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무역수지 세계 5위에서 200위 폭락?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3.10.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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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통계 따르면 2017년 5위에서 2022년 197위, 올해 상반기는 200위
수치는 사실이지만 하반기 경제여건에 따라 순위 변동 가능성

최근 SNS를 중심으로 ‘한국 무역수지 세계 200위’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문재인정부 5년간 5위-6위-11위-8위-18위였는데, 윤석열정부 집권 이후 2년간 197위–200위’라는 내용입니다.

최배근TV 갈무리
최배근TV 갈무리

이 주장은 유튜브 채널 ‘최배근TV’의 커뮤니티 게시물에서 나왔습니다. 채널 운영자는 더불어시민당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1. 올해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가 전 세계 208개국 중 200위 기록 북한은 109위 참고로 2022년도에는 208개 국가 중에서 197위 기록(북한 87위)

2. 208개 국가 중 57개 국가는 무역흑자, 나머지 151개 국가는 무역적자 기록 무역적자를 기록한 151개 국가 중에서는 143위

3. 문재인 정권,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18위였다. 말 나온 김에 문재인 정권 5년 순위를 소개한다. 2020년에는 8위, 2019년에는 11위, 2018년에는 6위, 2017년에는 5위였다. 참고로 2019년 세계경제가 후퇴하며 수출이 위기였고, 2020년은 주지하듯이 팬더믹 불황이었다.

무역관련 공식통계는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무역통계 사이트 K-STA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STAT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무역통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61개국의 무역통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K-STAT에서 국제통화기금(IMF)데이터를 인용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를 보면, 한국은 2023년 상반기(1~6월)에 수출 3071억7700만 달러에 수입 3336억4400만 달러로 누적 264억6700만 달러(약 35조9157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무역수지 기준 208개 나라 가운데 200위에 위치했습니다.

1위는 중국, 2위는 독일이었고 사우디아라비아-호주-러시아가 뒤를 이었습니다. 57위인 바티칸까지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58위 에리트레아부터 최하위인 208위 미국까지는 적자였습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8개 국가는 최하위 미국 외에 필리핀-홍콩-일본-튀르키예-프랑스-인도-영국 등이었습니다.

지난해인 2022년 한국의 무역수지 국가별 순위는 197위였습니다. 2022년 3월 9일 대선을 거쳐 같은 해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 이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18위, 2020년 8위, 2019년 11위, 2018년 6위, 2017년에는 5위였습니다.  수치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K-STAT 조회 결과 갈무리
K-STAT 조회 결과 갈무리

범위를 넓혀 2000년부터 따져보면, 2000년 세계 18위였던 한국은 이후 2005년까지 5년 동안 9위~15위를 사이를 오가다가 2006년 23위, 2007년 27위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2008년에는 13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61위로 급락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09년 4월 21일 발간한 ‘우리나라의 최근 무역수지 변동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하던 무역수지가 2007년 12월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된 바 있으며, 이는 2008년 연간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2008년은 미국 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기침체가 본격화되던 시기였습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는 다시 매해 흑자를 기록하며 8~18위권을 오가다가 2022년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약 472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197위에 위치했습니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역대 최고치인 6835억84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지만, 수입액도 늘어나 7313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불확실성에도 2021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 수출액을 재차 경신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14년 만에 무역 적자가 난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인플레이션 등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무역적자는 제조 기반 수출국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과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수출 구조를 꼽았습니다. 수출국 특성 상 글로벌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품목과 시장 의존도가 높다 보니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2000년 이후 한국 무역수지 순위
2000년 이후 한국 무역수지 순위

국내외 경제 환경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2023년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는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무역수지가 더욱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세계 순위는 오히려 밀려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산업부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3년 한 해 전체 수출 실적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오히려 무역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우려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무역수지 세계 순위가 2017년 5위를 기록하다 지난해 197위, 올해 상반기 200위로 급락한 것은 사실입니다. 대중국 수출실적 악화와 유가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상반기 통계이기 때문에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합니다. 2008년처럼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하락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하락인지는 올해 연말이 지나면 가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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