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청조가 촉발한... "전과 있으면 개명 불가능"?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3.1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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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의 결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에 대한 논란이 연일 화제다. 전 씨는 결혼 사실을 알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재벌 3세’로 소개했지만, 이후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주장과 함께 성별, 사기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스토킹, 아동학대 혐의가 추가되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청조가 전과가 있어서 개명을 못 한 것 같다”는 추측이 다수 나왔다. 전 씨의 성별, 사기 의혹은 인터뷰 이후 빠르게 제기됐는데, 이는 전 씨의 비교적 특이한 이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 씨가 개명을 하지 않은 건, 전과가 있는 사람은 개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전과자의 개명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뉴스톱이 확인했다.


개명이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된 이름을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99조에 따라 개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주소지(재외국민의 경우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름은 그 사람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표상이며, 고유성과 단일성을 속성으로 한다. 만일 마음대로 자신의 이름을 변경하여 사용한다면 개개인의 동일성 식별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이름에 터 잡아 형성된 사회생활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개명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5. 11. 16.자 2005스26 결정
대법원 2005. 11. 16.자 2005스26 결정

지난 2005년 대법원은 “개명을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헌법상의 개인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4년 4만1008건(판결 기준)에 불과했던 개명 허가 건수는 2005년 판결 이듬해인 2006년 9만871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범죄자의 개명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개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명허가신청사건 사무처리지침
개명허가신청사건 사무처리지침

법원은 불순한 의도나 목적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관서에 전과 조회,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그 자료를 신청사건 등의 판단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출입국사실조회를 할 수도 있다. 즉, 전과 유무가 법원의 개명 허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과를 가진 사람이라고 법원이 무조건 개명 신청을 불허하는 것은 아니다. 김경수 법률사무소 김경수 변호사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개명신청권이 범죄사실 은닉, 채무 면탈 등의 불법적 목적으로 남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법원은 개명을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경미한 범죄이거나 개명을 통한 악용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판사의 판단에 따라 개명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전청조의 경우 다수 사기 전과가 있었기 때문에, 개명 신청을 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추가적인 피해를 염려해 불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대법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대한민국 대법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한편, 개명 신청을 할 경우 법원은 심리를 거쳐 통상적으로 3~4개월 정도 뒤에 허가를 내준다. 범죄 기도 또는 은폐 목적인 경우 외에도,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벗어난 한자를 사용하거나, 동일 가족관계등록부 내에 등재된 가족과 동일한 이름으로 개명 신청을 한 경우 등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 해당하면 개명 허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개명 허가를 받았다면 개명 신고를 해야 하는데, 만약 개명허가결정등본을 송달받고도 1개월 이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있는 경우 법원이 개명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미한 범죄이거나 개명을 통한 악용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전과가 있더라도 개명 신청이 허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전과가 있는 사람은 개명할 수 없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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