 밝힘과 동시에 상대방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질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심검문 시 정복을 착용했더라도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업무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YTN 유튜브 영상 갈무리
YTN 유튜브 영상 갈무리

다만 최근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4일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열고 "흉기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 하겠다"며, 인파가 밀집하는 광장이나 지하철역·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전국 247곳에 경찰관 1만2000여 명을 배치해 순찰과 검문검색을 병행하기로 했다. 다만 검문검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 매뉴얼에 따라 필요 최소한 범위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 경찰관은 대상자의 표정이나 태도·옷차림·행동 등을 유심히 관찰한 뒤, 검문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때만 자연스럽게 접근해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대상자가 도망을 시도하거나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면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몸수색을 할 수 있다.

불심검문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운 접근과 대화 시도 ▲소속과 이름 밝히기 ▲검문의 목적과 이유 설명 등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A군 사건에서 경찰을 향한 비난이 큰 이유 역시 이런 원칙을 지켜지지 않았다고 의심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A군에게 다가가자마자 달아나 소속 등을 고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불심검문 시 경찰은 공무원증을 제시하고 신분과 소속, 성명을 밝히는 게 원칙이다. 특히 사복 경찰의 경우 신분을 인지하기 어려운 만큼,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정복을 착용해 경찰임을 알 수 있는 경우라면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긴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정복 착용 경찰관 역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검문 매뉴얼 역시 복장에 상관 없이 경찰이 신분을 밝힐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신분, 소속 밝히지 않은 검문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경찰의 불심검문 거부 가능?→사실

경찰이 신분을 밝히고 공무원증까지 제시했다 하더라도, 검문에 반드시 협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7항은 불심검문 과정에서 “질문을 받거나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동행 요구 역시 거절할 수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2항은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문 매뉴얼 역시 “대상자가 검문 거부 의사를 밝힌 뒤 현장을 떠나려는 경우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앞을 막고 재차 검문검색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경찰의 불심검문 거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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