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팩트체크] ⑦당신의 발밑을 노리는 지붕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9.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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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사망자보다 많은 건설현장 추락 사고사

지붕이 당신의 발밑을 노립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매년 40명 이상의 노동자가 지붕공사를 하다 떨어져 숨집니다. 뉴스톱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진행하는 <2023 중대재해 예방 팩트체크 시리즈> ⑦편에서 지붕공사 사망사고에 대해 짚어봅니다.

출처: 고용노동부
출처: 고용노동부

◈지붕주의보 발령... 왜?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지붕작업 추락위험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건설현장 지붕공사 사망사고가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기간은 9월 19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정했습니다. 고용부는 지붕공사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했습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건설 현장 지붕공사 사고사망자는 125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43.2%가 가을철에 몰려있습니다. 장마와 집중호우가 끝나고 지붕보수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붕공사 사망사고는 주로 축사·공장·창고 등에서 하루나 이틀 동안 진행되는 소규모 초단기공사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불시 감독이나 점검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죠. 때문에 산업안전 당국은 교육과 지도를 통해 안전의식 및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안전보건공단
출처: 안전보건공단

◈올해에만 20명

올해 들어 8월까지 건설업에서 지붕공사 중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는 20건에 이릅니다. 지난 6월 경기도 김포시 소재 공장 지붕 판넬 설치 작업 중 판넬이 미끄러지면서 작업자가 판넬과 함께 8.2m 높이 아래로 추락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고 전날 및 당일 비가 내려서 지붕 판넬 마감재인 강판 위에 물기가 있어 미끄러운 상태였지만 지붕 가장자리는 안전난간 등 추락위험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달, 강원도 평창군 소재 축사 지붕 교체공사 현장에서 작업준비 중인 작업자가 밟고 있던 채광창이 파손되며 4.6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축사는 지은지 20년이 넘었구요. 채광창은 햇빛과 비바람을 맞아 굉장히 약해져 있던 상태로 조사됐습니다. 충격이나 무게가 가해지면 쉽게 파손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런 노후 채광창에는 견고한 구조의 덮개를 설치하거나 폭 30cm 이상의 작업 발판을 설치하고 작업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게 어렵다면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해 추락을 방지해야 합니다.

지난 6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근린생활시설에서는 캐노피 보수 공사현장에서 유리돔 접합부에 틈새 메꾸기 작업(코킹)을 하던 중 작업자가 밟고 있던 유리가 깨지면서 6.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시 안전대 부착설비는 설치돼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안전대를 부착설비에 걸고 작업했다면 귀중한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겁니다. 작업 장소 아래쪽으로 추락방호망을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출처: 산업재해현황, 통계청
출처: 산업재해현황, 통계청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

추락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꼽힙니다. 추락방지용 그물을 설치하거나 추락방지용 안전걸이 등을 설치해 이용하기만 하면 대부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역대 정부는 산재예방에 힘을 쏟으며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업종 기준 2001년 408명이었던 추락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351명으로 소폭 감소에 그쳤습니다. 건설업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같은 기간 286명에서 248명으로 약간 줄었을 뿐입니다. 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에서 살인사건으로 숨진 피해자는 243명입니다. 한해 동안 일어나는 살인사건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하러 갔다가 추락사고로 숨지고 있는 것이죠.

후진국에서만 추락사고가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건설업 기준 연간 400명 정도(위 그래프 참조)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높이를 가진 건축물을 지어 올리는 건설업의 특성상 높은 곳에서 작업할 일이 많고,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일도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락사고의 위험이 다른 업종보다 큰 것도 사실입니다. 건설 회사와 건설 노동자 모두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근원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붕사고 어떻게 예방할까?

고용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초소규모 건설공사 기술지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체 본사와 작업 현장을 방문해 주요 사고사례를 전파하고 안전조치 사항을 지도합니다. 채광창 안전덮개 구입비용 지원사업도 안내하고 있는데요. 지붕공사 중 채광창이 파손되면서 일어나는 추락사고가 많기 때문입니다. 채광창 부분을 금속 재질의 그물모양으로 제작한 안전 덮개로 덮으면 파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채광창 안전 덮개를 구매하는 비용의 70%를 지원한다고 하니까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붕 추락사고를 예방하는 핵심 수칙은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입니다. 높은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추락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항상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떨어질 가능성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지붕 밑에서 작업할 수 있는지 확인

- 고소작업대, 비계 등을 이용해 지붕에 오르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②지붕 가장자리에 안전난간 또는 추락방호망 설치

- 혹시 모를 추락에 대비해 안전 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③작업통로용 발판과 안전덮개를 설치

- 지붕에 구멍이 뚫리거나 무너지는 사고를 막아줍니다

④안전대와 안전모를 착용

- 위기의 순간에 당신을 구해줄 수 있습니다.

출처: 고용노동부
출처: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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